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대학생 자원봉사’를 검색했다. 검색된 168개의 사이트엔 기업 주관 봉사 사이트, 20대 NGO단체 등 대학생이 봉사 할 수 있는 영역이 다양했다. 교육봉사, 벽화봉사부터 ‘학창시절에 쓰던 펜’을 기부하는 단체도 있다. 본교에도 중앙동아리연합회와 애기능동아리연합회 총 9개의 봉사 동아리가 등록돼있다. ‘운화회’ 등 교육봉사 동아리가 4개이고, 장애인과 노인의 목욕을 돕는 ‘비누방울’ 도 활동한다. 이처럼 대학생 봉사의 영역이 다방면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대학생 봉사자는 어떤 모습인지 봉사 현장 관계자에게 들어봤다.

순수 봉사대신 스펙 봉사로 변질
민주당 유기홍 의원이 분석한 ‘2011~2013 공공기관 신입사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봉사 경력자 비율은 2013년 91%로 사실상 구직자들이 갖춰야 할 ‘기본스펙’이 됐다. 그러나 취업컨설팅 사이트 잡코리아가 11월 구직자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구직 시 쓸모없는 스펙’을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자(23%)가 봉사를 꼽았다. 또한 봉사는 잡코리아가 351명의 기업 인사담당자에게 조사한 ‘구직 시 필요한 스펙’ 설문에서 8.3%의 지지를 받아 간신히 꼴찌를 면했다(어학연수7.7%). 이처럼 인사담당자와 구직자 모두 봉사를 취직의 결정적 요인이라 생각지 않는데, 많은 구직자는 다른 구직자가 봉사 경력을 관리하기에 경쟁에 밀리지 않으려 봉사 경력을 준비한다.

관동대와 경주대 등 일부 대학은 일정 시간 봉사활동을 이행하면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사회봉사학점제’를 운영한다. 봉사기관 관계자들은 학점을 인정받기 위해 봉사기관을 찾는 이 중 불성실한 이가 많다고 토로한다. 나누리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기업소속 봉사자는 불성실해도 짜여진 프로그램대로 다양한 활동이라도 가능하다”라며 “학점을 인정받으려 온 봉사자는 불성실하게 시간만 채우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에 관동대 사무처 총무팀 최인식 직원은 “봉사활동 난이도가 강의를 수강하는 것보다 쉽진 않다”며 “봉사활동 계획서와 보고서를 작성하고 평가 강의를 수강하는 등 불성실한 학생에게 학점을 주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길 끊는 스펙봉사자
봉사 현장의 사회복지사들은 ‘스펙쌓기’를 위한 대학생 봉사활동은 나쁘지 않다면서도 현 대학생 봉사 세태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기업과 학교가 요구하는 봉사 시간만 채우면 발길을 뚝 끊는 봉사자가 많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이 운영하는 ‘희망공부방’의 참여기관인 ‘나누리지역아동센터’에는 분기마다 10명 안팎의 대학생봉사자가 찾지만 ‘희망공부방’ 소속 외 개인대학생 봉사자는 한 두 명에 그친다. 또 다른 참여기관 ‘씨앗지역아동센터’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봉사 현장엔 KB국민은행 외에도 한국장학재단 등의 ‘유급대학생봉사자’가 주를 이룰 뿐 순수하게 봉사만을 위해 기관을 찾는 이는 적다. 나누리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봉사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는 것은 좋다”면서도 “약속된 활동이 끝나도 센터에 다시 오는 이는 매우 적고, 일부 불성실한 봉사자도 있다”고 비판했다. 씨앗지역아동센터 관계자 역시 “취직 스펙, 학점 취득 등의 이유로 온 봉사자가 많고 순수 봉사자는 적은 편”이라고 답했다.

한편 대학생 봉사단(KT 올레, 교육봉사, 해외봉사), 드림클래스(삼성, 교육봉사), SUNNY(SK, 교육봉사, 노인봉사, 장애인봉사), 희망공부방(KB국민은행, 교육봉사) 등 기업의 대학생 봉사단 조성과 방송사의 유니세프(UNICEF),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 관련기관 홍보는 봉사 활동에 대한 대학생의 접근성을 높인다. 다양한 미디어가 전하는 홍보에 흥미를 느껴 봉사 현장에 유입된 대학생 수도 많지만 대부분 일회성 봉사에 그친다. 2012년 한국국제협력단 해외봉사에 동참했던 채유진(문과대 독문12) 씨는 “방송광고로 모집공고를 접하고 체험 내용이 재미있을 것 같아 신청했다”며 “직접 경험한 뒤 사회봉사 참여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지만 개인적 봉사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업의 대학생 봉사단 활동이 교육봉사에 치우친 점도 문제다. 노인복지 등 봉사 ‘기피분야’엔 기업소속 봉사자마저 적다. 정릉실버복지센터의 박하선 복지사는 “기업 소속 대학생 봉사단은 센터에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며 “대학생은 3~40대에 비해 혈기 있고 참신한 활동 진행이 가능해 어르신들이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20대 봉사활동 증가는 ‘허상’
안전행정부가 운영하는 ‘1365 자원봉사(www.1365.go.kr)’에 따르면 2012년 20대 인구대비 자원봉사 등록률은 24%로 10대(36%)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이에 비해 1회 이상 자원봉사에 참여한 비율은 12%에 그쳐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낮았다. 오히려 70대 이상 노인층과 10대 미만 아동층의 활동률은 23%, 29%로 20대에 비해 2배 가량 높았다. 1365 자원봉사포털 박근우 직원은 “지난 몇 년간 20대 봉사자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워낙 과거 봉사자 수가 극소수라 증가폭이 큰 것 뿐”이라고 말했다.

등록률과 활동률 간 큰 차이가 나는 이유 중 하나는 20대의 봉사활동이 꾸준히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생 봉사자의 활동률이 10대보다 낮은 이유에 대해 박근우 직원은 “타 지역으로 대학에 진학하며 연고지가 바뀐 점도 작용한다”며 “친숙했던 봉사 장소나 함께 봉사하던 친구와 떨어지며 스스로 봉사에 위축돼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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