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법인의 정관은 우리의 총장에게 엄청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총장은 행정권과 대표권을 모두 가지고 있기에 가히 고려대학교의 대통령이라 부를만하다. ‘그’의 권한은 이뿐만이 아니다. 총장직을 수행하는 동안에는 <총장동정 출판 시행내규>에 따라 그의 모든 업무 수행이 영상 및 출판물로 기록된다. 총장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전임총장 예우에 관한 내규>에 따라 방학기간 중에도 차량유지비를 받고, 업무상 여행 경비를 지원받을 수도 있다.
 이렇듯 총장은 고려대의 행정권과 대표권을 갖는 것은 물론 취임 전후로 각종 재정적 지원까지 받는다. 그리고 그 권한과 지원은 모두 ‘학생’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학생이 없다면 그가 총괄할 교무도, 교직원도 존재할 수 없으며, 고려대학교 자체도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총장 선출 과정에서 학생의 존재감은 매우 미미하다. 가장 큰 문제는 최종적으로 총장을 ‘법인 이사회’에서 결정한다는 데 있다. 법인, 교수, 교우회, 직원, 학생이 모인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에서 몇 주간의 노력 끝에 최종 후보 3인을 선정하고 나면, 법인 이사회는 그간의 심사결과에 구속되지 않고 총장 한 명을 지명한다.
 백번 양보하여 이것을 ‘사립학교의 한계’로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남는다. 앞서 말한 ‘총장후보자 추천위원회’에서도 학생의 존재감은 매우 미미하기 때문이다. 총장후보자 추천위원회의 위원은 총 30명인데 그중 학생위원은 단 10%, 3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학생위원 비율은 등록금심의위원회의 학생위원 비율 46%(13명 중의 6명), 대학평의원회의 학생위원 비율 15%(13명 중의 2명)에도 못 미친다.
 학생위원 비율이 낮더라도 총장후보자들이, 또 학교 당국이 학생을 진정으로 존중한다면 선거 과정에서 우리를 충분히 참여시킬 수도 있다. 학생을 위한 공약을 더 내고, 학생들의 총장 선거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어야 한다. 안암 총학생회에 따르면 총장후보자의 직접적인 학생 관련 공약은 ‘학생회관 리모델링’ 정도가 전부라고 한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총장후보의 공약이 실려 있는 자료집은 교수 연구실 앞에서만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올 한해 학교 당국은 학칙 개정, 정보대 신설 과정에서 일방적인 행정으로 학생들의 속을 끓게 하였다. 이러한 ‘밀실 행정’을 멈추어야 할 새로운 총장의 선출 역시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밀실’ 속에서 진행되었다. 만약 신임 총장께서 학생과의 소통 의지가 크지만, 현실적인 여러 제약으로 선출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못하셨다면, 아직은 늦지 않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곧 시작될 4년의 임기 동안 학생들과 열린 자세로 소통하며 학생을 위한 학사행정을 펼치는 총장님을 기대하고 응원하겠다.

권순민 (문과대 사회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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