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에서 건너온 수입과자가 국내 과자시장을 빠른 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2012년 말부터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한 일명 ‘세계과자할인점’은 우후죽순 늘어나 길가다 심심치 않게 보일 정도다. 수입과자를 20%에서 50%까지 할인된 가격에 취급하는 세계과자 프랜차이즈업체가 늘며 수입과자 앞에 ‘고급’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던 시절은 지나갔다.

 대학가를 찾은 세계과자 열풍
  11월 26일 오후 1시, 안암역 근처 세계과자할인점을 찾았다. 가게는 점심시간을 맞아 과자를 사기 위해 몰린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매장으로 들어가자 1000원 코너, 2000원 코너 등 가격대별로 나뉘어 진열된 각종 수입과자가 가득했다. 업체 관계자는 250여 종류의 수입과자가 배치돼 있다고 말했다. “젤리 어디 있어? 그거 사러 왔단 말이야.” 한 무리의 여학생이 두리번거리다 이내 가게 왼쪽에 위치한 젤리 코너를 발견했다. 벽에는 독일이 원산지인 H젤리가 한가득 걸려있었다. 흔히 보던 익숙한 모양의 젤리부터 생소한 디자인까지 그 종류가 다양했다. 초콜릿 가공품에도 많은 눈길이 쏠렸다. 익숙한 브랜드지만 한국에서는 팔지 않았던 녹차맛 초콜릿을 보고 “저거 내가 일본에서 샀던 거랑 같은데 싸게 파네”라고 말한 한 학생은 이내 계산대로 향했다. 안순민 S세계과자 프랜차이즈 사업본부장은 “학생들의 수입과자 선호도가 높아 안암역 지점을 비롯한 대학가 주변 가맹점이 다른 지점보다 매출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수입과자는 왜 인기있나
  소비자들은 수입과자를 구매하는 이유로 가격과 다양성을 꼽았다. 국산과자에 비해 가격대가 저렴하고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 세계과자할인점을 찾은 유지성(법학과07) 씨는 “미국에 거주할 때 즐겨 먹던 과자를 한국에서도 싼 가격 살 수 있어서 자주 사먹는다”며 “과자 종류가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좋다”고 말했다. 이에 김석일(본교·경제학과) 강사는 “수입과자가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며 국산과자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대체성이 작용하게 된다”며 “수입과자가 국산과자의 대체재로 작용해 세계과자 소비가 느는 추세라고 분석가능하다”고 말했다.

  국산과자에 대한 논란이 수입과자 소비를 촉진시켰다는 견해도 있다. 오주희(자전 경제13) 씨는 “브라우니를 좋아하는데 국내 모 브랜드의 제품은 가격은 비싸고, 포장에 비해 내용물은 반도 되지 않아서 사기 꺼려진다”며 “국산과자와 수입과자의 포장을 비교해 둔 인터넷 게시물을 보고 과대포장이 없는 수입과자를 구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브랜드 과자 선호도 높아
  대학가 주변 지점이 매출이 높은 이유에는 대학생의 선호가 대부분 소위 ‘메이커’ 제품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반 상권의 경우 대부분 양이 많고 가격은 낮은 500원, 1000원 대의 과자가 인기 있지만, 대학가는 원가가 비교적 높은 편인 브랜드 제품의 수요가 많다. 안순민 사업본부장은 “대학가의 경우 유럽 원산지의 초콜릿 가공품 등 소위 ‘메이커’ 제품의 소비가 두드러진다”며 “이러한 제품군은 비교적 마진율이 높아 대부분의 프랜차이즈가 대학가 주변에 입점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김석일 강사는 “가공품의 경우 선진국의 물건이 더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치고, 질이 높다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낮은 가격이 가능한 이유는
  세계과자할인점은 낮은 가격에 물품을 공급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여러 세계과자할인점은 보편적으로 유통단계를 축소해 단가를 낮춘다. 안순민 사업본부장은 “도매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수입업체와 바로 거래해 물품을 10% 정도 더 낮은 가격에 들여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상적인 통관 절차에 2개월 정도가 소요돼 공급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남는다.

  몇몇 세계과자 프랜차이즈는 해외 직수입과 병행수입을 이용한다. 병행수입은 독점적인 수입권을 갖고 있는 수입업자 외에 여러 수입자가 같은 상품을 수입하여 국내에서 판매하는 제도다. 병행수입으로 얻을 수 있는 궁극적인 이득은 시장에 물량이 많아져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다. 하지만 병행수입이 소비자의 만족을 완벽히 보장하진 않는다. 이 모(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경우, 병행수입 물품은 A/S가 불가능한 등 소비자가 불편을 겪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과자와 같은 식품가공품의 경우도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공식적 배상을 요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력 강화 나선 국산과자
  수입과자로 기운 소비자의 관심을 되돌리기 위해 국산과자 제조업체가 변화의 의사를 내비쳤다. 11월 10일, 오리온은 과자 제조업체 중 최초로 과대포장을 점진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오리온 측 보도자료에 따르면, 오리온은 그동안 문제돼온 ‘질소과자’ 오명을 벗고 품질과 가격 측면에서 합리적인 과자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포장 방식에 변화를 줄 예정이다. 오리온은 가격변동 없이 20개 제품의 내용물을 5% 늘렸고, 질소포장 논란이 된 감자칩의 경우 질소 비율을 10% 가량 낮췄다. 새로운 포장이 적용된 상품은 단계적으로 시장에 유통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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