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교 최초로 3대에 걸쳐 기부를 한 황영 교우(오른쪽)와 황창원 교우(왼쪽). 사진I차정규 기자 regular@

“이번 계기로 나눔의 문화가 확산됐으면 좋겠어요. 저희 가족도 여유가 많지는 않지만, 기부문화 발전에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만족해요.”
황영(경제학과 61학번) 교우는 그의 아버지인 고(故) 황진규(상학과 38학번) 교우의 뜻을 받들어 아들 황창원(철학과 93학번) 교우와 함께 본교에 발전기금을 기부했다.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가 기부한 건 본교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황영 교우가 기부를 결심하게 된 데에는 교육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는 일제강점기에 학병으로 끌려갔다 온 후 교편을 잡아 교육에 일생을 바쳤어요. 졸업 이후에도 학교에 애정을 가지고 계셨죠.” 황영 교우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가 항상 후배들을 도와주려 애썼던 것을 떠올리며 아들 황창원 교우와 함께 기부를 결심했다. 지난 2월 2일 ‘고려대학교 발전기금’으로 1억 원을 기부한 부자(父子)는 이로써 최초로 3대에 걸쳐 본교에 기부를 한 사례로 기록됐다.
3대가 고려대를 나온 이 가족에게 고려대는 말 그대로 모교(母校)다. 황영 교우가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고대는 지방 학생의 비율이 높았다. “당시 지방에서는 고대가 최고였어요. 아버지가 고대를 나오기도 해서 저도 고대에 가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러고 나니 아들도 고대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고대밖에 모르는 집안 분위기에 황창원 교우는 자연스럽게 고대를 택하게 됐다. 한술 더 떠 황창원 교우는 이미 6살짜리 아들도 후배로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제 아들도 고대에 보낼 거예요. 아들에게 어느 대학에 갈지 물어보면 벌써 고대에 간다고 말해요(웃음)”
두 부자는 고대인(高大人) 사이에만 존재하는 끈끈한 감정이 있다고 했다. 황영 교우는 대학 시절 돈이 없어 방값도 못 내고 아침저녁으로 국수만 먹고 살았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 친구들은 그런 그의 사정을 알고 군말 없이 방값을 다 내줬다.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에게 친구들은 각별한 의미로 남아있다. “지금도 경제적으로 힘든 친구가 있으면 서로 도와주려고 해요. 다른 학교 학생들은 이런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황창원 교우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있다. 직장생활을 갓 시작한 그는 고연전날 무교동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흥에 겨워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때 한 노신사 분이 나타나서는 ‘몇 학번이냐’고 묻더니 ‘열심히 하라’며 술값을 내주고 가셨어요. 돈보다도 고대인끼리의 끈끈함을 느낄 수 있었죠.”
먼저 사회에 진출한 대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는지 묻자 “얼마 안 되는 돈 기부해놓고 무슨 얘길 하느냐”며 손사래 치던 황영 교우는 어렵사리 고대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예전에는 힘들 때 서로 돕는 고대정신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정신이 없어지는 것 같아 아쉬워요. 선배들이 쌓아온 고대정신을 후배들이 잘 이어나가서 우리 학교가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황창원 교우도 한마디 덧붙였다. “고대정신이 우리끼리 잘 먹고 잘살자는 것이 아니잖아요. 특권의식을 갖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모범이 되는 후배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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