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제 이야기 들으시면 마지막에 당장 오늘부터 비키니 몸매가 될 수 있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 그는 165cm에 70kg으로 88사이즈를 입는 국내 최초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자 <66100> 잡지의 편집장인 김지양 씨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은 미국 기준으로 보통 ‘사이즈 12’이상을 뜻한다. 한국식으로는 ‘99-100사이즈’ 정도다. 그녀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 가운데서는 왜소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플러스 사이즈로 만들어진 옷조차도 ‘55, 66사이즈’의 모델이 입고 광고를 찍는다.
<66100> 잡지는 여성은 66사이즈, 남성은 100사이즈 이하를 강요하는 패션 업계의 암묵적인 마지노선을 깨자는 취지로 만들어 졌다.
잡지가 추구하는 모토도 ‘사이즈와 상관없는 아름다움을 지향합니다’, ‘외모지상주의, 다이어트 만능주의를 지양합니다’, ‘사이즈를 넘어서는 당신의 무한함에 관해서 이야기합니다’이다. 
잡지 속에는 플러스 사이즈인 사람들을 위한 화장법과 의상 코디를 알려주고 맛있게 먹기 무엇보다도 당당해지기를 주문한다.
그녀 역시 처음에는 체중에 대해 스트레스를 겪었다. 고등학교 때는 현재 키에 54kg이었지만, 대학 입시와 자취를 하면서 70kg이 됐다. 그녀는 살이 찌기 시작하자 거울을 외면해 버렸다. 어느 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생소해 놀란 적도 있다. 그랬던 그녀가 마음을 바꾸게 된 건 ‘도전슈퍼모델 코리아’ 광고를 통해서다. “광고에 당신이 주인공이라고 쓰여 있는 거예요. 그런데 살이 찌고 안 찌고 상관없이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본 적이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모델에 도전한 그녀는 2차 비키니 심사에서 탈락했다. 그때 마침 미국에서 ‘FFF(Full Figure Fashion) 위크’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렸다. ‘FFF’는 미국 최대 빅 사이즈 패션쇼다. 다급하게 지원서를 보냈고, 합격 통보를 받고는 바로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 에이전시에 비디오 오디션을 제출했는데 ‘숙식은 제공되지 않는다. 오고 싶으면 오라’라는 답에 오기가 발동해 바로 자취방 보증금을 빼서 미국으로 날아갔어요.” 그렇게 화려한 데뷔 무대를 마치고 ‘상업 모델’을 꿈꾸며 귀국했다. 그러나 국내 플러스 사이즈 모델 시장은 열악했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기용하는 브랜드도 없고, 인터넷 플러스 사이즈 쇼핑몰에서조차 가냘픈 모델을 기용하는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김지양 씨는 포기하지 않고 한국의 플러스 사이즈 사람들을 위한 패션 잡지를 발행하자고 생각했다. “국내에선 그간 뚱뚱한 사람은 패션, 미용 정보에서 소외되곤 했어요. 하지만 날씬해야만 아름다운 건 아니에요.”
그는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 강조한다. “아름다움이란 건 내가 자신을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따라오지 않아요. 사람들은 몇 년 전 사진을 보며 ‘아, 그때 내가 예뻤구나!’ 놀라곤 하죠. 동시에 ‘그런데 그땐 왜 나 자신을 예쁘다고 해주지 못했을까’라며 한탄해요. 당신의 모든 순간이 아름다운데 왜 그걸 모를까요. 그게 바로 ‘사이즈 너머에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고민의 시작이에요.”
그녀는 올해의 목표로 편집장으로서 <66100> 잡지가 지속 가능하도록 여러 실험을 하는 것과 모델로서는 패션위크에 서는 것을 꼽았다. 또한, 최종 목표로서는 플러스 사이즈뿐만 아니라,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의 개성과 다채로움을 알리는 문화 포털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자. 제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떠세요? 이제 비키니 몸매를 만드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첫째, 비키니를 사세요! 두 번째로 비키니를 입으세요! 당신은 지금도 그대로 예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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