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문화연구소 특강의 일환으로 20일에 강연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가 진행됐다. 연사로는 김선욱(국제어학원 소속) 박사가 나섰다. 김선욱 박사의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작가 세르반테스의 파란만장한 일생과 <돈키호테>를 보는 다양한 해석을 정리했다. 세르반테스는 1571년 레판토 해전에 참전해 조국을 위해 용감히 싸웠다. 전쟁 중 가슴과 왼손에 총상을 입었는데 항상 전투의 격전지만을 고집했다. 동료들은 세르반테스를 ‘레판토의 외팔이’라고 부르며 그의 용맹을 존경했다. 하지만 4년 후 귀국을 위한 항해에서 불행히도 해적선의 습격을 받는다. 이후 5년의 노예생활 끝에 세르반테스는 간신히 고국에 돌아왔지만 그를 받아주는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스페인의 경제상황은 깊은 불황의 늪에 빠져 있었고 레판토 해전의 승리는 옛 일이 됐다. 천신만고 끝에 그는 말단 관리가 되지만 1597년 세금 포탈죄로 2년간 투옥된다. 그는 투옥 중 자신의 전쟁 공로를 인정하지 않는 스페인을 조롱하려 <돈키호테>를 구상하게 되고 1605년 마침내 <돈키호테>를 출간한다. <돈키호테>의 주인공 돈키호테는 기사 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 정신 이상이 생긴 나머지 자신을 떠도는 편력기사라고 생각하고 모험을 떠난다. 책의 1부에서 돈키호테는 주막을 영주의 성으로 봐 스스로 기사가 되는 의식을 거행하고, 행인들에게 가상의 여인 돌시네아의 아름다움을 복창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농부 산초판사를 수행인으로 데리고 다니며 돌시네아를 구하기 위해 풍차와 싸우고 양 떼와 싸우는 등 비정상적인 모험을 해 나간다. 이를 보다 못한 동네의 신부와 이발사가 그를 달래 집으로 돌아오며 1부가 막을 내린다. 2부는 이와 반대로 집에서 끙끙 앓고 현실을 직시하려는 돈키호테에게 주변 사람들이 환상을 부여한다. 고향의 학자 카라스코는 돈키호테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모험을 부추겨 다시 백월의 기사로 변장해 고향에 돌아갈 것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돈키호테는 상당한 정신적 혼란을 겪게 된다. 이렇듯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를 경험하는 돈키호테는 정체성 혼란이 극심했던 당대의 방황을 대표한다. 근대 시민사회가 태동하고 세속화가 급격히 일어나면서 당대 사람들은 가치관의 혼란을 겪었다고 한다. 특히 종교개혁으로 절대적 진리가 구교와 신교로 나뉘며 관념의 질서가 분열된 사람들이 많았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 서문에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시대인을 조롱하기 위해 글을 썼다고 밝혔다. 돈키호테를 향한 조롱은 결국 이성의 시대가 몽상의 시대에 보내는 야유이다. 이는 최근 디지털 혁명으로 허구와 실재의 구별이 흐려지고 있는 현시대에도 대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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