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재요? 고갈될 수가 없죠. 그냥 생각나는 걸 하는 건데.”
  영화, 드라마 등 흔한 소재부터 시작해 지구, 장염, 심지어 ‘리뷰하기 싫음’까지. 페이스북 페이지 ‘리뷰왕 김리뷰’의 관리자 ‘김리뷰’가 지금까지 다룬 리뷰의 주제다. 7월 초에 김리뷰가 만든 개인 페이스북 페이지인 ‘리뷰왕 김리뷰’는 솔직하고 독특한 리뷰로 인기를 얻어 약 4개월 만에 29만여 명이 ‘좋아요’를 누른 대형 페이지로 거듭났다. 

▲ 김리뷰는 영화 리뷰를 올릴 떄마다 '영화는 혼자 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진제공 | '리뷰왕 김리뷰' 페이스북 페이지
  김리뷰는 ‘내 리뷰가 싫으면 ’좋아요‘ 취소하고 떠나라’고 외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용자는 단번에 차단하는 가차 없는 페이지 관리자다. 하지만 그는 초콜릿 음료수 무료 나눔 이벤트를 벌이는 등 구독자들 사이에서 ‘츤데레’로 통하고, 영화를 리뷰할 때마다 ‘영화는 혼자 보는 것’이라는 문구를 꿋꿋하게 사용하는 시크함을 보이기도 한다.

  6일 ‘그냥 심심할 때 리뷰나 하고 싶어서 (페이지를) 만들었는데 너무 떠서 당황스럽다’는 김리뷰 씨를 만나 ‘김리뷰의 리뷰’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었다. 요청에 따라 그의 신변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 페이지 ‘리뷰왕 김리뷰’를 만든 계기는
  “관리하던 다른 페이지 관련 출판 작업을 하다가 우연히 홈런볼 리뷰를 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그래서 출판 작업이 마무리되면 리뷰 페이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 페이지에서 다루는 리뷰의 소재는 무엇인가
“제가 페이지를 만들고 처음 올린 게시물이 ‘지구 리뷰’에요. 재미를 위한 거기도 하지만 제가 다룰 리뷰의 범위가 넓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택한 점도 있어요. 리뷰의 소재는 한정돼 있지 않아요. 사실 요즘은 하루에 하나씩 리뷰를 올리다보니 매너리즘에 빠져서 너무 리뷰가 하기 싫었어요. 그래서 ‘리뷰하기 싫음’을 리뷰 했는데, 오히려 그게 매너리즘을 극복하는 계기가 됐죠. 그냥 보이는, 생각나는 모든 게 소재에요.”

 - 개인정보를 밝히지 않는 이유가 있나
  “사람들은 ‘김리뷰’라는 제 정체성을 좋아하는 거지, 현실의 저를 좋아하는 게 아니잖아요. 아무 수식어 없이 그냥 ‘김리뷰’로 남고 싶어요. ‘쟤는 성별이 이래서 저래, 나이가 어려서 저래’ 등 ‘김리뷰’ 앞에 수식어가 붙으면 편견이 쌓이기 마련이죠. 리뷰어는 중립성이 필요할 때가 많은데 나에 대한 편견이 쌓이는 게 싫어요. 사람들도 제가 드러나지 않는 걸 더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들이 좋아하는 건 ‘김리뷰’ 그 자체니까요.”

 - 인기가 급증하고 나서 힘든 일은 없는지
  “7월 말 영화 ‘명량’을 리뷰한 이후로 페이지 ‘좋아요’ 수가 2천 개에서 7만 개로 급격히 늘었어요. 그러다보니 트집 잡는 사람도 많아졌죠. 리뷰어로서의 저를 존중해주는 건실한 피드백은 정말 고맙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많아요. 그런 반응은 무시하면 되지만 제 성격이 그러질 못해요. 댓글도 하나하나 읽고, 트집 잡는 사람이 있으면 나서서 반박하고 싸우는 경우도 많아요. 그러다가 말이 안 통한다거나, 기분이 나쁘면 차단합니다.(웃음) 제 개인 페이지니까요. 보기 싫은 사람들은 떠나면 되죠.”

 -  리뷰를 하다 살해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고 들었다
  “처음 살해위협을 받은 건 8월에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2’ 리뷰를 올리고 나서였어요. 재미가 없어서 재미가 없다고 쓴 건데, ‘영화 볼 줄도 모르면서 까지 마라. 죽여 버리기 전에’라는 식의 메시지를 받았어요. 나중에는 식칼을 찍어 보내는 사람도 있었어요. 집에 들어갈 때도 한 번씩 뒤돌아보게 되고, 무서웠죠. 하지만 지금은 안녕합니다.”

