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 카카오톡

  모바일 메신저에서만 보이던 이모티콘 캐릭터가 현실세계로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네이버 LINE과 카카오톡 등에서 앞 다퉈 캐릭터 상품 상점을 열고 있다. 4월에는 ‘라인 프렌즈 스토어’가 명동에 생겼다. 카카오톡 역시 4월에 ‘카카오 프렌즈 팝업스토어(짧은 기간만 운영하는 상점)’를 개장했다가 5월 ‘카페 톡’에 위탁판매를 통한 상점을 열었다.

 외국인을 겨냥한 라인 프렌즈
  9일 오후 7시 30분 경, 명동의 한 백화점 1층 쇼윈도에는 초록 바탕에 흰 글씨로 ‘LINE FRIENDS’라고 적힌 동그란 간판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그 옆 공간에는 수십 개의 라인 프렌즈 인형들이 전시돼있었다. 이곳에선 중국어나 일본어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점원들도 각각 유창하게 중국어나 일본어를 구사했다. 9일 라인의 가입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5억 6000만 명을 돌파했다. 국내에서는 이용자가 카카오톡에 비해 적지만, 초기부터 아시아 시장을 공략한 결과다. 이 때문인지 손님 대부분도 중국인 혹은 일본인으로 보이는 관광객이었다. 한 남성 관광객은 카메라 도구가 달린 큰 배낭을 맨 채 사진을 찍었다. 여자아이가 인형을 가리키자 중년의 여성이 웃으며 가격을 살펴보는 한 일본인 가족의 모습도 보였다. 여기저기 “귀여워” 혹은 “카와이”가 들려왔다.

  가게 앞에는 2m 남짓한 캐릭터 조형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상품들이 질서정연하게 배열돼있었다. 400종이 넘는다는 상품의 종류는 휴대폰 케이스에서 도장, 노트, 물병, 펜, 스티커, 셔츠까지 다양했다. 맨 왼쪽 벽은 모두 인형으로 채워져 있었고 전면 벽 상단과 진열대 아래에도 인형들이 네모난 투명 상자에 들어있는 상태로 놓여있었다. 진열대 위에는 노트와 물병 등이, 전면 벽 사람들의 시선이 바로 닿는 곳에는 펜과 휴대폰 케이스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카운터 근처 기둥에는 티셔츠가 걸려있었고 카운터 바로 옆에는 손바닥만 한 캐릭터 인형이 담겨 있었다. 쇼핑을 하던 정효연(여·33) 씨는 “라인 메신저를 잘 이용하지는 않지만 캐릭터는 좋아해 오게 됐다”며 “직장에서 사용할 노트나 포스트잇 등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 | 카카오톡

 캐릭터 옆에서 나누는 담소
  같은 날 오후 8시 30분 경, 논현역 근처에 위치한 ‘카페톡’이 노란 불을 환히 켜고 길가에 자리했다. 이곳은 카카오프렌즈 상품을 위탁 판매하는 카페다. 가게 안에 들어서니 노란 오른쪽 벽 가득 캐릭터 상품들이 놓여 있었다. 맨 위 칸들은 3만 원 가량 하는 크고 작은 카카오프렌즈 인형들이 동그란 통에 꽉 담겨 진열되어 있었다. 그 아래 칸에는 마우스패드부터 휴대폰 케이스, 양말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보였다. 가게에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자연스럽게 오른쪽을 보며 우와 함성을 터뜨렸다. 한 젊은 여성은 두 번째 방문인지 “네오도 드디어 나왔다”며 쿠션을 집었다.

  카페이면서 상점인, 숍인숍 형태를 띠고 있는 이곳은 카운터도 각각 따로 자리했다. 입구에서 약 5m에 이르는 벽이 모두 상품으로 채워져 있었고 그 끝에는 상점의 카운터가 따로 있어 직원이 계산을 돕고 있었다. 길쭉한 구조의 상점을 더 들어가면 카페의 카운터가 나오고 그 오른쪽에는 다른 간식거리와 함께 ‘카카오 빵’을 함께 팔고 있었다. ‘FRODO의 밤알송송패스츄리,’ ‘APEACH의 피치피치해’ 등의 제목이 적힌 빵에는 각기 다른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었다.

  왼쪽 벽에는 가로 세로 50cm가 넘는 큰 캐릭터 그림이 4개 걸려있었다. 맨 왼쪽 그림에는 커피를 마시고 있는 캐릭터 ‘무지’가, 세 번째 그림에는 서로를 껴안고 있는 캐릭터 ‘네오’와 ‘프로도’가 있었다.

  카페를 둘러보면 군데군데 의자에 앉아있는 커다란 ‘무지’ 인형도 보였다. 사람들은 ‘무지’가 있는 테이블에 앉기를 원했다. 어떤 커플은 셀카봉을 들고 ‘무지’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카페의 역할 뿐만 아니라 캐릭터 상품을 파는 상점의 역할을 하는 이곳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 사진 | 카카오톡

  카페의 매니져 박보임(여·30) 씨는 “캐릭터 상품 덕분에 사람들이 많이 찾긴 하지만 위탁 판매이기 때문에 캐릭터 상품 자체의 수익은 카카오톡에 속한다”며 “머그컵은 온라인 스토어보다 3000원 정도 더 싸기도 하고, 직접 확인하고 만져볼 수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포스트 잇, 쿠션, 마우스패드 등 여러 상품들을 품에 안은 채 한참을 구경하던 홍성희(여·35) 씨는 “팝업스토어가 열렸을 때부터 관심을 가졌는데 블로그를 통해서 카페에서도 상품을 판다는 것을 알고 방문하게 됐다”며 “피규어가 있다고 들었는데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호조’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카카오프렌즈를 디자인한 캐릭터 디자이너 권순호(남·38) 씨는 “이제는 스마트폰이 하나의 생활이자 문화가 됐고, 이를 사용하면서 오는 텍스트의 한계를 보완해주는 것이 이모티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보면 순수미술인 것도 그 당시에는 상업미술이었을 것이기에 상업미술이야말로 진정한 순수미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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