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알바몬이 대학생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남학생의 66.2%, 여학생의 59.5%가 ‘자신의 외모 때문에 손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외모로 차별하는 일, 차별받는 일은 이제 문제라고 말하기 힘들 만큼 만연해 있다. 취업을 할 때도 더 예뻐야 한다. 외모 차별, 외모 혜택이 당연하게 느껴가는 이유는 무엇이고 여기서 우리가 다시 생각해볼 점은 무엇일까.

▲ 케이블 방송 '렛미인'은 출연자가 성형 후 다른 얼굴과 몸매를 갖게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 Story on 홈페이지

불안한 개인들의 선택
전문가들은 신자유주의로 인한 경쟁과열로 사람들의 개인화와 개인을 하나의 상품으로 여기는 경향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고 설명한다. 김고연주(연세대 젠더연구소) 전문연구원은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신자유주의에서 개인들은 원자화되고, 불안정한 고용시장에서 자신의 차별적인 상품성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하게 된다”며 “따라서 개인은 끊임없는 투자와 개발로 자신을 ‘팔릴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소비자본주의의 심화는 불안한 개인들에게 외모중심주의를 부추긴다. 시장 규모가 약 6조 원에 육박하는 국내 미용산업이 시장 확대를 위해 몸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한다. 특히 소비자본주의와 대중매체가 결합하면서 성형 전후를 비교하는 수술 광고, 여성의 몸과 외모를 상품화하는 광고 이미지 등이 ‘아름다운 몸’에 대한 인식을 왜곡하고 계속 더 예뻐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배은경(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는 얼굴의 크기처럼 몸의 건강, 기능과 크게 상관없는 부분이 끊임없이 새로운 ‘미의 기준’으로 제시된다”며 “이에 여성들은 산업이 생산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연세대 3학년에 재학 중인 A 씨는 이른바 ‘걸그룹 주사’라고 불리는 다리 지방분해 주사를 맞았다. 정상 몸무게였지만 마른 다리를 원하는 그는 걸그룹 주사 광고를 보고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광고를 보고는 ‘무조건 나도 맞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말라질 수 있다는데 어떻게 안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약물 후유증으로 구토 증세와 함께 쓰러지는 부작용을 겪어야 했다. 
능력 평가의 기준으로 왜곡돼
더 이상 얼굴은 그 사람이 ‘잘생겼다’, ‘예쁘다’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태희원 충청남도여성정책개발원 교육사업팀장은 “날씬한 몸매와 준수한 얼굴은 그 사람의 능력, 경제적 배경, 성격까지도 짐작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뷰티 산업’이 자신들의 이익을 증대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더 ‘노력하면 예뻐질 수 있고, 그래서 예뻐지지 않는다면 넌 자기관리를 못하는거야’라는 담론을 형성한다고 말한다. 김진선 한국여성민우회 건강팀장은 ‘렛미인’(메이크 오버쇼)을 예로 들었다. “‘렛미인’에 나오는 참가자들은 외모에 자신이 없고, 경제적으로 가난하고, 인생에서 무기력함을 느낀 실패자로 표현된다”며 “성형 후 달라진 외모로 실패자에서 승리자가 된 것처럼 조장한다”고 말했다.
외모지상주의 담론의 중심이 되는 것은 여성이다. 요즘에는 ‘남성도 꾸며야 한다’는 분위기가 거세지지만, 아직 여성에 비해서는 낮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가부장제’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태희원 교육사업팀장은 “남성보다 취업과 임금 면에서 불리한 여성이 외모로 경쟁력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배은경 교수는 현재는 남성에게도 ‘외모’를 요구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아주 달랐다고 설명했다. “20~30년 전에는 여성의 삶이 남성이 배분해주는 삶에 의존하기 때문에, 여성은 하나의 경쟁력으로 미를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는 가부장제의 축소와 함께 남성도 사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하나의 경쟁력으로 미를 추구하는 것이 남녀 모두에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름다움을 위해 투자하는 남성들로 인해 남성대상 뷰티 산업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14년 기준 한국 남성 뷰티 시장규모는 1조원이 넘었고 전 세계 2위를 기록 중이다. CJ 올리브영은 남성 뷰티제품 판매율이 작년대비 50%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따라 매월 ‘맨즈데이’ 등 남성 대상의 차별화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2014년 SK플래닛이 소셜분석을 한 결과, ‘성형, 피부관리, 화장품’ 관련 키워드에서 ‘남자’라는 키워드 상승률이 전년동기대비 48%까지 상승했다. 
