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사태 이후 미국 대학 내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아마도 인터내셔널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직접 체험하는 사사로운 일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미국은 아랍계 사람들에게 강한 적대심을 갖고 있을지 모르지만, 어느새 아랍계라는 구체적인 집단은 미국 시민이 아닌 사람들까지 확산된다. 그들의 집단(ingroup)이 아닌 다른 집단(outgroup)간의 구별이 좀 더 명확해 졌다고 해야 할까.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없이 ‘alien’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미국 시민권의 파워를 도착공항에서부터 처음 정착할 때까지 꽤 크게 실감하게 된다.

예전에 비교적 쉽게 미국 비자를 발급해 줬던 캐나다나 멕시코는 이제 타국 사람들을 더 이상 환영하지 않는다. Social Security Number라는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한 것이 있는데, 이것을 아예 외국인 학생에게 주지 않는 주(state)가 있는가 하면, 주더라고 좀 더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기도 한다. 혹은 1년 이상 거주해야 주는 경우도 있다. 이 번호가 없더라도 당장 먹고사는 데야 큰 지장은 없지만 생활에서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사사로운 부분들, 가령 운전면허를 취득하려한다거나 혹은 다른 주의 차량 번호판을 이사 온 주로 바꾸려 해도 그곳엔 여전히 ingroup과 outgroup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만큼 ‘alien’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증명할 서류도 사건 이후 많이 필요해진 것이다.

물론 모든 나라가 자국민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우선적인 명제가 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9·11 이후 미국 사람들의 자동차, 집, 학교, 회사에는 미국 성조기가 나부꼈고, 신용카드회사는 카드의 겉모양을 성조기 무늬로 만든 것을 내놓았다. 유명잡지 「PEOPLE」에서는 9·11 이후 유복자가 된 아이들과 미망인들의 사진을 커버스토리로 다루기도 했다. 이처럼 이 사건이 미국 시민들에게 자국에 대한 애국심을 호소하고 강조한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사건 1주년이 다가오는 지금, 이렇게 외국인들에게 강한 차별의 잣대를 대고 있는 미국에 왜 그리 많은 사람들이 밀려들어오는가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패권주의가 더 강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타국에 대한 적대감이나 차별이 더 심화되었다’, ‘지나치게 자국중심주의로 경도되었다’ 등의 비판적 견해에도 불구하고, 오래 전부터 잠재되어왔던 아메리카에 대한 드림을 9·11로 인해 한꺼번에 날려버리기는 아직도 요원한 일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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