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의 자유게시판은 실시간 리플을 통한 빠른 정보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본교생뿐만 아니라 타교생에게까지 「인간엠파스」라고 평가받아 왔다. 또한, 재학생뿐 아니라 졸업생, 수험생들에게도 게시판을 개방해 원활한 의사소통의 장으로서 역할을 수행, 하루 수백개가 넘는 글들이 올라왔으며 많은 글들이 조회수가 1천여 번에 육박하는 등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학교측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게시판이 폐쇄됐고, 대신 KUPID로 이전돼 실명게시판이 됐다. 결국 본교생들은 ‘고려대학교 자유게시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자게사랑」) ’을 만들어 익명 게시판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자게사랑」의 경우, 예전 자유게시판에 비해 게시한 글의 양과 조회수 등의 거의 모든 면에서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이다.

본교 「자게사랑」은 학생들에게 비교적 높은 호응을 얻고 있으며 좋아하는 선배와의 관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이런 제 맘은 뭘까요?’라는 글을 비롯해 ‘이번 주에 자격증 시험까지 시험만 5개. 다음주에 숙제와 레폿과 또 시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만 받고. 괜한 맘에 자꾸만 이상한 생각만 하고, 휴우∼ 저만 시험보고 힘든 건 아닐텐데∼ 정말 힘드네요’라는 글들이 게시되고 있어, 과거 익명으로 운영됐던 본교 자유게시판의 인간적인 면모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김정배 총장 연임과 관련해서도 「자게사랑」에는 ‘고려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이 22일(수) 낮 재단의 김정배 현 총장 연임 방침에 반발해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본관 건물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를  비롯해 각 단과대 교수협의회의 총장반대 결의문과 지지 글들, 안암 총학생회의 ‘비민주적 총장선임에 대한 투쟁 방안에 대해 학우여러분의 의견을 받습니다’라는 게시물 등 약 4백70여 편의 글이 게시돼 학내의 주요사안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사범대 비서설 점거, 정경대 단식투쟁 돌입 고대생 총장연임 항의 본관점거… 개인적으로는 총장 화장실 한 번 보고 싶었는데 ㅡ.ㅡ’, ‘그냥 하려 한다면 내 총장실 유리창을 깨고 떵을 던져 버릴테다’등의 글처럼 학생들의 의견이 여과 없이 드러나 다소 과격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익명성의 폐해도 있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의견을 밝히는 것을 꺼려하는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오히려 익명을 바탕으로 한 게시판 문화가 의견수렴에는 더욱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는 황규만 사이버참여연대 기획국장의 말처럼 자유로운 의사소통의 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익명 자유게시판의 필요성이 증대되는 것이다.

한편, KUPID 자유광장(이하, 「KUPID」)은 ‘이게 무슨 자유게시판이야... 망해라’는 등의 비난을 비롯해 ‘실명이네. 시로요. 시로. … 아마 많은 이들이 이전보다 이곳을 멀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깝네요’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예전 자유광장... 연애, 수업에 대한 문제는 물론 정치, 사회, 경제 등에 대한 토론도 활발했고, 다양한 글들이 오갔죠. 물론 익명성에 대한 폐해도 조금은 있었지만...... 하루에 작성한 글들이 몇 십∼몇 백 개를 넘나들고 답변률 90%이상이었는데 지금의 자유광장은 어떻습니까? 글 쓰고 있는데 위에 작성자가 돼 있으면 무슨 글을 쓰고 싶어질까요? 그리고 더욱 폐쇄적이 됐고…’라는 본래 자유광장에 대한 추억을 곱씹고 있는 장소로 변하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 자신의 직접적인 의사 표시를 나타내는 공간으로 사용되기보다는 ‘[질문]현대사회의 사이버커뮤니게이션’, ‘내일(26일) 이학관에서 7시에 영화상영합니다’, ‘결국 실명제는 자유게시판 고사라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등의 수업에 대한 질문과 홍보성 글, 자유게시판 실명제에 대한 반대 의견 표출만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실명으로 운영되는「KUPID」는 김정배 총장 연임에 대해서도 총장 연임 반대 글이 올라와 있기는 하지만 총 게시물이 약 40개 정도로 그치고 있으며 ‘총장님께 직접 우리의 우리 고대인의 소리가 전해질 수 있도록 직접 총장님께 전달되는 게시판이 개설됐으면 하는 바입니다’, ‘김정배 총장의 연임 방식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민주주의가 옳은 거다 자유주의가 옳은 거다.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저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등의 공식적인 의사전달 공간으로만 사용되고 있어 학생들의 솔직한 의견수렴은 불가능한 상태이다.

하지만 「KUPID」는 익명성의 문제를 넘어 학교의 독단적인 행정과 학교측에서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잘못을 학생들에게 전가했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이는 ‘실명 게시판이라는 사실이 불만스러운 것이 아니다. 왜 단 한마디의 의견수렴도 없었냐는 점이다’라는 김순호 씨의 주장처럼 학생들의 의견 발산 창구인 자유광장을 학교측에서 일방적으로 폐쇄했다는 데 학생들의 배신감이 배가되는 것.

따라서, “단일협상 창구를 만들어 학교측과 조직적이고 민주적 정당성을 갖추어 의견 협상을 할 것이다 ”라는 고대자게 1차 공청회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KUPID」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본교 자유게시판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수렴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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