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꿈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익숙하게 던지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그러나 대답하는 것은 늘 그렇듯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어릴 때, 뭘 잘 모를 때는 분명하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어떤 일이든 그것은 늘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제대로 답하기는 더욱 어려워진 것 같다.

  아버지는 예술가의 삶을 살기 위해 내가 아홉 살 때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입학하셨다.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서예에 소질이 많았는데 그대로 묻힌 채 동네 아저씨로 늙기엔 많이 후회할 것 같다고 하셨다. 치열하게 공부하고 작업에 매진하신지 10년이 지난 지금 아버지는 그 분야에서 인정받고 자리를 잡았다. 그래도 행복한지는 의문이었다. 워낙 세밀한 작업이고 고온에서 진행해야 해서 작업 스트레스 때문에 이도 10개 이상 빠졌다.

  아버지가 원하던 일을 하시는데도 일 자체가 즐겁지 않아보였다. 그것은 나에게 ‘꿈이 곧 행복’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한 때는 그것이 내 꿈이었어도 ‘먹고 살아야 할 수단’이 돼 버리면 평생 나를 힘들게 하리란 냉소만 가득 찼다. 그래서인지 손에 잡히는 일 모든게 어느 순간 귀찮고 떨쳐버리고 싶을 만큼 끔찍하던 때도 있었다. 보람도 없는 일을 왜 하냐는 질문을 거듭하던 찰나에 든 생각. 무엇에 보람을 느끼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되잖아?

  떠올려보면 아버지는 3개월에 걸쳐 작품을 하나 완성한 뒤엔 꼭 가족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셨다. 가족들이 보는 모습에 더 흡족해하시던 아버지. 작품을 하나 완성할 즈음엔 잇몸이 약해져서 이를 하나씩 빼야했던 아버지는 오늘도 작업실에 계신다.

  김연아 선수가 인터뷰 중 한 말이 떠오른다. 누구보다도 얼음 위를 즐길 것 같은 그녀도 그동안 훈련하고 싶었던 때보다 훈련하기 싫었던 날이 훨씬 더 많았다고. 무엇을 해도 힘들 거란 나의 무기력한 태도는 어쩌면 댓가없이 열매만을 바라는 나태함에서 기인한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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