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꼭꼭 씹어 드세요”, “밀가루보다는 쌀이, 고기류보다는 채소류가 건강에 좋아요” 본교생은 상식으로 알려진 ‘건강 고언(苦言)’에 맞는 식생활을 하고 있을까. 5일부터 7일까지 정경대 후문, 참살이길, 정문 앞, 법과대 후문, 이공대 후문 식당 40곳을 방문해 식사 시 본교생의 식습관을 짚어봤다.

특정 채소만 반복 섭취
  조사한 40개 식당 주 요리의 밑반찬으로 제공되는 채소류는 김치류와 단무지를 제외하면 양파(11곳), 양배추(10곳), 파(9곳) 순으로 확인됐다. 가정집에서 흔히 반찬으로 차리는 미역, 콩 등은 각각 1곳 에서만 제공됐다. 대부분의 식사를 사먹는다는 김성원(문과대 서문10) 씨는 “반찬을 많이 차리는 백반집에 일부러 찾아가도 다른 식당에서 늘 먹던 채소만 나온다”며 “특히 양배추는 닭갈비나 돈가스 등을 먹을 때 여러 번 접한다”고 말했다. 본교생의 ‘균형 잡힌’ 채소 섭취에 대해 김영순(보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안암 상권에서 주로 제공되는 채소는 영양학적으로 ‘질이 좋다’는 견해를 보였다. 김영순 교수는 “식당에서 접할 수 있는 채소 중 특히 양배추는 저렴하면서도 소화기관에 좋은 질 좋은 채소”라고 강조했다.

  학생의 채소 섭취는 조리 여부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생 양배추를 반찬으로 제공하는 돈가스 식당, 생 무·오이 등을 제공하는 냉면집 둥은 ‘학생 10명 중 4~5명 꼴로 채소를 남긴다’고 말했다. 반면 찌개, 샤브샤브 등으로 채소를 익혀 제공하는 식당에선 ‘학생 10명 중 2~3명 꼴로 채소를 남긴다’고 말했다. 이는 채소 특유의 식감에 대한 거부감 등에서 비롯된다. 강동희(문과대 독문12) 씨는 “채소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있다”며 “어릴 적부터 먹지 않아서 그냥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행동과 달리 샐러드는 그냥 버리기엔 ‘아까운’ 반찬이다. 생채소는 조리 과정에서 손이 많이 가고, 따로 채소를 사 먹기 힘든 학생에게 필요한 수용성 비타민 등의 영양소가 많다. 조사 식당 중 유일하게 주 요리 주문 시 2종류 이상의 생채소로 구성된 샐러드를 제공하는 ‘라이스스토리’ 황철종 사장은 기본으로 차리는 샐러드에만 6번 이상 손질을 하며 흙만 5번 이상을 씻어낸다고 말했다. 황철종 사장은 “사실 양배추에 소스 뿌려서 내는 것이 단가나 시간을 따지면 훨씬 이익”이라며 “그러나 회사의 지향점이 ‘건강’이기에 고객이 다양한 녹황색 채소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약 50%의 학생이 야채를 남긴다. 처음 차린 상태 그대로 버려지는 샐러드도 10접시 당 1접시 꼴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상대적으로 ‘남학생’과 ‘고연령대’ 손님이 채소를 선호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별히 ‘채소를 더 달라’고 주문하는 학생 중 남학생 비율이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숙주, 목이버섯 등을 제공하는 정경대 후문 ‘멘부리’ 최주일 사장은 “성비로 따지면 여학생은 절반가량이 채소를 남기고, 남학생은 채소까지 남김없이 먹는 편”이라며 “채소자체를 싫어한다기보다는 입이 짧아 채소를 남기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안암오거리 ‘이공신냉면’ 사장은 “같은 메뉴를 시켜도 대학원생이 학부생보다 채소를 추가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나이가 들수록 채소의 필요성을 느끼는 듯하다”고 말했다.  


