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중앙일보 대학평가 종합순위에서 본교는 6위를 기록했다. 이 중 국제화 지표 순위는 11위로, 5위였던 2011년보다 6계단 하락했다. 1990년대 처음 도입된 대학평가는 대학 발전의 조력자 역할을 하며 매년 대학 사회 변화와 흐름을 함께했다. 대학평가에 대한 논란은 분분하다. 이 안에는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정량적 평가 지표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대학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조언자라는 의견이 공존한다. 국내 대학평가 중 높은 인지도를 가진 ‘중앙일보 대학평가’와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평가’를 통해 본교의 국제화 지수를 점검하고 대학평가의 허와 실을 짚어봤다.

해석의 차이: 어학연수생
2012년 중앙일보 대학평가 국제화 지표 세부 항목인 ‘국내 방문 외국인 교환학생 비율’ 순위에서 본교는 2011년 6위보다 2단계 하락한 8위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 지표에 교환학생뿐만 아니라 단순히 어학연수를 위해 어학당을 다니는 외국인 학생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본교의 ‘교환학생 수’는 2011년 403명에서 2012년 430명으로 27명 늘었다. 그러나 2012년 ‘어학연수생 수’는 656명으로 2011년 762명보다 106명 줄었다. 이는 증가한 교환학생 수 보다 3배 이상 감소한 수치로, 순위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학교 측은 어학연수생의 숫자를 대학평가에 반영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어학연수생엔 일반 외국인이나 외국인 고등학생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국제교류팀 국제기획·통계 담당 박정훈 주임은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국내 방문 외국인 교환학생 비율’에선 연세대 같이 어학당 규모가 큰 대학이 평가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2년 연세대의 교환학생 수는 본교보다 24명 적은 406명이었지만 어학연수생의 경우 본교 보다 3배 이상 많은 2096명을 기록해 평가지표에서 2위를 차지했다.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평가의 경우 ‘공식적인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1학기 이상 국내에 들어온 교환학생 수’만을 지표에 반영한다. 조선일보 대학평가팀 관계자는 “우리는 Exchange를 특정 두 학교가 학생들 간 교류 협정을 맺고 학생들을 ‘교환’하는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어학연수생의 경우 교환학생과 달리 일방적으로 들어오는 것이어서 지표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팀은 “어학연수생을 교환학생 수에 포함시킨 이유는 어학연수생이 학교를 외국에 알릴 뿐 아니라 진학 전 일종의 관문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며 “한국 대학의 국제화가 진전됨에 따라 어학연수생을 제외한 교환학생 수도 충분히 늘었기 때문에 이 점을 감안해 2014년 평가부터는 어학연수생을 집계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팀은 2주 전 이 내용을 전국 대학에 통보했으며 현재 의견을 수렴중이다.

외국인 학생의 ‘질적’ 수준은
국제화 지표엔 외국인 학생의 ‘양적’ 수치만 반영된다는 점도 문제다. 현행은 외국인 학생 선발 권한이 전적으로 대학에 있어 학생수준의 객관성을 담보할 만한 공통된 기준이 없다.

본교의 외국인 특별전형 지원자격은 ‘본교 한국어 정규과정 4급 이상 또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 이상을 취득했거나 이에 상응하는 한국어 능력을 인정받은 경우’ 또는 ‘TOEFL, TEPS, IELTS 중 한 가지 이상의 영어 성적 소유자 또는 이에 상응하는 영어 능력을 인정받은 경우’다. 하지만 모집 요강엔 ‘이에 상응하는’에 대한 기준이나 지원 가능한 TOEFL, TEPS, IELTS 점수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연세대, 성균관대 등 타 학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학평가기관의 국제화지표는 대부분 외국인 학생의 ‘질적’ 수준을 반영하지 않는다. 때문에 각 대학은 지원자 감소를 우려해 명확하고 높은 지원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다. 입학관리팀 외국인 특별전형 담당 직원 박순돌 씨는 “지원자들의 점수는 대학마다 별 차이가 없고 조건이 명시된 대학의 경우도 크게 높은 점수를 요하는 건 아니다”며 “너무 높은 점수를 기재하면 외국인 학생들이 지원을 꺼려할 수 있어 조건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 학생은 정원 외로 분류된다는 점을 노려 대학이 지표상승을 위해 여과 없이 외국인 학생을 선발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에 본교에 지원한 외국인 학생의 합격률에 대한 자료를 입학관리팀에 요청했지만 학교 측은 지원자 수 공개를 거부했다.

수치보다 내실에 치중해야
정창호(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는 “양적인 부분보다 측정하기 힘들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질적 부분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한 건 사실”이라며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 실제로 자신의 학업에 외국 경험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와 같은 질적인 부분이 반영된 평가 방법을 마련해야 학교가 내실 있는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화의 질적인 부분을 평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제도는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2011년 실시한 ‘외국인 유치·관리 역량 인증제(IEQAS)다. IEQAS 인증은 △외국인 유학생 순수 충원 수와 비율 △외국인 유학생 중도탈락율 △외국인 유학생 다양성 △유학생 유치를 통한 재정건전성 △신입생 유학생 숙소 제공율로 평가되는 유치관리역량을 지표로 하고 있다. 정량지표로 파악이 어려운 사항은 대학이 직접 자체평가보고서를 통해 소명할 수 있다. 교과부는 IEQAS 인증제 도입 취지에 대해 “외국인 유학생 증가에 따른 유학생 유치·관리의 모범적 기준을 제시하여 국내대학 유학생 관리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IEQAS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대학평가의 실효성을 두고 의문을 제기한다. 기관마다 평가 방법과 세부 지표가 달라 어떤 기관에서 대학평가를 실시하냐에 따라 대학의 순위가 다르게 매겨지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지표 계산법과 대학이 제출한 자료가 모두 비공개 처리돼 신뢰성에도 문제가 있다. 본교 박정훈 주임은 “대학평가는 각 대학이 평가 기관에 제출한 비공개 자료로 순위가 매겨지기 때문에 공시된 자료와 대학평가 순위가 맞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학과 교수는 현행 평가 제도에 대해 “차라리 대학평가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각 대학의 고유한 교육 방침이 대학평가에 끌려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학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대학평가지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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