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새로운 채용방침을 밝히면서 대학가에게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삼성은 전국 200개 4년제 대학의 총·학장에 인재추천권을 부여하고, 19년 만에 서류전형을 재개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채용방식 개선안을 발표했다. 대한민국 국가경제의 4분의 1을 책임지는 ‘삼성’의 위상만큼, 취업희망자에게 삼성은 선망의 대상이다. 매년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 응시하는 인원이 대학졸업자의 30%인 20만 명이 달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삼성 측은 취업경쟁으로 인한 과도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탈락자 대량 양산을 방지하면서 지원 직무에 깊은 이해를 가지고, 직무와 연관된 경험을 쌓은 구직자를 선발하겠다고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어 서류전형이 부활한다지만, 학점과 영어성적 위주로 평가하는 기존의 서류전형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통계에서 드러나듯 2013년의 청년층 고용률은 39.7%로 현재 청년층의 구직난은 매우 심각하다. 매년 대학 졸업자 60만 명 중 10대 대기업의 채용인원은 10만 명 이내이고, 금융기업과 공기업 등을 포함한 이른바 양질의 일자리는 한정돼 있다. 일각에서는 창업과 벤처 등을 강조하지만, 이를 뒷받침 해줄 사회적 시스템은 아직도 부족하기만 하다.

 취업준비의 장이 된 대학에 대한 비판과 반성은 오래되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은 더욱 대학사회를 옥죄는 중이다. 삼성이 채용의 새로운 기준으로 내세우는 전문성 중심이나 직무와 연관된 경험은 채용자의 입장에선 일견 당연하다. 하지만, 취업희망자에게는 또 다른 숙제로 다가올 것이다. 대학총장의 인재추천권이 교수와 학생사이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는 계기로, ‘스펙을 위한 스펙’의 폐기가 대학생활의 낭만과 다양성을 되찾는 기회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