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광주지법에서 의미있는 판결이 났다. 미쓰비시에 강제로 징용돼 고초를 겪은 위안부 할머님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제기 14년 만에 승소했다. 판결문은 ‘우리 모두는 같은 인간으로서 역사의 피해자들에게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마무리 된다. 할머님들은 이 당연한 승소가 ‘기적’이며 ‘시민의 승리’라고 평했다.

  ‘2차 대전 때 일본군들은 보급이 끊겼을 때 여자들을 겁탈해 정신적 사기를 충당했다. 반인간적 만행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을 것’ 최근 한 방송프로에서 소개된 성인 만화의 연재분이다. 일본군의 만행을 합리화하는 어처구니없는 대목이지만 공분은 없었다. 비난은 만화를 소개한 개그맨에게 돌아갔다. ‘음지 문화를 양지로 끌어온 데 대한 불쾌함’이 주된 목소리다. 한 개그맨은 ‘창녀들이 전세버스 두 대에 나눠 타는 것은 예전에 정신대 이후 참 오랜만에 보는 것 아니냐?’ 라는 과거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방송 하차를 선언했다. 그리고 단 6개월 만에 복귀했다. 6개월 간 ‘10년도 넘은 과거 발언으로 놓치기엔 아까운 인재’라는 의견도 많았다. 그렇다고 그에게 막연한 ‘비판’외에 별다른 조치가 처해진 것도 아니다. 복귀 후 그는 다시 공중파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 번 끔찍한 말실수를 했으니 생업을 그만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말실수가 단순한 실수로 용인되는 사회 분위기는 잘못됐다. 전범국인 독일은 나치시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까지 형사 처벌의 대상으로 두고 있다. 식민지였던 우리는 왜 이러한 발언에 무관심하며 처벌의 목소리조차 작은가. 할머니들의 감사인사에 부끄러워진다. 그 당연한 승소를 ‘기적’으로 만든 것이 시민의 공이고 덕임을 또 한번 통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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