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김연광 기자 kyk@

  “심각하다, 심각해.” 이숙희 영양교사, 이경희, 조영선 영양사는 식단을 보며 탄식했다. 이숙희 영양교사는 ‘대학생이 강의 시간 사이에 빠듯하게 식사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인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라 가장 심각한 문제를 꼽기도 힘들다고 했다. 안지윤(문과대 독문11, 하숙), 윤철준(문과대 독문11, 자취), 최유정(문과대 독문11, 통학), 이영서(공과대 건축13, 통학), 김성한(사범대 체교11, 통학), 이건희(간호대 간호11, 통학) 씨의 1주일 치 식단을 통해 2013년 고대생의 식생활을 살펴봤다.

규칙적인 ‘식사’가 중요
 
  이숙희 영양교사는 6명 중 최유정 씨의 식단을 최악으로 꼽았다. 다른 학생의 식단도 저질(低質)인 상태를 보였지만 빵, 라면 등으로라도 배를 채운 반면 최유정 씨는 끼니를 음료만으로 때운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유정 씨는 7일 동안 섭취한 21끼 중 8끼를 커피나 주스로 대체했다. 특히 6일차엔 아침과 저녁을, 7일차엔 점심과 저녁을 커피로 해결했다. 유정 씨는 “전공강의와 학회의 과제가 많아 쉬는 시간이 생기면 밥을 먹지 않고 카페에서 과제를 한다”며 “졸음도 쫓을 겸 커피를 자주 마시는 편”이라고 말했다.

  유정 씨처럼 음료로 끼니를 때우면 섭식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이숙희 영양교사는 “식사량이 극단적으로 적은 경우 위장장애 뿐 아니라 소화기능이 떨어져 몸이 식사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며 “거부 증세는 거식증, 폭식증 등 섭식장애로 이어질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경희 영양사 또한 “우리 몸은 충분한 음식이 공급되면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낸다”며 “음료수로 열량을 채우면 열량은 과잉상태인데 중단신호가 없어 과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대학생들이 커피 대신 콜라로 식사를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하자 영양사들은 만류하며 고개를 저었다. 조영선 영양사는 “제시된 식단대로라면 칼슘이 굉장히 부족해 골다공증의 위험이 있다”며 “탄산음료에 함유된 인이 신체의 칼슘을 앗아가 골다공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열량은 일반 식사 못지않지만 액체 형태로 제공되는 점도 해롭다고 지적했다.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안지윤, 윤철준 씨 모두 아침을 매일 걸렀지만 평가는 엇갈렸다. 지윤 씨는 규칙적인 시간에 밥 위주로 점심과 저녁 식사를 해결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특히 4일 차엔 점심과 저녁(점심: 쌀밥, 김치찌개, 낫또 / 저녁: 쌀밥, 김치찌개, 쇠고기, 명이나물, 겉절이)을 균형 잡힌 식단으로 섭취해 세 영양사 모두 제시된 사례 중 이를 ‘그나마 나은 식단’으로 꼽았다. 이숙희 영양교사는 지윤 씨의 식단에서 아침을 거르는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지윤 씨 나름대로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윤 씨는 “오랫동안 아침에 밥을 먹지 않아 오히려 아침을 먹으면 식곤증이 온다”며 “공부에 부담이 돼 아침을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 영양사는 뇌를 많이 쓰는 고시생은 아침을 먹어야 뇌가 학업에 쓰일 에너지를 원활히 공급한다고 충고했다. 또 세 영양사는 두유, 견과류, 바나나 등 간단한 음식으로라도 아침 먹는 습관을 기르라고 권했다.

  반면 철준 씨의 첫째 날 식단은 이경희 영양사에게 최악으로 꼽혔다. 끼니를 걸렀을 뿐 아니라 밀가루 위주의 야식을 먹었기 때문이다. 철준 씨는 첫째 날 밤 10시 30분에 도넛을 먹은 것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윤철준 씨는 “야식은 ‘인생의 낙’”이라며 “고시준비를 하며 자취를 하다 보니 외로운 마음에 밤에 친구를 불러 야식을 먹게 된다”고 말했다. 이경희 영양사는 “기름진 음식을 밤늦게 먹으면 소화기관에 무리를 주며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밀가루 음식의 잦은 섭취는 무기력증을 유발해 고시생에게는 최악의 식단”이라고 말했다. 유정 씨 역시 밤 10시 이후 닭죽, 떡볶이 등 야식을 섭취해 세 영양사의 지적을 받았다. 세 영양사는 ‘야식을 자주 섭취하면 속이 더부룩해져 아침을 거르게 되며, 이로 인해 애매한 시간에 점심 저녁을 먹게 돼 밤에는 야식을 찾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생체 흐름이 틀어지면 감정의 기복이 커지거나 폭식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조언했다.


