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법. 이름만 들어도 많은 이들이 짜증을 토로할 듯하다. 최근 들어 국민건강증진법의 일환으로 정부에서 금연법을 제정해 피시방이나 외식업체에 흡연부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비록 많은 이들의 흡연의 자유가 축소되겠지만 비흡연자와 흡연자를 따로 격리해 간접흡연의 피해를 근절시키자는 취지로 금연법이 시행된 것이다. 이에 비흡연자들은 금연법을 대환영하였으며 대학가에도 흡연부스 설치에 대한 호응이 높아 이 금연 열풍을 타고 고려대를 포함한 몇몇 대학 캠퍼스 내에도 흡연부스가 설치되었다. 현재 고려대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중앙광장 앞과 과학도서관 뒤에 흡연부스가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대학생들의 금연을 촉진하자는 야심찬 출발에도 불구하고 흡연부스는 홀로 덩그러니 놓인 채 한낱 자리만 차지하는 시설물 신세로 전락하게 되었다. 흡연부스 이용자를 위한 배려가 결여된 흡연부스는 정작 흡연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버젓이 흡연부스 앞에서 흡연을 한다. 흡연부스 내에서 흡연을 하게 되면 폐쇄된 공간에서 다수가 내뿜는 담배연기에 타 흡연자의 연기도 마시게 되며 옷에도 담배 냄새가 배기 때문에 이용을 피하게 된다는 것이 흡연자의 말이다. 굳이 부스 안에서 피울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원래는 자유롭게 마음에 드는 장소에서 흡연을 즐겨왔던 흡연자들이 잠깐의 흡연을 위해 꼭 흡연부스가 설치되어 있는 곳 까지 가기도 어려울 뿐더러 흡연부스의 규모 자체가 10명 남짓으로 소규모 인원만을 수용하기 때문에 흡연부스의 활성화가 제대로 이루어지기는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이 쯤 되면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격리하여 간접흡연 피해를 막자는 취지의 흡연부스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점을 갖게 된다. 건강을 위해 금연하자는 흡연부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좋지만 목표달성은 커녕 시작부터 외면 받고 있는 쓸쓸한 흡연부스의 활성화를 위한 홍보책과 개선방안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흡연부스의 주 이용 대상인 흡연자들이 흡연부스의 필요성을 절감하도록 해야 하며 자발적으로 금연 운동에 참여할 명확한 동기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흡연부스의 궁극적인 금연의 목표를 이루도록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흡연부스가 잠깐의 금연 열풍을 타고 반짝하는 시설물이 아닌 모두가 자발적으로 이용하는 양심의 부스가 된다면 주변 환경 미화에도 큰 도움이 되고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공간 분리를 통해 서로가 사이좋게 공존할 수 있는 캠퍼스가 될 것이다. 흡연부스의 활성화로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모두 피해 없는 캠퍼스가 되길 바라며 또한 많은 이들의 기호식품인 담배가 단순한 개인의 기호를 위한 것만이 아닌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조금씩 흡연량을 줄여보는 것이 어떠할는지 조심스레 권장해 본다. 흡연부스, 학내 구성원의 건강을 위해 많은 교비로 공들인 시설물이 아무도 찾지 않는 흉물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길 바란다.

진수영 (인문대 영문10)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