사진│송민지 기자 ssong@

“옆 사람에게 피해가 되니 신문은 반으로 접어 읽어주세요”
“다 읽으신 신문은 열차선반에 버리지 마시고 게이트 옆 수거함에 넣어주세요”
시대에 따라 지하철 내 에티켓도 변한다. 2013년의 지하철에선 신문을 읽는 사람이 거의 없다. 대신 ‘한 음만 낮추면 지하철이 즐거워집니다’라는 안내 멘트가 지하철 객실내를 흐른다.
보고 난 신문을 버려달라는 수거함은 텅 비어있다. 안암역 신문수거함을 관리하는 용역 아주머니 유 모 씨(여‧56세)는 말한다. “신문 수거함에 신문이 하나도 없어요. 예전에는 좀 있었는데, 요즘엔 쓰레기만 담겨있어요. 신문도 없는 신문수거함이니, 딱히 필요가 없죠”
본교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6호선을 기자가 타보았다.
안암역에서 탄 신당 방면 6호선 열차. 1호선과 2호선으로 갈아타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온다. 열차 안의 사람들은 모두 한 자세다. 앉아있는 사람 서 있는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고개를 숙인다. 휴대폰 화면과 얼굴이 금방이라도 닿을 듯하다. 주민우(한양대 사학과13) 씨는 이어폰을 끼고 있다. “지하철에서 책이나 신문은 잘 안 봐요. 주로 음악을 듣죠” 스마트폰으로 ‘읽는’ 대학생도 찾기 힘들었다. 대부분 웹툰을 보고, 카톡을 하고, SNS를 살피고, 동영상을 본다.
안암역에서 봉화산역으로 향하는 반대 방향 지하철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20대는 어느새 모습을 감추고, 간간히 신문을 펼쳐보는 할아버지들이 보인다. 조선일보를 열독하고 있는 장영만(남‧75세) 씨에게 지하철을 이용하는 요즘 대학생들에 대해 물었다. 침까지 튀기며 열변을 토한다. “요즘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책도 신문도 안 읽고! 참 바보 같은 행동이지. 교양도 없고 매일 핸드폰으로 우스꽝스러운 것만 보고. 세상 돌아가는 것이 궁금하진 않나? 박근혜가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하지도 않나봐”
6호선 5-4번 칸.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스티브잡스의 자서전을 읽고 있는 김인숙(여‧50세) 씨의 모습이 눈에 띈다. “저는 평소에 책을 항상 들고 다니면서 읽어요. 이 책은 종로 정독도서관에서 빌린 거예요” 그녀가 생각하는 지하철 풍경은 어떨까. “요즘 젊은이들은 책을 읽어도 ‘힐링’ 같은 얄팍한 수준만 읽는 것 같아요. 철학책처럼 생각하게끔 하는 무언가를 읽는 학생은 볼 수가 없어요. 세상이 급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멀리 보지 못하고 순간순간에 치중하나 봐요”
지하철에 탄 지 한 시간 만에 겨우 책 읽는 학생을 만날 수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손에 쥔 책은 토플시험 대비용 책이다. 바쁘게 단어 책을 넘기며 안암역에서 내릴 채비를 하던 조정운(생명대 환경생태11) 씨는 토플시험 준비를 위해 영단어를 외운다고 한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곳에서도 무엇인가를 읽는 대학생은 찾기 힘들다. 역시 휴대폰 속 영상을 보거나 이어폰에 나오는 노래를 듣고 있다.
태릉입구역에 내렸다. 행인들을 관찰하던 중, 옷가게와 마주보고 있는 5678행복문고를 발견했다.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옷가게와는 달리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지하철을 몇 시간동안 타고 있어도 무언가를 읽는 대학생 한 명 만나기 어렵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취재를 마치고, 기자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켰다. 아차 싶었다. 읽지 않는 대학생은 멀리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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