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슬림들은 하루 5번 메카를 향해 기도를 올려야 한다. 사진|차정규 기자 regular@
“우리 앞 사람, 한국인 맞나? 좀 신기하다.”
3일 12시 경, 명동역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줄을 기다리고 있었다. 뒤에 서 있던 세 명의 20대 여자가 수군거리다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시선을 피한다.
‘한국에서 무슬림 대학생으로 사는 삶’을 취재하고자 4일간 히잡을 쓰고 학교 안팎을 돌아다니며 생활해봤다. 교내외를 비롯해 유동인구가 많은 명동, 건대, 종로 일대를 방문하며 20여 명의 무슬림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히잡을 접하다
샤히다(shahida, 건국대 보건환경공학14) 씨가 내게 건넨 민트색 히잡은 가벼운 쉬폰 소재의 천이었다. 히잡을 파는 친구로부터 구해왔다고 했다. 150cm 정도 되는 정사각형 모양의 하늘하늘한 이 천을 대각선으로 절반을 접어 삼각형을 만든다. 가장 긴 부분으로 얼굴을 감싸 머리카락이 보이지 않게 한다. 가슴팍엔 브로치를 매달아 히잡으로 가슴을 가리게끔 한다.
2호선 을지로입구역 화장실에서 히잡을 쓰고 나왔다. 역 내에서 우산을 팔던 아주머니가 유심히 바라봤다. ‘신기해서 그런가’ 했는데 아주머니는 미소를 머금고 민트색 히잡을 가리키며 “지금 황사라 비 맞으면 안 되는데, 아가씨 그거 잘 쓰고 왔어, 예뻐”라고 말했다. 히잡 쓴 한국인 여성을 본 일반인의 반응은 따갑지 않았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무슬림 유학생 코지앗디바(Koziaddiba, 공과대 기계15) 씨는 “여름에 ‘더운데 히잡을 어떻게 쓰고 다니냐’며 묻는 사람들이 더 많다”며 “악의가 있어 질문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관심을 가지고 묻는 것이기에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만나본 많은 국내 무슬림들은 음식을 주로 집에서 해 먹는 경우가 많았다. 밖에서 사먹는 경우 생선이나 해물이 들어간 요리를 주로 먹는다. 돼지고기가 아닌 고기의 경우 할랄 인증이 있는 고기여야 가능하다. 코지앗디바 씨와 기도를 마치고 할랄 음식을 취급하는 안암동의 인도 음식점에 갔다.
중앙광장에서 기도를 하다
정오가 되자 본교 교가가 울려 퍼졌다. 교가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중앙광장 나무 그늘 아래 스자다(sejadah)를 깔았다. 스자다는 이슬람교에서 기도를 하기 위해 까는 융단을 말한다. 이슬람 사원이 그려진 검은색 융단은 두 명이 간신히 기도할 수 있는 크기였다. 메카 방향은 중앙광장에서 본관을 바라본 방향과 동일하다. 코지앗디바 씨와 함께 쿠란에 적힌 주기도문을 외며 기도를 시작했다. 기도 도중 여러 명의 교직원과 학생이 옆을 스쳐갔지만 별 반응은 없었다.
하루에 알라신에게 드려야 할 기도는 총 5회다. 메카를 향해 기도를 드린다. 이른 새벽의 파즈르(fajar), 정오를 조금 지난 시각의 주흐르(zuher), 정오와 저녁 중간의 아스르(asar), 일몰 직후의 마그립(maghrib), 잠들기 전의 이샤(isha) 예배다. 코지앗디바 씨는 “메카를 찾는 법은 간단하다”며 핸드폰을 꺼냈다. 그녀는 ‘Prayer Times:Qibla&Azan’이라는 앱을 실행해 보여줬다. 이 앱에는 기도해야 하는 시간과 기도 방향을 알려주는 기능이 탑재돼 있었다. 수업이 잇달아 있으면 기도 시간을 맞추지 못할 수 있다. 한 무슬림 여학생은 수업 도중 화장실에 가는 척하며 밖에 나가 기도를 재빠르게 하고 돌아온다고 말했다. 
무슬림으로 일자리를 찾다
무슬림으로서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아르바이트 사이트에서 채용 정보를 뒤져 성북구의 한 피자집에 연락했다. “휴학생이며 서빙 일을 해본 적 있다”고 말하자 수신자는 “면접을 보러 오라”는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무슬림이다”라고 말하자 곤란한 기색을 보이더니 “사장과 상의하고 다시 말해준다”고 했다. 3분쯤 후 문자가 하나 왔다. ‘사장님께서 곤란할 거라고 하시네요. 죄송합니다.’ ‘히잡을 쓰지 않아도 안 되는 건가요?’라고 보냈으나 더 이상 답은 오지 않았다.  
과외 매칭 업체도 마찬가지였다. 상담원에게 “고려대에 다니는 4학년 학생”이라고 하자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무슬림이라 히잡을 쓴다”고 말하자 3초간 정적이 흐르더니 “그건 좀 곤란하죠”라며 웃었다. 이후 네 군데 더 연락을 했다. “종교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히잡 쓴 알바생은 손님이 불편해할 수 있어 죄송하다.” “히잡을 쓰는 건 이미지 상 좀 그렇다.” 결론은 하나, ‘일할 수 없다’였다.
이슬람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다
3년 전 개종한 한국인 무슬림 김영진(남·28) 씨는 당시 입대한 무슬림 친구에게 아랍어로 된 쿠란을 보낸 적 있다. 군대에선 자유롭게 기도를 할 수 없기에 대신 쿠란이라도 보낸 것이다. 하지만 김 씨의 소포는 친구에게 도착하지 않았다. 김영진 씨는 “아랍어로 쓰여 있어 거절당했다”며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이슬람교에 대해 닫혀있는 건 아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무슬림 남학생인 빅자드(Bikzad, 정경대 정외14) 씨는 “한국에서 만난 친구들은 종교가 무엇인지 상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빅자드 씨는 “술은 마시지 않아도 개강 파티에 참석했다”며 “친구들이 종교적 신념을 이해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코지앗디바 씨의 경우 “한국 대학에선 술을 마시며 친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무슬림이라) 많이 친해지지 못할 것 같아 아쉽다”라지만 “한국 사람들이 예전보다 종교에 대해 많이 개방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한편으론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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