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사람의 마음의 가장 밑바닥을 보고 자기의 마음을 보게 도와주는 것이 나의 일과다.

서양의 정신분석이나 동양의 도(道) 특히 불교에서는 원각경(圓覺經)에서 명시되어 있듯이 모든 사람은 사랑 받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 미움이 생긴다. 그리고 사랑을 받으려는 대상이 미움을 표현하면 사랑을 감추게 된다. 미움을 표현하지 못하면  사랑 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더욱 강해져 미움도 더 강해진다. 이 악순환을 윤회라고 한다. 이것이 중생이고 노이로제다.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사랑 받지 못한데 대한 미움의 표시인 것이다. 폭력을 행사하기 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친다. 처음에는 말로써 사랑을 요구한다. 안 되면 말을 잘 안 듣거나 여러 가지 행동 또는 밥을 안 먹는식의 병 증세로 표현한다. 이러다가 머리가 굵어지면 점차로 난폭해진다. 이럴 때 부모 스스로 또는 전문가의 도움으로 자녀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주면 폭력행사가 개선된다. 하지만, 부모의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화가 오래 쌓인 환자는 고쳐지지 않는다. 약물로서 다소 억제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안 된다.

폭력의 개인적인 원인은 임신 중 출생 때 그리고 출생 후의 경험 특히 부모내지 형제 등 가까운 관계에서 생기는 미운 감정과 적개심이 쌓여 있다가 폭발하는 것이다.

뇌의 이상으로 보는 것은 극히 드물다. 폭력행사와 뇌와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5년 전 노벨의학상을 받은 미국의 정신과 의사인 정신분석의인 칸델이 달팽이 뇌를 40년간 연구해서 얻은 결론이 ‘기억과 경험이 뇌를 발달시킨다는 것’이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가 바로 이것을 말한다. 우리는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같은 유전인자를 타고 나와도 경험에 따라서 뇌가 다르게 발달한다는 뜻이다. 그러기 때문에 태교가 얼마나 중요하고 어릴 때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어른들은 명심해야 한다.

나는 폭력을 접하는 사람의 심리상태를 자세하게 관찰은 하지 않고 원인을 치료한다. 일반적으로 권투나 이종격투기 등을 즐겨보는 사람, 그냥 보는 사람, 보려고 하지 않고 두려워하거나 혐오하는 사람들에게는 화?적개심이 많이 쌓여 있는 경우, 때리는 사람과 자기를 동일시해서 쾌감을 느끼고 대단히 즐기는 한 유형이 있다. 그리고 적개심이 많기 때문에 속에 있는 적개심이 나올까 두려워서 못 보는 사람이 있다. 양자가 다 화가 많은 것은 공통이다. 보통 사람은 별로 꺼리지 않으나 너무 심하면 폭력성 경기를 보려하지 않는다.

자기가 폭력의 대상이 되었을 때 자기를 방어하기 위한 폭력은 어느 정도까지는 정신건강의 조건이다. 건강한 사람은 공격을 당했을 때 자기를 방어하는 공격력이 있어야 한다.

요즘 우리사회의 청소년들이 학교에는 가지 않고 온종일 게임에 매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아이들도 화면에 나오는 폭력이나 잔인한 것을 보고 부모나 선생님이나 친구들에 대한 적개심을 발산하는 것이다.

2년 전에 중학교 2학년 남자아이가 학교는 안가고 종일 컴퓨터에 매달려 부모가 병원에 찾아 왔었다. 학생은 병원에 안가겠다고 해서 처음엔 어머니만을 오게 했다. 학생의 부모를 일주일에 2번, 나중엔 1번 그 다음에는 2주에 1번, 한달에 한번 모두 45번 만나는 과정을 거치자 학생은 완치가 됐다. 어머니에 따르면 이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마음이 몹시 불안했고 아기를 가질까 말까 망설였다고 한다.

이에 나는 태어난 후에 아이가 받은 영향을 보여주고 아들에게 일체 간섭을 하지 못하게 했다. 다 완치된 후 내가 학생을 한번 보자 해서 처음 만나봤다. 전국에 이런 아이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아 답답한 일이다. 주로 부모가 교육을 잘하겠다는 의도로 아이들 간섭하고 고문하는 것이 원인이다. 간섭을 안 하고 마음 편하게 해주면 공부하라하지 않아도 공부는 본인이 알아서 한다. 부모로서 꼭 해줘야 될 것은 적시에 해주어야 한다. 너무 빨리해도 안 되고 늦게 해도 안 된다. 왕따의 가해자나 피해자나 다같이 가정에서의 피해자들이다.

끝으로 우리나라의 폭력의 근본원인에 견해를 전달하고 싶다. 우리의 좋은 전통을 말살하고 서구 특히 미국 문화를 우리보다 나은 문화로 알고 맹목적으로 받아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폭력은 미국문화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다. 서양의 식자들은 서양문명은 야만 문명이고 폭력문명이라고 지적한다. 루이스 맘포드 같은 미국 철학자는 〈인간의 조건〉이라는 저서에서 과거 200년 서양역사는 야만과 붕괴의 역사라고 했다. 필자가 미국에 있을 때에도 미국 영화는 섹스 아니면 폭력이었다.

우리 문화전통의 정수는 지난 월드컵 때 일본과 한국에 대한 전 세계 사람들의 평가에서 나타난다. 양국 모두 친절했지만 한국은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친절을 베푼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응원이나 선수 경기는 폭력이 없다. 이런 일은 어느 나라에도 있을 수 없다.

우리는 비폭력 평화 공존이고 인(仁)의 수준이 제일 높은 전통이다. 주체성 상실에 빠져있는 것이 근본 원인이다. 그러기 때문에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風前燈火) 앞에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이동식(동북신경정신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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