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지(정경대 정경학부14) 씨는 자신이 ‘번아웃 증후군’의 아홉 가지 특징에 모두 해당돼 놀라워 했다. 박현지 씨는 현재 반 소모임의 장을 맡고 있다. 그녀는 “사실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는데 정의와 증상을 읽을수록 현재 내 상태를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때에는 몸살감기를 달고 살았고 활동적인 평소와는 달리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 방에서만 시간을 보낸 적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어 “휴대폰이나 기숙사 방 카드키와 같이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물건들조차 자꾸 깜빡하고 놔두고 다니거나 잃어버리는 경우가 최근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번아웃 증후군은 어떤 일에 몰두하다 극도의 피로감으로 인해 탈진, 냉담, 무능감 등을 보이는 증상을 말한다. 탈진·소진·연소 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 심해지면 건망증, 만성 우울증 등을 야기하기도 한다. 최근 이러한 번아웃 증후군을 호소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생에게 일어나는 ‘학업소진’
  번아웃 증후군을 호소하는 많은 학생들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보이지 않는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는 것 같다’는 등 현실의 스트레스를 회피하려 하거나 무력감을 내보였다. 김지현(사범대 국교13) 씨 또한 자신이 번아웃 증후군인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녀는 “현재 학회와 아르바이트, 과제 그리고 연애 등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며 “요즘 너무 무기력해 예전에 열정이 있던 때가 그립다”고 말했다. 이는 모두 번아웃 증후군의 증후다.

  특히 학생에게 과도한 학업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나는 번아웃 증상을 ‘학업소진’이라고 한다. 논문 ‘교육에서의 소진에 관한 이론적 고찰’에서는 이 학업소진을 한국학생에 대하여 크게 네 가지 학업소진 척도로 설명하고 있다. ‘탈진, 냉담, 무능감, 그리고 반감’이 그것이다. 특히 반감은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기존 3요인에 추가된 것이다. 저자 이상민(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업소진의 주요 증상으로 반감이 나타난 것은 서양의 학생에 비해 우리나라 학생들이 학업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가 강하다는 기존의 연구결과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과도하면 심리적 부적응 초래해
  스트레스가 과도하게 지속되면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물질이 체내 부신피질에서 분비된다. 이는 심장박동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한 물질이다. 하지만 이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가 과하게 작동하면 작은 스트레스에도 크게 반응하게 되며 충격에 예민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심리적 허기를 채우기 위해 식욕도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조승오(한양대 스포츠산업학13) 씨는 “허무감을 극복하기 위해 술을 마시곤 했지만 잠시 뿐이고 곧 다시 우울감에 빠지곤 해 결국 의미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번아웃 상태가 지속된다면 심리적 회피, 심리적 허기 그리고 만성 우울증 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
  학업 소진에 관해 이러한 점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상민 교수는 논문에서 여러 ‘학업소진 개입 프로그램’을 언급한다. 소진의 초기 증상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신속히 개입해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중 이완훈련은 심장박동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에 대응하도록 하는 부교감 신경계의 활동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이 이완 기법에는 명상, 자율훈련, 호흡훈련, 근육이완, 요가 등이 있다. 이 방법은 주로 외부와의 자극을 차단하고 호흡에 집중하면서 내부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이다.

  더불어 이상민 교수는 적절한 보상체계와 통제감의 효과를 설명했다. 그는 ‘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주면서 학업 관련 통제감을 증진시키는 활동이 학업에 대한 결정권 측면에서 학습동기나 학업성취도 또한 증가할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고 밝혔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최근 번아웃 증후군이란 용어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지만, 개념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소진(burnout)이라는 용어는 1974년 프뤼덴버그(Freudenberger)가 처음 사용했다. 이후 1980년 에델위치(Edelwich)와 브로드스키(Brodsky)는 4단계로 소진의 진행과정을 설명했다. 한 개인은 처음에는 자신의 직무(학업)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임하지만(열성단계), 시간이 흐르면 더 이상 직무에 흥미가 없어지게 되고(침체단계), 직무에 있어 좌절을 경험하고(좌절단계), 결국에는 자신의 직무에 냉소적 태도를 가지게 된다(무관심 단계)고 설명했다.

  또한 1981년 말라크(Maslach)과 잭슨(Jackson)은 소진의 증후를 ‘정서적 고갈, 비인간화, 성취감 저하’로 나눠 정의했다. 정서적 고갈은 업무에 대한 과도한 요구로 인해 에너지의 손실과 함께 좌절과 긴장감을 느끼게 되는 상태를 말하며, 비인간화는 관계로부터 분리되고 정서적으로 무감각해지며 자신이 대하는 동료나 사람들에 대해 둔하고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성취감의 저하란 개인이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으로서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되고 무능감이 증가하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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