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사서 마실 뿐 아니라 직접 만들어 마실 수도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자가양조공간 SOMA’다. 옥수동에 위치한 이 곳은 한 TV 프로그램에 노출된 이후 유명세를 탔다. SOMA에서는 맥주를 비롯해 와인, 막걸리, 브랜디 등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 수 있다. 특히 국산 재료를 사용해 모과 와인이나 딸기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SOMA의 박인경 매니저는 “시중에서 술을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한데다가 내가 원하는 맛과 향, 색으로 만들 수 있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SOMA를 방문해 맥주를 직접 만드는 법에 대해 듣고, 실습을 지켜봤다.

▲ SOMA 발효실 내부. 각자 이름표를 단 술이 익어간다. 사진 | 유민지 기자 you@

21일 저녁에 방문한 SOMA에선 맥주와 와인 강좌가 한창이었다. 그 중 맥주 강좌는 부분 곡물을 이용한 맥주 만들기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부분 곡물로 맥주를 만드는 과정은 맥아에서 당분을 추출하는 것 등을 포함해 1차 발효에만 4시간가량이 걸린다. 그 사이 맥아나 발효법 등에 대한 강의가 이루어진다. 성별도 연배도모인 수강생들은 당화 중인 맥아 앞에 옹기종기 모여서 “신기하다”며 사진을 찍고 빼곡히 메모를 하며 매니저에게 질문을 하기도 했다. 박인경 매니저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다”며 “주류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직장인, 학생들도 온다”고 말했다.

▲ 보리를 담화하는 과정. 맥아에서 당분을 추출해야 발효할 수 있다. 사진 | 유민지 기자 you@

맥주를 만드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원액 캔으로 만드는 방법, 부분곡물법, 완전곡물법이다. 박인경 매니저는 맥주 만드는 과정을 커피에 비유했다. 원액 캔은 인스턴트 커피와 같은 것으로, 커피와 프림, 설탕이 조합돼 있어 보다 쉽게 만들 수 있다. 이에 비해 부분 곡물은 커피와 설탕, 프림을 직접 배합해 넣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부분곡물법은 맥주의 재료가 되는 홉을 만드는 등 맛이나 색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다. 완전곡물법은 원두를 직접 로스팅해서 만드는 커피와도 같다. 즉, 가장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과정으로 색과 맛 등을 완전히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
박인경 매니저는 이 중 원액 캔으로 맥주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했다. 맥주는 발효를 통해 만들어진다. 박인경 매니저는 “발효란 효모가 당분을 이용해 발효해서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생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맥주는 보리 전분을 당화해 발효하고, 와인의 경우 포도 등 과일의 당분으로 발효한다. 1차 발효를 위해선 맥주 원액을 발효조에 넣고 뜨거운 물로 녹여야 한다. 또 맛이나 색을 강화할 수 있는 비어 인핸서(beer enhancer)를 넣어 녹인다. 비어 인핸서란 특정한 향이나 맛을 강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후 차가운 물을 붓고 목표로 하는 맥주 양에 맞춘다. 박인경 매니저는 “원액과 인핸서의 양에 따라 다르지만 원액 1kg에 보통 맥주 2만cc 정도 추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발효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효모가 증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소가 필요하므로 발효 중인 혼합물을 격렬하게 저어야한다. 그렇게 통기배양된 맥주 용액은 효모를 추가하고 약 5일간 1차 발효 과정을 거치게 된다.
5일간의 1차 발효가 끝나면 맥주 내에 탄산을 만드는 2차 발효가 기다리고 있다. 밀폐한 병에 설탕과 발효한 맥주를 넣고 더 발효시킨다. 박인경 매니저는 “밀폐돼있기 때문에 발효 시 생성되는 알코올과 이산화탄소가 보존된다”며 “이 이산화탄소가 맥주에 녹아 탄산이 생성되는 것”이라 설명했다.
SOMA에서는 맥주만들기 동호회(맥만동)와 함께 홈브루잉 컨테스트를 열기도 한다. 직접 만든 홈브루잉 맥주를 사전에 공모 받아 전문가의 평가를 거쳐 시상하는 것이다. 박인경 매니저는 “최근 맥주에 대한 인기가 높아져 다양한 행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완성을 기다리는 맥주 통이 수북이 쌓인 발효실에선 오늘도 맥주가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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