더 유별난 대한민국
게이오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B 씨는 의학적으로 정상 몸무게였지만 한 달 동안 하루에 토마토 하나만 먹으면서 10kg을 감량했다.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한 이유에 대해 그는 자기만족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날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한국에 올 때마다 ‘어떻게 저 옷을 입지?’라는 듯이 쳐다보는 시선 때문에 위축됐다. 그는 “외국에서는 전혀 그런 시선이 없다”며 “한국에서는 유난히 더 외모 기준이 높을 뿐 아니라 남에게도 이를 강요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11년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대비 성형수술률 1위로 1000명당 13명이 성형수술을 한다. 이처럼 외모에 더 열성적인 이유에 대해 임인숙(문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여성 진출의 어려운 점을 꼽았다. “한국 여성들의 사회적 장벽이 완화되고 있지만 아직 OECD 평균에 비해서는 장벽이 높다”며 “여성의 교육수준이 올라가는 것에 비해 진출이 힘들다 보니 외모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련정책 또한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압구정, 강남역 등 지하철을 돌아다니다 보면 ‘성형사진 before& after’를 흔히 볼 수 있다. 사진 속 여성들은 180도 달라진 얼굴을 보인다. 하지만, 영국 프랑스 등을 포함한 나라들은 공공장소에서 성형 사진을 일체 금지하고 있다. 성형산업의 무분별한 조장으로 국민의 건강에 큰 염려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김진선 건강팀장은 “우리나라는 뷰티산업을 하나의 경제적 수단으로만 여겨 무분별한 성형과 외모지상주의를 강조한다”며 “오히려 외국인유치성형센터를 만드는 등 뷰티산업 확산에만 관심을 갖고 부작용에 대해 막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덤덤해지는 외모지상주의
임인숙 교수는 외모차별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인종차별과 같은 차별과는 달리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쁜 직원을 뽑고, 노래 속 가사에서도 예쁜 사람을 찬양하는 등 그 차별이 만연해 있다”며 “분명 문제라고 인식은 하고 있지만 이를 무감각하게 받아드리는 모습은 외모차별이 허용된 듯이 보인다”고 말했다.
홍익대 2학년에 재학 중인 C 씨는 아르바이트 시급으로 6000원을 받았다. 그리고 다른 아르바이트생은 일일 아르바이트였지만, 예쁘다는 이유로 시급 8000원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부당성을 호소하지 않았다. “‘그냥 예쁘니까 쟤는 뭐든 혜택을 받는구나’라고 여겼다”며 “기분은 나쁘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임인숙 교수는 사람들 스스로가 외모지상주의를 재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얼짱사이트’에서 사람들이 특정인의 외모를 평가하는 것, ‘텔레비전 속 다이어트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그 예로 들었다. “다이어트 서바이벌의 경우 뚱뚱한 것을 하나의 볼거리로 여기면서, 비만 낙인을 재생산 한다”며 또한 “사회적 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는 전혀 하지 않고, 너를 바꿔야 한다는 의식만을 조장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모든 담론이 그렇듯 외모지상주의 자체도 그 스스로 더 확장된다고 말했다. “일단 외모가 중요하다는 담론이 커지면, 그 밖에 속해있던 사람들도 주된 담론이 맞다고 여기게 되기 쉽고, 그 담론 속에 있는 사람들도 더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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