5분 안에 ‘해치우는’ 식사
  조사 식당 손님의 평균 식사 시간은 20분이었다. 닭갈비볶음밥 등의 ‘철판요리’와 ‘찌개류’, ‘백반(밥을 주요리로 하고 반찬이 피클과 김치 외 두 개 이상 제공)’ 음식점의 식사 시간은 21분으로 평균을 약간 웃돌았고 ‘단품(밥을 주요리로 하고 반찬이 피클과 김치 외 두 개 미만 제공)’, ‘패스드푸드’ 음식점 역시 평균 19분을 기록해 음식에 따른 식사 시간은 비슷했다. 그러나 ‘1인 손님’이 많다고 답한 ‘알촌’과 ‘카모메’, 하숙·자취생 대상 식당이 많은 정문 앞과 법대 후문 음식점의 평균 식사 시간은 13.5분이었다. 최단 평균 식사 시간(10분)을 기록한 알촌 점원은 “혼자 와서 후다닥 먹고 가는 학생이 많다”며 “평균은 10분이지만 5분도 안 돼 그릇을 비우는 학생도 많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빠르게 ‘해치우는’ 식사가 건강 상 여러 문제를 유발한다고 말한다. 이숙희 영양교사는 “빠른 시간 안에 맛을 느껴야 하니 더 강한 맛을 찾게 되고 결국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달고, 짜고, 매운’ 음식을 찾게 된다”며 “역류성 식도염 같은 소화기 계통 질환은 물론이고 포만감을 늦게 느껴 고열량 음식을 무분별하게 폭식해 폭식증도 앓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음식을 빠르게 먹는 이유로 점심 땐 ‘강의 시간을 맞추려’, 저녁엔 ‘학회·동아리 활동을 위해’, ‘아르바이트 때문’이라고 답했다.


안암 상권엔 면류가 ‘대세’
  ‘면 메뉴’는 전체 494개 조사 메뉴 중 131개(26.5%)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82개의 ‘면 메뉴’ 식당은 이태리, 베트남, 인도 등지의 음식인 스파게티, 쌀국수 등 외국 음식을 주력으로 판매한다. 쌀국수를 취급하는 ‘블루스 리’의 이규화 사장은 “베트남 음식을 주 요리로 선택하며 면 요리도 함께 취급하게 됐다”며 “면 요리는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기에 이를 활용하는 식당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밥과 면을 함께 취급하는 백반집과 같은 식당의 면 메뉴 판매 비율은 밥메뉴 대비 80% 수준이었다. 밥이 주 요리인 백반집의 경우 대부분이 ‘라면’, ‘냉면’ 등의 면 요리를 함께 취급하는 반면, 면이 주 요리인 국수집에선 대부분 ‘국수’만 취급했다. 메뉴에 ‘공기밥’이 있지만 추가 요리 수준이었다. 밥을 주 요리로 취급하는 음식점에서도 면류 추가가 활발했다. △부대찌개 △찜닭 △닭백숙탕 등을 취급하는 음식점에서는 90% 이상의 학생들이 당면 등을 추가 주문한다고 답했다. 식당 관계자들은 2000원 안팎의 가격에 쉽게 포만감을 느낄 수 있어 손님들이 활발하게 면류를 추가 주문한다고 답했다. 법대 후문 ‘유정’ 최필금 사장은 “특히 객지에 나온 하숙생이 저렴하면서도 배 채우기 좋다”고 말했다.

  학교 주변 ‘면 메뉴’ 식당이 많아지고 면 메뉴에 대한 학생들의 선호도 높은 까닭에 대학생은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로 이어지는 ‘탄수화물 중독증’(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하고도 허기를 느껴 지속적으로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일종의 중독 증세)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면은 밥으로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보다 중독성이 심하다. 김선미(의과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탄수화물 중독이 아니라도 뇌에는 기본적으로 탄수화물을 ‘탐닉’하는 특성이 있어 필요 이상의 탄수화물 섭취를 부르기 쉽다”며 “탄수화물은 체내에서 중성지방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과다한 탄수화물 섭취는 지방간 등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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