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해결에 문화적 활동으로 접근하는 시민사회를 전문가는 어떻게 평가할까. 최호근 역사연구소 연구교수를 통해 시민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화기획에 대한 진단과 앞으로의 과제를 들었다.

  - 사회적 이슈에 문화적 활동으로 접근하는 현상이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사회 일각에 남아있는 약자와 소수에 공감하는 온정이 다양한 문화운동의 토양을 제공했다고 봅니다. 또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일본 및 해외 여러 나라 인권단체의 헌신적 노력도 중요한 동력이라고 생각해요.”

 - ‘기억’을 주제로 하는 문화기획에서 조심할 점이 있다면
  “활동을 통해서 지적하고자 하는 문제가 ‘일본의 책임’에만 집중되는 것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지양해야 합니다. 활동의 핵심은 조직적 국가폭력의 위험성과 그것을 용인한 시민사회의 과오를 되돌아보는 것까지 나아가야 해요. 또, 국가와 국민이 반일 민족주의적 정서에 갇혀버린 기억의 방식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피해자의 정서에 공감하고, 국가의 폭력성에 맞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살아있는 기억이고, 현재화된 기억입니다. 일본 전체에 대한 상투적 분노는 기억이 아니라 ‘멜랑콜리’죠. 그러니, 털어버려야 합니다.”

- 활동에서 초점을 맞춰야 하는 부분은
  “인권의 훼손, 국가폭력의 위협, 그리고 이런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민 개개인의 책임을 환기하는 문화기획이 필요합니다. 한국정부는 1960년대 대일청구권협상 이래 오랫동안 ‘위안부’ 문제를 외면하거나, 정권의 인기가 떨어질 때면 민족주의적 정서를 활용하고자 근시안적으로 정치화시켜왔어요. 이렇게 반복된 잘못 때문에 현재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외교적 수준의 노력 이상을 하기 힘든 상황이죠. 따라서 이런 기획은 시민사회의 영역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어요. 다양한 사고와 공감에 바탕을 둔 기획, 그리고 표현의 상상력은 시민사회가 가진 장기입니다. 그리고 그 장점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민들의 헌신적 태도를 통해 강화될 것이라고 봅니다.”

- 이상적인 문화기획을 구상해 본다면
  “정부가 연간 약 1,000억 원 정도를 국제교류기금으로 지원해서 한일 양국 학생들이 서로의 문화와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교류캠프나, 행사를 돕는 기획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단 이때 정부의 지원은 정치적 목적을 배제한 것이어야 하고, 지원도 한 세대를 바라보고 적어도 30년은 꾸준히 이뤄져야 해요. 또한 한일 청년예술가를 상호 초청해 민족주의나 국가주의에서 벗어나 인간의 행위나 운명 같은 보편적 관점에서 작품을 만들고, 그것을 양국에 전시하는 행사를 장기적인 기획으로 진행하는 방법도 좋은 예시입니다.”

-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 시대의 임무는
  “단기간 내에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요. 앞으로 지루한 진지전을 치러나가듯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겠죠. 이러한 기획행사를 의미 있는 일로 부각시키기 위해 주요 언론과 명사들의 노력도 병행돼야 합니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문화행사가 실용적 교양을 축적하는 것이 아니란 이유로 등한시되지 않게끔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유홍준 선생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중·고등학생의 입시공부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진 않았어도 문화적 정체성과 의미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데 성공해 널리 호응을 받았다는 점을 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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