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우창 명예교수사진 | 이예원 기자
  강연 시리즈 ‘문화의 안과 밖’은 인문, 사회, 자연과학 등 다방면의 주제를 아우른다. 강연장 객석의 절반 이상이 2030세대로 채워질 정도로 젊은 층의 큰 지지를 받는 강연행사이다. 이 ‘문화의 안과 밖’의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우창(문과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는 ‘한국 인문학의 거장’이라 불리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학자다. 국내 최고 석학들과 함께 지적 공론장을 넓혀나가고 있는 김우창 교수를 만나 우리 사회가 학문을 통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엔 ‘문화의 안과 밖’의 문광훈(충북대 독어독문학과) 교수가 동석했다.

  ‘문화의 안과 밖’은 1월 18일 김우창 교수가 ‘객관성, 가치와 정신’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시작한 이후, 매주 토요일마다 종로 안국빌딩에서 개최된다. 유종호(연세대 국어국문학과) 전 석좌교수의 ‘오늘의 사회와 문화’, 문광훈 교수의 ‘예술경험과 좋은 삶’, 윤정로(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과) 교수의 ‘과학기술의 공적 이익’ 등 50여 명의 학자들이 강연을 통해 현 시대를 성찰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문화의 안과 밖’이 시작된 계기에 대해 문광훈 교수는 “사회가 문화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방향을 체계적으로 고민하고자 한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삼십년 동안 우리사회의 물질적, 경제적 조건에 많은 변화가 있었죠. 그러나 그 변화는 그동안 정치, 경제에 관계된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정치,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이끄는 또 하나의 지표인 ‘문화’에 대한 검토도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문학과 역사, 언론, 교육, 평화, 과학 등 학문의 거의 모든 분야를 통틀어 우리 사회의 진정한 모습을 점검해보고자 했습니다.”

  김우창 교수는 ‘문화의 안과 밖’을 통해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이 ‘학문의 대중화’는 아니라고 말한다. “학문이 대중화되는 것, 즉 학문이 대중적 이해를 추구하는 것이 옳은 것만은 아닙니다. 정제되지 않고 검토되지 않은 의견들이 단순히 대중화되는 것은 오히려 상당히 위험할 수 있거든요. 중요한 것은 대중화보다는 사람들이 토론할 수 있는 ‘공공공간’의 형성입니다. 이 공간은 모든 사람들이 각자 말을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학문적인 고려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기여해야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이들이 이끄는 제대로 된 공론장이 구성되면, 정제된 지식이 물이 번지듯 확산될 수 있죠. 이것이 ‘문화의 안과 밖’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이기도 하고요.”

  김우창 교수는 공공공간의 형성을 위해선 개인의 인생이 우리 사회 속에서 여러 복잡한 요인들로 구성된다고 인식해야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우리 사회나 현실을 복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선 자기 자신을 사회의 일부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녀의 결혼이 자식을 두기 위해서만이 아니듯이, 사람이 하는 일은 하나의 목적에 의해서만 지배되진 않잖아요. 개인의 일부터 사회까지 넓고 깊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공공공간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문화의 안과 밖’은 올바른 학술적 탐구가 공유되는 소통의 장을 만들기 위해 강연의 청중 수를 제한하기도 한다. 매주 300여 명이 ‘문화의 안과 밖’에 참석을 신청하지만, 그 중 선발되는 것은 50명뿐이다. 김우창 교수는 이를 ‘선택적 청중’이라 칭한다. “청중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혼잡해질 수 있습니다. 반 이상의 청중이 조는 것도 일반적인 강연장에서 보이는 흔한 광경이죠. 이에 ‘문화의 안과 밖’에서는 우리사회 문화의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을 선택적으로 선별하고자 했습니다. ‘문화의 안과 밖’을 후원하는 네이버문화재단에서 온라인 강의를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매주 제공하고 있어, 청중의 수는 제한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죠.”

  ‘선택적 청중’에는 학문적 호기심이 가득한 대학생들도 있다. 그들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고민이 많고, 강연 이후 이어지는 질의응답 시간에도 주로 자신의 인생에 관한 질문을 많이 던진다. 김우창 교수는 “주제가 어떤 것이든 질문한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질문이 곧 학문발달의 기초가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누군가 ‘왜 방은 꼭 네모나게 지어야 하나’라고 묻는다면, 이 또한 충분히 좋은 질문이에요. 이 질문에 대해 건축학부터 물리학, 수학, 문학까지 다양한 학문에 걸친 탐구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김우창 교수는 학문을 대하는 대학생들에게 ‘학문은 학문답게’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학문을 공부할 땐, 학문이 그 자체로서 독자적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학작품 하나를 읽을 때도, 빨리빨리 읽고 답안지에 많은 양을 써내려가는 게 지금 당장은 좋아 보이겠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은 바보가 되기를 자처하는 것이죠. 특히 요즘엔 대학생들에게 학문이 스펙을 쌓아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려는 목표를 위한 하나의 도구가 되고 있어, 학문은 학문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게 더 중요합니다.”

  연중기획인 ‘문화의 안과 밖’은 전체 50회의 강연 중 어느덧 32회의 강연을 마쳤다. 남은 열여덟 명의 석학들은 ‘역사와 전통’, ‘근대성의 검토’, ‘시대의 여러 문제’라는 대 주제 하에 강연을 진행한다. “‘문화의 안과 밖’은 학문에 대한 엄격함을 견지하면서도 시민과 소통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습니다. ‘문화의 안과 밖’이 우리 사회의 문화적 기반을 바로 세우는데 기여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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