 -‘영혼보’(영화는 혼자 보는 것이다)의 신념을 앞으로도 유지할건가
  “그렇죠. 전 영화는 혼자 보는 게 좋아요. 피치 못할 경우가 아니면, 같이 가서 보더라도 따로 앉아서 봐요. 주변의 아무 방해가 없는 상태가 좋거든요. 우리나라에선 혼자 하면 ‘쟤는 친구나 애인이 없나보다’라는 전제를 가져가죠. 하지만 항상 같이 행동해야 하고, 좋아하는 일을 혼자 못하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요. 저도 친구가 없지는 않아요.”

 - ‘리뷰왕 김리뷰’의 인기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요즘 리뷰를 보면 이게 리뷰인지, 광고인지 모르겠어요. 디스(diss)는 별로 없고, 리스펙(respect)만 있어요. 너무 좋다, 사라. 그래서 샀는데 알고 보니 별로인거죠. 하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솔직하게 깔건 까야한다는 입장이에요. 표현이나 어휘도 단순하고 직설적이죠. 뒷걱정 없이 일단 말하고 보는 편이죠. 그러다보니 제가 리뷰를 하면 사람들이 많이 믿어주는 것 같아요.”
 
  - 키보드 리뷰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제가 전자기기 덕후에요. 평소에 좋아했던 회사에서 키보드를 준다고 해서 받았고, 리뷰를 했어요. 그 키보드가 멀티 디바이스인데 제가 전문적 디바이스를 많이 쓰는 게 아니니까 회사 디자인팀의 도움을 받아서 전문적인 얘기를 들었었죠. 키 타격감은 좋지만 IOS 호환이 더딘 것 같다 등 단점을 짚었는데, 기업 이미지에 타격이 갈 것 같으니까 글을 내려달라고 하더라고요. 시중 기업들이 리뷰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느꼈어요. 리뷰와 광고는 다르잖아요. 광고비 받은 것도 없고, ‘리뷰’를 한 건데 비판을 하나도 용납할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오니 어이가 없었죠. 그래서 리뷰 글은 내렸고, 기분 나쁘다니까 진짜 기분 나쁘게 해주려고 진짜 디스를 했어요. 그 다음부터 계속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차단했어요.”

 - 광고 유혹에 흔들린 적은 없나
  “기본적으로 하루 두 번 정도는 광고 요청이 들어오는데, 다 거절하는 편이에요. 우선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제 ‘솔직한’ 리뷰를 좋아하는 건데, 광고를 받아 리뷰를 쓰면 제가 찝찝하겠죠. 그리고 귀찮기도 해요. 광고비를 빌미로 ‘몇 개 이상 올려라’, ‘이렇게 올려라’ 등 갑질할 텐데, 그럴 바에는 안하고 마는 게 편하다고 생각해요.”

 - 대가 없이 리뷰하는 게 힘들진 않나
  “
취직하기 전에는 자금난이 지금보다 심했어요. 며칠씩 컵라면만 먹거나 삼각김밥 하나로 하루를 떼운 적도 있고요. 하지만 대가 없이 리뷰하는 게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오히려 리뷰를 하고 ‘좋아요’ 숫자가 오르는 걸 보면서 일종의 쾌감을 느끼기도 했죠. 누구나 관심 받고 싶은 욕구는 있는 거잖아요. 현실은 힘들더라도 여기선 내 미천한 리뷰가 이렇게 사랑받는구나 싶으면서 묘한 충족감을 느꼈어요. 몇 십 명 앞에서 발표하는 것도 힘든데, 몇 십만 명이 제 글을 본다는 건 어마어마한 자산이니까요. 이런 충족감이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한 리뷰를 계속 하게 된 큰 동기가 됐죠.”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
일단 리뷰는 계속 하지 않을까요. 뭘 리뷰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리뷰하지 않을 건 있어요. 연애 리뷰 요청이 많은데, 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상대방한테도 큰 실례고, 연애를 ‘리뷰’한다는 게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어요. 연애는 경험 ‘대상’이 아니라 ‘경험’ 그 자체인 거잖아요. 누군 서정적인 연애를 할 수도, 다른 사람은 불같은 연애를 할 수도 있죠. 사람들의 연애는 천차만별인데, 제가 어떻게 감히 그들의 경험을 평가하겠어요.”

 - 리뷰에 대해 한마디
  “제가 리뷰를 정의내릴 수준은 아닌 것 같지만, 리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예요. 독후감상문은 초등학생 때부터 쓰잖아요. 뭔가를 보고 느낀 점을 쓰는 건 누구나 가능한 거죠. 저는 그런 마음으로 리뷰를 써요. ‘취향존중’이란 말이 널리 퍼지고 있지만 아직도 주관성은 존중받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저는 제 모든 리뷰 초반에 ‘본 리뷰는 극도로 주관적인 입장에서 서술되었습니다.’를 명시하는데, 개인의 주관이 존중받았으면 해요. 내가 객관적 명작을 졸작으로 봤든, 객관적 졸작을 명작으로 봤든 틀린 건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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