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상범 강사

   19일 2012학년도 2학기, 2013학년도 1학기 수상교원들이 모이는 석탑강의상 만찬회가 경영관 6층 안영일홀에서 열렸다. 석탑강의상은 매 학기말 실시하는 학생수강평가에서 전체 강좌 중 상위 5% 내의 평점을 얻은 강의에 수여된다. 2012학년도 2학기 사고와 표현 강의 부문에서 석탑강의상을 수상하고, ‘가장 대학강의다웠던 강의', '사고와 표현이라는 강의제목이 어울렸던 강의’라는 수식이 매학기 강의 평가마다 붙는 편상범(철학과) 강사를 만났다.

- 어디에 중점을 두고 수업을 하는지
“수업의 의의는 사고력 향상에 있다. 근데 보통 사고력을 어떤 일을 수행하는데 이용하는 능력으로 본다. 그러나 사고는 그 사람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고, 생각 즉, 성찰의 힘에 따라서 본인이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느냐 결정된다. 그래서 자기성찰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하는 것이 수업의 목표다.”

- 토론 위주의 수업을 한다
“사고와 표현 수업에서 향상시켜야 할 것은 학생들의 사고력이지 교수의 사고력이 아니다. 자기표현을 해야 그 과정에서 사고력이 향상된다. 사고와 표현은 특정 지식을 전해주는 것이 아닌 사고력과 표현력의 향상을 위한 생각 표현의 반복이다. 교수는 학생이 고쳐야할 점이 있다면 지도를 해주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 교재선정의 기준이 있다면
“문학, 비문학 고전을 번갈아 사용한다. 문학은 피부로 와 닿는 간접경험을, 비문학은 이론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접하도록 해 서로 보완관계에 있다고 본다. 고전을 고집하는 이유는  옛 것만이 아니라 시대가 바뀌어도 읽힐 수밖에 없는 고전만의 매력이 있기에 그런 것들을 전해주고 싶어 그렇다.

- 독서량이 부족한 대학생 고전 읽는 게 어려울 텐데
“텍스트 이해가 안 된 상황에서 토론하게 되면 계속해서 고전의 내용에서 벗어난다. 그래서 독해가 잘 안 되는 교재의 경우, 조별토론으로 서로 이해가 안 되는 것을 물어보고 답하는 시간을 토론 이전에 갖는다. 그리고 직접 조별로 돌아다니면서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다고 하면 설명해준다. 그래서 교재는 지금까지 여러 번 읽고 잘 알고 있는 작품을 선정해 학생들을 확실히 이해시킬 수 있도록 한다.”

- 학생들의 태도와 관련해
“학생들의 태도가 좋다. 다른 일을 하기가 힘들다. 발표와 토론 중심의 수업. 아무 준비 없이 발표자의 이야기를 듣기가 쉽다. 그래서 EKU에 미리 발표문을 올리고 발표문에 대해 댓글을 모두 달도록 한다. 그리고 그 댓글을 평가한다. 그러면 토론할 주제와 텍스트를 읽고 발표문에 코멘트를 하기 때문에 ‘시비(是非)’를 걸게 있고 수업에서 이미 흥미를 가지고 들어온다.

- 어떤 학생이 사고와 표현 수업에서 좋은 학생
“자비의 원칙을 잘 지키는 학생이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거나 말을 들을 때 우선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논리가 부족하더라도 자신이 채워주려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비판을 하더라도 그 다음에 제대로 된 비판이 되고 토론도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그렇지 못한 학생들이 자기주장에만 몰두하고 상대방 주장에 귀를 기울이더라도 비판거리만 찾는다. 하지만 사고력은 나 혼자 내 머리만 굴린다는 것보다는 상대방의 생각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내 사고력이 향상된다. 그리고 그런 학생들이 좋은 학생으로 평가를 받는다.”

- 수업환경 관련 어려운 점
“사고와 표현 수업은 학생들에게 글을 많이 쓰게 한다. 쓰고 첨삭까지 요구하는데 그게 너무 힘들다. 강의준비와 강의만 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의 글을 첨삭까지 하는 건 감당하기 힘들다. 다른 학교의 경우에 이와 같이 글쓰기 중심의 수업에는 수업마다 전담조교가 있다. 대학원생 참여 첨삭 개인지도도 해준다. 좋은 시설 만드는 돈보단 그런 곳에 돈을 써서 대학원생들에겐 일자릴 마련하고, 자기공부를 하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 요즘 학생들이 우려되는 점
“정치적인 주제가 나오면 굉장히 어렵다. 토론을 통해 자기의 생각이 바뀌는 게 어렵고 기존의 정치적 견해 고집하다 끝난다. 또 무관심한 학생들도 많다. 정치적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점이다. 민주주의에 있어 위험한 요소다. 밀의 <자유론>에서 정치적 자유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이야기할 때 국가 보안법 등을 다루는데 학생들이 의외로 보수적이다. 해당 문제에 대해 사회를 비판적으로 보면 마치 금기를 건드리는 것처럼 반응한다. 학생 때의 공부는 시스템 밖에서 우리 사회를 보는 사고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서 보수화된 경향을 드러낼 때 우려스럽다.”

- 학생들에게 당부의 말
취업 환경이 안 좋은 상황은 이해하지만 이에 갇혀서 실용적인 측면에서만 공부만 하는 게 안타깝다. 학생들에게 취직공부나 시험공부는 공부가 아니다.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는 도구로서의 공부일 뿐이다. 진짜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취직시험은 사적인 영역의 문제다.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사적인 영역에서 벗어나 공적인 영역 공동체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취직하려고 힘쓰되 취직환경을 바꾸고 공동체를 바꿀 수 있는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공동체에 대한 관심, 참여 민주주의가 제대로 세워질 것이다. 억지로 해서는 되는 게 아닌데 이런 안목과 지혜의 힘을 길러주는 공부의 첫 단계가 독서다. 누가 권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독서목록을 만들고 토론하고 그것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며 대학생활을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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