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1일은 메이데이(May-day)로 우리나라에선 ‘근로자의 날’로 불린다. 메이데이는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각국의 노동자들이 연대의식을 다지는 날이다. 메이데이를 맞아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노동교육이 이뤄져 왔는지 ‘학교’를 중심으로 살폈다. 많은 전문가는 학교 노동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그 과정에서 학교 노동교육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논의가 지속됐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하면 ‘학교 노동교육’은 학교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노동에 대한 지식과 태도를 가르치는 교육활동이라 정의할 수 있다. 노동교육은 보통 사회과 교과에서 이뤄졌다.

법 조항만 나열한 노동 교육
교과서에 담긴 노동 교육의 영역은 크게 지식 영역, 기능 영역, 그리고 가치 및 태도 영역으로 나뉜다. 1981년부터 1987년까지의 제4차 교육과정이 중점적으로 다룬 영역은 지식 영역으로 63.4%의 비중을 차지했다. 기능 영역이 27.7%로 그 뒤를 이었고, 가치 및 태도 영역이 8.8%의 비중을 보였다. 제4차 교육과정은 주로 노동의 철학과 역사에 대한 단순히 이론 중심의 기계적 설명에 치우쳤다. 교과서에 기술된 대부분은 노동의 역사에 관련된 내용으로서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생산방식 및 노동형태의 변화의 단순 설명이 많았다. 노동자 권리에 대한 내용은 법률적 이해에 맞춘 선언적 설명의 나열에 불과했다. 다음은 제4차 교육과정의 고등학교 사회Ⅰ 182쪽에 나온 내용이다.
우리 헌법은 제30조 1항에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라고 함으로써 근로의 권리를 선언함과 동시에, 제31조 제1항에서는 “근로자는 근로 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 교섭권 및 단체 행동권을 가진다.”라고 함으로써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헌법에 보장된 근로의 권리와 노동 3권을 노동 기본권이라 한다. (생략)

노동 개념도 잘못 담겨
1998년부터 2008년까지의 제7차 교육과정의 경우엔 지식 영역이 42.4%로 감소하고 기능 영역이 34.7%, 가치 및 태도 영역이 22.9%로 비중이 증가했다. 특히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의 경우는 기능 영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4차에 비해 7차 사회 교과서는 비교적 지식 영역 위주에서 벗어났다. 특히 7차 교육과정에서는 노동문제 중 여성, 청소년, 그리고 외국인 노동문제를 처음으로 다뤘고, 진로 탐색 부분도 새롭게 추가됐다. 하지만 제7차 사회과 교과서 또한 중소기업, 생산직과 노무직, 비정규직, 특수근로 형태 종사자 등 다양한 노동환경 변화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과 노사관계 내용은 다른 영역에 비해 낮은 비중으로 다뤘다. 노동자들을 폭동을 일으키는 폭력적인 존재로 여길 수 있을 만한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교학사 고등학교 2학년 사회 교과서 170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사회법이란 본래 사적 생활 관계이던 영역에 국가가 공적으로 개입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법 영역이다.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노동법 (중략) 다음 사례를 통하여 사회법이 만들어진 배경을 살펴보자.
1. 다음은 사회법이 생겨난 배경을 설명하는 그림들이다. 시대적 순서대로 나열해 보자.
<삽화> 자유시장경제제도가 근로자의 행복을 보장하지 못하는 내용
근로자들: 더 이상 못 살겠다.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줘라!
국가: 노동자와 사업주 간의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노동자들이 폭동을 일으키겠어.
잘못된 내용도 여전히 존재했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의 고등학교 3학년 사회 교과서를 비롯해 고려출판 고등학교 3학년 사회 교과서, 지학사의 고등학교 정치 교과서 등 여러 교과서는 노동조합을 이익집단으로 분류했다. 노동조합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 3권에 근거한 조직으로, 일반적 의미의 이익집단과 다르다. 그런데도 그 특수성을 교과서상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다음은 지학사 고등학교 정치 교과서 86페이지에 나온 내용이다.
3. 정당과 이익집단
*소개글: 2002년 X월 XX일 날씨 맑음.
어제는 버스를 타고 등교하다 길이 막혀 지각을 했다. 그래서 오늘은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지하철이 오지 않는 것이다. 한참 후, 노조가 파업하여 지하철 운행을 하지 않는다는 방송이 나왔다. 부랴부랴 지하철 역 밖으로 나와 버스를 탔지만 지각을 하고 말았다. 그런데 지하철 노조에서는 왜 파업을 하였을까? 파업하지 않고는 문제 해결이 곤란하였을까? 어른들의 일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익집단은 왜 생겨났을까?
위의 사례에서 지하철 노조는 왜 파업을 했던 것일까?

271쪽 중 노동관련 내용은 6쪽
<한겨레>가 2009 교육과정의 사회과 교과서인 ‘사회’, ‘경제’, ‘법과 정치’, ‘사회문화’ 17종을 분석한 결과 전체 4612쪽 중 노동 관련 내용은 83쪽인 2%뿐이었다. 이는 한 권당 평균적으로 271쪽 중 6쪽의 분량이다. 학교 노동교육이 질적 측면과 아울러 양적 측면에서도 아직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서울시는 4월 29일, ‘서울시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최우선 과제로 노동교육 강화를 선정했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는 서울시교육청에 중·고교 교과과정에서의 노동교육 시간 확대와 정규교과로의 편성을 건의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2019년까지 11만 9000명의 청소년, 대학생, 그리고 시민을 대상으로 한 현장 중심형 노동교육인 ‘희망노동아카데미’ 사업을 확대할 계획에 있다. 서울시 노동정책팀 조성민 주무관은 “노동 정책을 만들고 집행할 수 있는 건 고용노동부 즉, 중앙정부만이 할 수 있어서 서울시와 같은 지방자치단체는 예방적 차원에서 노동 문제에 접근하려 한다”며 “미래의 근로자인 학생들에게 하는 노동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다” 고 말했다.
대학생에게도 노동교육 필요해
이러한 교육과정을 거친 대학생들은 얼마나 노동법에 대해 알까. 서울연구원이 2013년 서울수도권 지역 50개 대학의 대학생 376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노동 인권 인식 및 근로실태’를 조사한 결과, 노동법 교육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학생은 21%였다. 교육을 받은 학생 중에서도 고등학교 수업과 대학교 강좌를 통한 학생은 35.4%였고, 절반 이상은 노동조합 및 시민사회 강좌에서 노동법 교육을 받았다. 노동법 교육을 받았던 학생들은 노동법 교육 효능감에 대한 질문에 5.1%만이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대답했고, 노동법 교육을 지인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94.9%가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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