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생의 거주지가 집중된 개운사길은 안암 지구대가 선정한 ‘여성 안심귀갓길’중 하나다. 늦은 시간 본교생은 학교에서 주거지까지 정말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을까. 두 명의 여기자가 23일 토요일 새벽 4시부터 5시까지 홍보관에서 출발해 △개운사길 △개운사2길 △참살이길 △안암 오거리를 걸어봤다.

인적이 줄어드는 새벽시간엔 시야 확보가 중요하다. 개운사길과 정경대 후문(사진)은 조사 지역중 가장 가로등 불빛이 밝았다.

조명 밝고 통행자 많은 개운사길
  국제관 앞을 지나 정경대 후문에 다다르자 불안한 마음이 조금 가셨다. 학생들이 네다섯씩 무리를 지어 걸어가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주로 늦게까지 술을 마시다 이제야 귀가를 하는 학생이 많았다. A(자전13) 씨와 친구들도 술을 마시다 기숙사 통금을 어겨 다른 친구의 자취방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새벽에 길에 나와 있는 것이 무섭지 않으냐’는 기자의 물음에 A 씨는 “친구들과 함께 있어 무섭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나 ‘혼자 길을 걸으면 어떨 것 같냐’는 물음에는 말끝을 흐렸다. A 씨는 “난 남자라 괜찮지만 여학생이 혼자 늦은 시간에 술에 취해 걷기엔 위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암 지구대가 선정한 ‘여성 안심귀갓길’인 개운사길은 그 이름처럼 여성이 안심하고 걸을 수 있을 듯했다. 교내와 달리 가로등이 밝아 일직선으로 난 도로를 한눈에 끝까지 파악할 수 있었고, 정경대 후문보다 통행하는 사람도 많아 ‘위험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개운사길에 위치한 GS25에는 늦은 시간에도 물품을 구매하러 온 학생이 많았다. 야간 아르바이트생 김동준 씨는 오후 10시에 출근해 오전 8시에 퇴근한다. ‘취객이나 위협적인 손님을 만난 적 있느냐’는 질문에 김동준 씨는 “개운사길이 위험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며 “한 달간 근무하며 ‘진상 손님’도 두 번 겪었지만 눈물을 흘리거나 물건을 퉁명스럽게 계산하는 정도였다”고 답했다.

어둡고 인적 드문 개운사2길
  개운사 입구에서 왼편으로 걸음을 돌려 개운사2길로 향했다. 개운사길과 마찬가지로 가로등은 밝았지만 발길이 꺼려졌다. 개운사2길은 언덕에 위치한 건물 간 간격이 좁고 가로등이 설치되지 않은 골목도 많아 한눈에 곳곳을 파악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더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자 한 치 앞도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어두운 틈샛길도 나타났다. 무릎까지 오는 하숙집의 담들은 보안 역할을 하지 못했고 오히려 너머에 누군가 숨어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마저 느껴졌다. 막다른 골목 끝에도 가로등이 있었지만 움직임을 인식해야만 불이 켜져 가로등이 켜지기 전에는 골목을 걷는 내내 희미한 큰길의 조명에 의지해야 했다.

  개운사2길을 걷다 위험에 처해도 다른 이에게 즉각 도움을 받기란 어려워 보였다. 개운사길과 달리 개운사2길에는 사람이 없었고, 2명의 사람을 마주쳤지만 그마저도 개운사길로 접어드는 큰길에서 마주친 것이었다.

  4시 30분경 개운사2길을 빠져나와 안암역 사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승용차와 택시가 낮과 다름없이 운행되고 있었다. 이 시간에는 안암동 일대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도 볼 수 있었다. 환경미화원 강옥희 씨는 새벽 2시부터 집을 나서 도로를 청소한다. 강옥희 씨에게도 ‘새벽에 길에 나와 있는 것이 무섭지 않으냐’고 물었다. 강 씨는 “골목에서 성기를 내놓고 있는 남학생을 마주칠 때가 있다”며 “그럴 땐 나이를 먹었어도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취객 많아 불안한 참살이길
  참살이길에는 만취한 취객이 많았다. 외국인 학생은 고성을 지르며 돌아다녔고,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학생도 있었다. 개운사2길에선 사람이 없어 불안을 느꼈지만 참살이길은 술에 취해 누군가 시비를 걸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피어났다. 도로 환경 역시 엉망이었다. 인도에는 일일주점을 홍보하기 위해 붙여 둔 노끈이 널려있었고 터진 쓰레기봉투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 학생의 의견도 개운사길과는 대조됐다. 참살이길 세븐일레븐에서 근무하는 이용직(문과대 언어10) 씨는 “새벽의 참살이길은 치안이 불안하다”며 “술에 취해 가게 앞에서 싸우는 학생도 많고 담배를 사려는 십 대 청소년들도 자주 방문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근처에 파출소가 있어 안심된다는 행인의 말을 듣고 도착한 안암 오거리에서는 한참 동안 파출소를 찾을 수 없었다. 두 차례 다른 행인에게 묻고 나서야 불이 꺼져 있는 파출소 건물을 발견했다. 안암 오거리에 있는 파출소 건물은 일반 파출소가 아니라 ‘마약 수사대’로 심야 순찰과 방범 업무는 보지 않는 듯 문이 닫혀있었다. 한 곳 정도는 학교 주변에 경찰이나 관계자가 치안을 살필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다시 소란한 참살이길과 적막한 개운사길을 거슬러 올랐다. 한 번 지나온 길이라 생각처럼 불안한 길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홍보관에 들어가서야 잰걸음이 잦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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