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첫 반출작인 앙리 루소의 ‘뱀을 부리는 여인’ 외에도 모네, 에드가 등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에 소장된 유명 작가들의 작품 175점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착했다. 2011년 전시회 이후 3년 만인 이번 전시회는 기존의 전시회와 달리 근대 파리의 삶과 예술을 종합적으로 조명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김승익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과 학예사는 “인상주의 이후의 미술사적 흐름과 동시대 사회문화를 함께 조명했다”며 “박물관에서 기획한 전시인 만큼 파리의 여러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역대 가장 많은 수의 작품을 들여왔다”고 말했다.

 순간의 아름다움, vs 색채의 분석적 접근

▲ 모네-양산을 쓴 여인

 전체 작품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상주의 작품 중에선 단연 클로드 모네의 <양산을 쓴 여인>이 관람객들을 매료시킨다. <양산을 쓴 여인>은 밝은 색채의 순간을 포착, 즉흥적이고 활달한 붓 터치로 언덕을 거니는 여인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김승익 학예사는 “빛을 받을 때마다 변화하는 대상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모네의 노력이 만들어낸 걸작”이라며 “모네는 빛의 변화를 그림에 담아내기 위해 똑같은 장소에서 런던국회의사당 30점을 그린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모네를 비롯한 에드가 드가, 오귀스트 르누아르 등의 인상주의 화가들이 순간적으로 변화하는 대상의 초점을 맞췄다면 신인상주의에 속하는 화가들은 이와 반대로 색채에 대한 분석적인 접근에 집중했다. 조르주 쇠라로부터 시작한 신인상주의는 주로 순색의 색점을 통해 색채의 대비를 대상의 예술을 표현하고자 했다. 현재 전시중인 작품 중에서는 폴 시냐크의 <아비뇽 교황청>이 그 대표적인 예다. 김승익 학예사는 “교황청을 과학적인 광학이론에 따라 색채를 묘사하고 대상을 다르게 지각했다”고 설명했다.

 도시에 환멸을 느낀 이후
▲ 고흐-외젠보흐의 초상

 이번 전시회에서는 도시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떠난 후기인상주의 화가 3명을 만나볼 수 있다. 반 고흐, 세잔, 고갱이 그 주인공이다. 김승익 학예사는 “도시에 대한 환멸은 3명의 작가들 모두 자신들이 꿈 꾸던 이상과 파리의 모습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파리에 정착한지 2년 만에 남프랑스 아를르로 이주한 반 고흐는 사람의 내면을 표현하는데 주력한 화가다. 그의 작품들 중 유독 초상화 작품이 많은 이유도 이러한 그만의 철학 때문이었다. 김승익 학예사는 “감정이나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려한 반 고흐는 표현주의의 선구자라고 불린다”고 했다.

▲ 세잔-생트빅투아르산






세잔은 1886년 파리를 떠나 고향인 엑상프로방스 지방으로 돌아갔다. 세잔은 초기인상주의와 달리 대상의 순간적인 모습을 포착하기보다 변화하지 않는 본질적인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생트 빅투아르 산>이 대표작이다.

 폴 고갱도 마찬가지로 산업화 되어가는 도시를 떠나 야생적이고 원시적인 삶을 찾았다. 퐁타방에 정착해 그를 따르는 예술가 그룹에서 ‘종합주의’라는 양식을 발전시켰다. 고갱과 퐁타방의 화가들은 영적이고 이국적인 주제를 단순화해 강렬한 색으로 표현했다. 이번에 전시된 <노란 건초더미>는 그의 미술철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김 학예사는 “도시에서 보기힘든 노란 건초더미는 원시적이고 자연적인 대상을 뜻한다”라며 “원시적인 삶을 추구한 그의 철학이 돋보이는 작품”고 했다.

 파리를 담아내다 
▲ 앙리 루소-뱀을 부리는 주술사

 19세기 후반 예술 작가들의 활동들은 도시에 대한 ‘연민과 환멸’로부터 비롯됐다. 도시에 대한 연민과 환멸은 작가들의 예술철학에 영향을 미쳤고 이는 미술사의 변화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신인상주의로 파리 미술사가 큰 변화를 겪는 동안 예술의 도시 파리는 근대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미술사와 함께 변화의 과정을 겪는 ‘파리’의 모습을 여러 작품들로 보여주고자 했다. 김승익 학예사는 “작자 미상, 또는 무명작가 등 파리라는 도시 곳곳에서 변화의 과정을 몸소 겪은 사람들의 작품들도 함께 전시했다”며 “에펠탑의 건설과정, 근대식 파리의 형성과정,  파리 서민 등을 담아낸 작품들로 근대 파리의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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