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죽음’을 직면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아침, 숨을 쉴 수 없었다.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에 순간 영영 찾아오지 않을 것 같던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엄습해왔다. 지겨울 정도로 반복되는 내일이, 이제는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당시 나는 찢어진 왼쪽 폐가 정상크기의 10%로 줄어들어, 정상적인 호흡을 할 수 없는 아주 위급한 상황이었다. 발병의 가장 큰 원인은 담배였다. 기사로 인한 스트레스, 여자 친구와의 사소한 갈등, 막연하고 지루한 내 인생의 유일한 탈출구라 믿었던 담배는 내 폐를 갉아 먹고 있었다. 지독히도 힘들었던 한 달간의 치료를 마치고 ‘절대 금연’을 외치며 나온 세상은, 그 동안 의식하지 못했던 무형(無形)의 위협으로 가득했다. 거리는 담배를 손에 쥔 채 걸어 다니는 사람들로 넘쳤으며 좁은 식당에도 공용 화장실에도 담배연기는 자욱했다. 비흡연자에 대한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들의 모습은, 불과 몇 주 전의 내 모습이었다. 나는 죽음과 직면하는 극단적인 경험을 통해서야 비로소 비흡연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 자신이 한 없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사회를 이루는 가장 기초적이며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개인주의와 이기심이 만연한 지극히 ‘비인간적인’ 모습들로 가득하다. 얼마 전 시행 된 금연법은 오늘날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상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안타까운 예다. 비흡연자에 대한 인간적인 배려마저 ‘법’이라는 수단으로 강요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우리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회(社會)’의 사전적 의미는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집단’이다. 개인이 나만의 시선, 나만의 논리만을 추구한다면 그가 속한 집단을 남들과 더불어 사는 진정한 ‘사회(社會)’라 할 수 있을까? 가끔은 나의 이기심에 부딪쳐 넘어진 사람들을 위해, 손을 내미는 여유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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