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암에서 ‘1시간 일해 1끼 먹기’는 가능할까. 업종과 메뉴에 따라 △분식 △단품(밥을 주요리로 하고 반찬이 피클과 김치 외 두 개 미만) △백반(밥을 주요리로 하고 반찬이 피클과 김치 외 두 개 이상) △중식 △패스트푸드 △기타(이태리식, 인도식 등)로 나눠 정경대 후문, 참살이길, 정문 앞, 법과대 후문, 이공대 후문에 위치한 식당 40곳을 무작위로 선정해 총 494개의 메뉴의 가격과 책정 이유를 조사했다.

  시간 당 최저임금(2013년 기준)인 5250원으로는 494개의 메뉴 중 202개 메뉴를 먹을 수 있었다. 5250원으로 식사가 가능한 식당 메뉴(202개) 중 백반집이 63개 메뉴로 가장 많았고 △분식집(50개) △단품식당(43개)이 뒤를 이었다. 가장 비싼 4개 메뉴는 모두 인도식에서 나왔다. 최고가(最高價) 상위 16개 메뉴(인도식 ‘스페셜세트메뉴(1인)’ 2만원, 이태리식 ‘마레토마토’ 외 5개 메뉴 1만2800원) 중 이태리식이 10개, 인도식은 6개 메뉴였다. 대학가 주변의 밥값은 가격에 대한 학생의 의식과 소비구조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특히 대학가 평균 식대 상승의 주 원인인 고가의 외국 음식점은 성행에 충분한 수요가 있어 증가한다고 평가한다. 안병일(생명대 식품자원경제학과) 조교수는 “한 일식집은 가장 싼 메뉴가 만원인데도 학생이 많은 것을 본적 있다”며 “대학가의 음식 물가가 비싸지는 이유도 재정적 여유가 있는 학생 수요에 발맞춰 고가의 식당이 입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사한 메뉴의 평균 가격은 6240원으로 이태리식과 인도식이 포함된 ‘기타’ 항목의 식당 메뉴가 가장 비쌌다. 평균 가격이 가장 낮은 품목은 분식류(3340원) 였다. 가격이 가장 저렴한 상위 16개의 메뉴는 모두 분식점(찐만두, 라면은 최저가 1000원, 야채김밥 외 4개 메뉴는 최저가 2000원)에서 나왔다. 최저가 상위 16개 메뉴 중 라면은 7품목(최저가 1000원), 만두(최저가 1000원)와 김밥(최저가 1500원)은 각 3품목이 항목에 올랐다. 중식(4740원) 역시 분식류와 함께 업종 평균 가격이 1시간 최저 시급보다 낮았다.
 
  백반(5410원)은 평균 가격이 단품식당(5520원)에 비해 오히려 110원 가량 저렴했다. 백반의 기본 반찬이 단품식당보다 최소 1개 이상 많이 차려지는 것을 감안하면 의아한 수치다. 이는 안암 상권 내 대부분의 백반 식당이 다소 이익이 적어도 많이 팔려는 ‘박리다매’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최저가 3000원 메뉴를 제공해 조사 식당 중 가장 저렴한 백반 식당이었던 ‘엄마손식당’ 경점순 사장은 “백반집은 이곳에서 생활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장사하기 때문에 단일품목 가격을 높이면 손님을 모으기 힘들다”며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인건비를 줄여 3000원, 4000원 대의 메뉴를 공급한다”고 말했다.

  평균 가격이 가장 비싼 이태리식(1만1720원)과 인도식(1만70원)은 해당 업종 식당 내 어떤 메뉴도 5250원으로는 먹을 수 없었다. 가장 싼 이태리식 ‘알리오올리오’와 인도식 ‘탄두리치킨’이 각각 6000원, 8000원이었고 가장 비싼 이태리식 ‘진한미트소스라자냐’와 인도식 ‘스페셜세트메뉴(1인)’ 메뉴는 각각 1만4800원, 2만원에 이르렀다. 이들 업종의 가격 책정이 고가로 형성된 것은 식자재 비용보다 인건비 탓이 컸다. 15년간 이탈리아 음식점과 인도 음식점을 운영한 ‘오샬(Otsal)’ 이용섭 사장은 “인도 음식점의 경우 대부분 인도·네팔 등지에서 현지인 요리사를 고용하는데 이들의 숙소까지 식당이 책임진다”며 “이들의 비자를 유지하기 위해 한국관광공사에 120만원씩 연회비를 지불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안암 상권에서 제대로 된 밥 위주의 한 끼 식사를 하려면 ‘최소’ 3000원 이상은 있어야 하기에 밥버거 등 ‘오리엔탈 테이크아웃(밥, 면류를 박스에 담아 포장해주는 것)’메뉴를 찾는 학생도 많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포만감이 크기 때문이다. 노가영(이과대 물리13) 씨는 “‘봉구스밥버거’에서 파는 밥버거가 양도 많고 종류도 다양해 자주 찾는다”며 “특히 다른 식당보다 저렴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어 선호한다”고 말했다. 캠퍼스 주변 편의점의 빵과 삼각김밥 등 이른바 ‘식사 대체 식품’ 역시 가게 매출의 상위 품목으로 꼽힐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 정경대 후문 앞 ‘미니스톱’ 신정숙 점주는 “빵과 우유가 가장 잘 팔리고 삼각김밥과 샌드위치, 이온음료도 학생의 구입이 많은 품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