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은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번역이 잘못돼서다.’ 우스갯소리지만 제가 가장 공감하는 문장이에요.” 이토록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안영옥(문과대 서어서문학과) 교수가 저자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1, 2권의 번역을 5년에 걸쳐 올해 완성했다.

안영옥 교수 사진 | 차정규 기자 regular@kunews.ac.kr
  안영옥 교수는 <돈키호테>를 온전하게 국내 독자들에게 많이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돈키호테>는 인류가 삶의 표본으로 삼아야 해서 작가들이 ‘인류의 바이블’이라고 칭할 만큼 저명한 책이에요. 하지만 국내에는 일본어와 영어를 번역한 책과 축약본이 대부분이고, 하나 있는 완역본 역시 작가 세르반테스의 문체를 반영하지 못했죠.”

  안 교수는 번역에서 저자의 의미를 그대로 전해주는 것에 가장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돈키호테>에는 숨겨진 암호들이 많아요. 독자들이 읽으면서 내용 속 이면의 의미를 찾을 수 있죠. 하지만 번역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해요.”

  17세기 당시 스페인은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 로마 가톨릭 사상만을 강조하고, 이 외의 종교를 믿을 시에는 사형과 같은 엄벌에 처했다. 그는 <돈키호테>에 로마 가톨릭의 강제성에 대한 비판이 숨어있다고 말했다. “스페인은 총 17개 자치지역으로 구성돼 있어요. 소설에 대구라는 생선이 나오는데, 생선도 지역마다 다르게 불러요. 이게 바로 숨겨진 암호에요. 사물 하나도 여러 이름으로 다르게 불릴 만큼 세상은 다양한데, 획일적 사상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17개 구역마다 다른 이름을 보여주지 않고 한 가지 이름만을 사용했다면 독자는 이 의미를 읽어낼 수 없어요. 번역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죠.”

  안 교수는 더 정확한 번역을 위해 돈키호테가 다녔던 모든 여정을 직접 경험했다. “언어를 안다고 해서 번역을 할 순 없어요. 작품의 문화와 환경을 이해해야만 가능하죠.” 그는 스페인의 무더운 날씨 속에서 쓰러져가면서도 라만차 마을부터 몬테시노스 동굴 등 돈키호테가 있었던 곳을 방문했다. “도착한 공간에서는 작품이 쓰인 환경을 느끼고 작가가 무엇을 전달하고자 했는지 고민했죠.” 그는 이미 사라지거나 의미가 바뀐 소설 속 고어와 속담은 책방 주인, 상점 할머니 등 현지인에게 물어가며 번역을 했다고 했다. 

  소설 속 돈키호테는 기사소설에 미쳐 이미 사라진 ‘기사’라는 직업을 꿈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발생하는 어떠한 장애물도 믿음과 의지로 이겨낸다. 안 교수는 돈키호테가 삶의 길잡이가 되어준다고 말했다. “돈키호테처럼 현대인은 남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해요. 그리고 그 과정에 어떠한 장벽이 기다리고 있더라도요.”

  마지막으로 안영옥 교수는 좋은 책을 제대로 번역해 독자에게 그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독자가 제대로 번역된 <돈키호테>를 읽음으로써, 책이 주는 본래의 의미를 깨닫고 자신도 자신의 존재 의무와 가치를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바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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