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열리는 ‘개교 110주년 기념식 및 고대인의 날’ 행사에서 근속 30주년 교원 4명, 직원 6명, 근속 20주년 교원 45명, 직원 25명, 근속 10주년 교원 48명, 직원 16명이 장기근속자 표창을 받는다. 30주년 장기 근속자 표창을 받은 손용석(생명대 생명공학부) 교수와 송병국 학술정보관리부 부장, 김성광 에너지·안전팀 주임(기능)을 만나 본교와 함께했던 30년의 인연을 돌아봤다.

손용석 생명대 생명공학부 교수

- 본교에서 몸담은 지 30년이 됐다


“30주년 표창을 받는다는 연락을 받고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30년 동안 무탈하게 강의할 수 있어서 기쁘다. 자유롭고 편안하게 연구할 환경을 제공해 준 학교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예전에 비해 학생들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요즘 학생들은 개성이 없는 것 같다. 스펙과 학점에만 몰두하다 보니 모두 똑같은 사람이 돼버렸다. 자신을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정신적인 여유를 가지고 자기만의 소신과 가치관을 정립해야 한다. 책을 많이 읽으면서 스스로 인생의 주인이 됐으면 좋겠다. 이것은 앞으로의 사회생활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대학에 다니는 동안 이 네 군데는 방문해봤으면 좋겠다. 응급실, 새벽시장, 탑골공원 그리고 화장터다. 각각을 방문하면서 관찰하다 보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책만 봐서는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 재직 중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농학은 실제 산업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어야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1990년대에 볏짚을 말려서 소 사료로 사용하도록 하는 기술을 최초로 개발했다. 남는 볏짚을 가공해 소 사료로 사용하면 수 백 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 이 연구를 통해 표창도 많이 받았는데 이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 또한, 농민이나 학생들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달려갔다. 지금도 여러 곳에서 조언도 해주고 강의도 하고 있다. 돈은 별로 받지 못하지만, 그보다 더 큰 보람을 느끼곤 한다.”
- 안타까운 점도 있을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의 농업 분야는 식량자급률이 OECD 최하위를 기록할 정도로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몇 년 전 본교에서 특강을 했던 짐 로저스(Jim Rogers)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앞으로 투자가치가 가장 높은 분야는 농업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래사회에서 농업은 수십 조의 부가가치를 담당할 것으로 추정돼 그 가치가 매우 크다. 그런데도 본교에서는 농학과 관련된 학과들이 통·폐합되면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날로 과학화, 세계화되고 있는 농업 분야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는 농업 전공의 다양성을 살릴 필요가 있다.”
- 본교에서의 30년이 갖는 의미는
“고려대학교는 나의 모교이자 우수한 후배를 가르친 터전이다. 지난 30년 동안 매일 휘파람을 불면서 출근했고 즐겁게 강의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는 떳떳함이 있어 지난 30년에 자부심을 느낀다.”
- 본교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전통 있는 명문대학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만의 색깔을 가져야 한다. 여기저기서 요구하는 사항이 있어도 우리의 기준을 가지고 소신 있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목표한 바를 향해 가면서 틀린 것은 틀렸다고 얘기할 수 있는 고려대학교가 됐으면 좋겠다.”

 

송병국 학술정보관리부 부장

- 본교에서 근무한 지 30년이 됐다. 장기근속자 표창을 받는 소감은
“엊그제 입사한 것 같은데 벌써 30년이 흘러 장기근속 표창을 받는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 한 직장에서 이렇게 오랜 기간 근무하기 힘든데, 아직 학교에서 필요한 사람으로 남았다는 것에 감사하다.”
- 지난 30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자면
“김상협 전 총장님의 비서직을 수행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김 전 총장님은 우리 시대의 큰 스승이고 인품도 훌륭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총장님이 돌아가시면서 내가 총장님의 마지막 비서로 남게 됐다. 얼마 전에 인촌기념관에서 20주기 추도행사가 있었는데 총장님 생각이 많이 났다.”
- 본교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핵심은 소통과 화합이다. 지금까지는 이것이 잘 안됐다. 새로운 총장님께는 많이 얘기하지 말고 들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소통이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많이 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 교원. 직원 모두가 화합할 수 있다.”
- 직원으로서의 사명이 있다면
“조직생활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성실함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는 출퇴근 시간을 지키는 것이다. 전날 무슨 일이 있었든지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려고 노력했다.”
-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학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학생 중에 어려운 학생이 많다. 그런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준 적이 있다. 나중에 그 학생들이 좋은 기업에 들어갔다고 해서 뿌듯했다.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포기하지 말고 학사지원부나 장학금 담당 부서에 사정을 얘기하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예전에는 학생들이 고대생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할 줄 알았다. 그런데 얼마 전 과학도서관을 지나가다 벽을 담뱃불로 지져 구멍이 난 것을 봤다. 요즘 학생들은 예전보다 공중도덕을 잘 지키지 않는 것 같다. 고대생으로서 최소한의 공중도덕은 지켰으면 좋겠다. 내가 인생철학으로 삼고 있는 말이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이라는 말이다. 논어에 있는 말인데,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면 안 된다는 뜻이다.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다른 사람들은 배려할 줄 아는 고대생이 됐으면 좋겠다.”
- 고려대학교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고려대학교는 청춘을 바친 곳이고,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린 곳이다. 일반 기업체에서는 서로 경쟁하기 바쁜데 학교에서는 가족 같은 분위기로 잘 지낼 수 있었다. 늘 학생들을 대하다 보니 마음만은 항상 청년 같을 수 있어 기쁘다.”

 

김성광 에너지 안전팀 주임(기능)

-본교에서 근무한 지 30년이 됐다
“감개무량하다. 오늘이 있기까지 열심히 노력했다. 주위의 도움이 없이는 이뤄낼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재 무슨 일을 담당하고 있나
“학교에서 사용하는 전기와 관련된 업무를 전반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한전에서 들어오는 전기를 변압해서 각 건물에 공급한다. 전기 사용에 문제가 생기면 직접 점검해서 처리한다.”
-근무하면서 고충도 있을 것 같다
“교내에서는 개인 전열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돼 있지만 추운 겨울에는 일부 학생들이 개인 전열기를 사용한다. 그러다 보면 간혹 전기가 차단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많은 항의를 받는다. 이것은 우리가 잘못한 부분이 아니어서 억울한 면이 있다. 예전에는 고양이가 학교 내의 전선을 건드려서 종종 전기가 차단되곤 했는데, 그럴 때는 새벽이라도 택시를 타고 출근해서 수리해야 했다. 다들 쉴 때 일을 해야 해서 힘들었다.”
-근무를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전기시설이 고장 나서 수리를 해주고 나면 학생들이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그럴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가끔 전기 장비가 고장 나서 학교 전체가 마비될 때가 있는데. 직접 수리를 해서 복구하면 학교에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본인이 할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성과가 있게 돼 있다. 예전에 교통사고가 나서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 거라는 소리도 들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서 결국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지금 상황에 불평하지 말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에 기부를 한다고 들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정년퇴직까지 3년 정도가 남았는데, 지금까지 제가 받은 주위의 도움에 조금이나마 보답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기부를 결심했다. 제가 학교에 남아있는 동안 한 달에 100만 원씩 학교에 기부를 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가는 사학인 고려대학교에 미약하나마 기여할 수 있어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
-고려대학교가 자신에게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고려대에 나의 인생 전부를 바쳤고, 고려대 덕분에 나의 인생도 있는 것이다. 30년간 근무를 하면서 항상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학교에 무슨 일이 생기면 열 일 다 제치고 달려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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