섭취하는 음식물도 문제

  즉석식품과 가공식품 위주로 이뤄진 이건희 씨의 식단은 개선이 시급하고 지적했다. 이건희 씨는 1일차부터 4일차까지 라면이나 김밥을 하루에 한 끼 이상 먹었다. 조사 기간 동안 브리또, 베이글, 치킨 등 가공식품도 꾸준히 섭취했다. 영양사들은 즉석식품에 첨가된 조미료를 위험요소로 꼽았다. MSG와 같은 ‘공인 받은’ 조미료라 하더라도 수십 가지 조미료가 몸 안에서 어떤 화학반응을 일으킬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조미료 때문에 오래된 재료를 경각심 없이 섭취하게 되는 점도 지적됐다. 이경희 영양사는 “즉석식품의 경우 몇 년 묵은 쌀을 사용해도 햅쌀의 맛과 식감이 난다”며 “자극적인 조미료를 사용하고 수십 가지의 첨가제를 사용해 묵은 재료가 신선한 재료로 둔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식품 첨가제를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본인 뿐 아니라 2세에게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이숙희 영양교사는 “잦은 첨가제 섭취 시 극단적인 사례는 아니라도 섭취자와 2세 모두에게 아토피 등의 피부질환이 생길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기형아 출산율이 높아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영양사들은 고열량 음식 위주로 구성된 식단 구성도 염려했다. 이영서 씨가 4일차 점심에 먹은 치킨버거는 빵 대신 치킨이 들어간 햄버거로 열량이 870kcal에 육박한다. 같은 날 저녁에는 한 조각에 286kcal에 이르는 라지 사이즈 피자를 친구와 함께 섭취했다. 이영서 씨는 “그때 그때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며 “고열량 식단을 의식해 따로 운동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경희 영양사는 고열량 식품에 대해 ‘적게 먹으면 된다’, ‘먹고 다음날 굶으면 된다’는 식의 생각은 어리석다고 꼬집었다. 내장에 지방이 꽉 찬 ‘마른 비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양사들은 내장지방이 성인병의 주원인이며 심혈관 질환을 유발해 뱃속의 ‘시한폭탄’이라고 비유했다. 조영선 영양사는 “20대 여성도 피하지방 형태로 지방이 축척돼 연소가 힘들지만 남성도 장기 사이 지방이 쌓여 지방연소가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세 영양사는 고열량 메뉴로 한 끼를 채울 바에야 (다른 끼니를 일반식으로 먹는다는 전제 하에) 한 끼를 굶는 것이 이롭다고 덧붙였다.

  식단 내 탄수화물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점도 문제로 꼽혔다. 빵(브리또, 베이글), 김밥, 라면 등을 중심으로 한 이건희 씨의 식단은 ‘탄수화물 일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칼국수, 쌀국수 등 ‘면류’ 섭취가 잦은 안지윤, 윤철준 씨의 식단도 탄수화물 비중이 높았다. 이경희 영양사는 “면류를 섭취하면 밥을 먹을 때보다 혈당이 급격히 올라간다”고 말했다. 영양사들은 불규칙한 식사시간, 잦은 탄산음료 섭취가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과 맞물리면 이른바 ‘식탐 호르몬’이라 불리는 그렐린(Ghrelin)의 분비가 활성화 된다는 점도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그렐린은 위와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배고픔과 식욕을 촉진시킨다.


양배추에 소스만 찍어도 훌륭해

  학생들은 육류를 먹으며 채소를 함께 섭취했지만 간간이 섭취하는 ‘쌈 채소’의 양은 ‘채소 섭취’라 보기엔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쌈은 그나마 ‘채소 역할’을 해주는 반찬이지만 양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이숙희 영양교사는 “채소를 섭취하지 않으면 육류에 포함된 단백질 등의 영양소도 제대로 흡수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세 영양사는 매식(買食)이 잦아 채소를 접하기 힘든 대학생에게 비빔밥을 권했다. 이숙희 영양교사는 “비빔밥은 웬만한 식당에서도 접하기 쉬울 것”이라며 “채소 특유의 아삭한 식감과 맛 때문에 채소를 기피하는 학생이 많지만 비빔밥 속 채소는 식감과 맛이 덜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숙생이라면 ‘생채소’를 챙겨 먹거나 과일을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조리 공간이 없는 하숙생의 특성 상 채소류를 따로 조리하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세 영양사는 채소 중에는 당근과 오이를, 과일 중에는 사과와 감, 귤을 추천했다. 당근과 귤은 보관이 용이하고 가격도 저렴해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내에서 음식 조리가 가능한 자취생에게는 조금 귀찮더라도 샐러드를 만들어 먹을 것을 권하기도 했다. 이경희 영양사는 식단 분석 결과 ‘자취생’인 철준 씨의 채소 섭취량이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경희 영양사는 “생 양배추 4분의 1통을 씻어서 시판 드레싱만 찍어 먹어도 괜찮으니 제발 좀 채소를 먹으라”고 강조했다. 또 1인 가구는 식사량이 많지 않아 시장에서 대량으로 구매해 재료를 남겨 썩히는 것보다 가격은 조금 비싸도 마트의 소분 채소를 사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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