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14년 2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대의 절반 이상은 연애 중이다. 또한 20대의 66.2%가 연애를 하기 위해 노력한 경험이 있다. 20대 청춘은 그만큼 연애를 갈구한다. 하지만 설레는 첫 만남부터 가슴 아픈 헤어짐까지 모든 것이 새롭고 익숙치 않다. 20대 초반 연애와 이별은 우리에게 어떤 것을 남길까. 연애기간이 각기 다른 캠퍼스커플(CC) 경험자 5명에게 그들의 연애담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1대 1로 진행했고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취재원의 성별과 연애기간을 제외한 개인정보는 모두 비공개로 처리했다.

▲ 사진│차정규 기자 regular@

섣부른 연애의 결과는
대학 입학 직전, 이 씨는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학기 초 그는 당시 외로웠다. 대학에 처음 온 마음에 설레기도 했고 CC에 대한 로망도 있었다. 그런 그에게 호감을 표시하며 다가온 그녀는 그를 들뜨게 했다. 그녀는 감기에 걸린 그에게 오렌지 주스를 건넸다. ‘빨리 나아!’ 노란색 메모가 붙어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고백하기로 했다. 아직 호감이었지만 사귀면서 감정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은 CC가 됐다.
CC가 된 사실을 비밀로 하지는 않았다. 연애를 하니까 좋았고 좋아하는 걸 숨기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CC이기에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었다. 같이 듣는 수업도 있었고 시험공부도 같이 하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일상은 사귀기 전과 다름없이 평범했다. 짧은 연애이기도 했지만 사귀는 동안 단둘이 안암 밖으로 놀러간 적도 없었다. 전화는 많이 한 것 같지만 그렇게 자주 보지도 않았다.
연애를 하고 싶어 그녀를 만났던 그의 마음은 더 이상 커지지 않았다. 반면 그녀는 그에게 정말 잘해줬다. 그는 점점 미안함이 커져갔다. 며칠 동안 헤어짐을 고민했다. 점점 연락이 줄어들었다. 답장을 하지 않는 횟수도 늘어갔다. 그러던 그의 생일날, 그는 집 앞에서 케이크와 선물을 발견하고 그녀에게 전화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이건 아닌 거 같아. 그만하자. 정말 미안해...” 그녀는 그를 좋아해서, 그는 그녀에게 미안해서 둘은 울었다.
짧은 연애였지만 CC였기에 소문이 무서웠다. 그녀가 그랑 잠자리를 갖지 않으려 해서 그가 헤어지자고 했다는 소문이 났다. 그는 그녀의 친구들과도 사이가 안 좋아졌다. 같이 듣던 수업에서도 그는 구석에 앉았다.
이후로 그는 호감으로 연애를 시작하지 않았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야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리고 저는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훨씬 편하더라고요.” 이 씨에게 연애는 시행착오였다. “연애와 이별을 하면서 내게 발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 연애관에 대해 배우면 다음에 좀 더 좋은 연애를 할 수 있게 되잖아요. 연애를 통해 나 자신에 대해 배울 수 있기도 하고요.”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김 씨는 서로 떨어져 지내면서 헤어졌다. 그녀가 휴학을 하고 고향으로 내려가면서 장거리 연애가 시작됐다. 사귄지 2달이 채 안됐을 때 떨어지게 된 것이었기에 그녀는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아니라고 했다. “보고 싶긴 하겠지만 우리 관계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을 거야. 한 학기인데 뭐. 너도 축제 때 서울 올꺼고 나도 시험 끝나고 너 보러 내려갈게.”
하지만 점점 대화는 단조로워졌다. “뭐해?”, “응, A랑 밥먹어, 너는?”, “그렇구나~ 난 그냥 집에 있어.” 몸이 멀어지자 일상의 공감대가 줄어드는 반면 다툼은 늘어갔다. 같은 얘기를 해도 얼굴을 보고 하는 것과 카톡으로 하는 것은 달랐다. 딱히 이유는 없는데 김 씨와 그는 점점 뚱해져갔다.
대동제 때 김 씨는 서울에 올라갔다.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쌓인 서운함을 꼭 풀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막상 얼굴을 보니 관계는 예전과 같이 좋아졌다. 좋은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 그들은 그들의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만나면 좋으니까, 괜찮겠지’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리고 대동제가 끝나고 그녀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1주일이 지나자 다시 무의미한 카톡이 이어졌다. 그렇게 며칠 후 그녀는 새벽에 장문의 카톡을 받았다. ‘우리 그만하자.’ 그렇게 그들은 헤어졌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이유로 헤어졌다는 게 가장 마음 아팠어요. 휴학한 것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고, 남자친구에겐 당시에 힘든 일이 많이 생겼고, 저는 그때 옆에 있을 수 없었던 건데... 화가 나는 데 어디에 화를 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 연애 후에 그녀는 절대 장거리 연애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는 CC가 자신에게 맞는다는 걸 알았다. “같이 있을 때는 아무 문제 없었어요. 저는 자주 보는 연애를 해야한다는 걸 알았죠. 친구한테 제가 장거리를 하려고 하면 뺨 때리라고 말했어요.(웃음)”
연애를 통해 배운 연애
최 씨는 소개팅으로 여자친구를 만났다. 처음 봤는데도 어색하지 않고 말도 잘 통해서 신기했다. 3번째 만났을 때 그들은 연인이 됐다. 조금은 이르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길게 끌면 흐지부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학교 계단에 앉아 얘기를 하다 기숙사 통금을 놓치면 아침 5시까지 얘기할 정도로 대화가 잘 통했다. 그는 처음에 자신이 여자친구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니었다. 성격도 생활도 많이 달랐다. 연애 초반에는 마냥 좋은 마음에 서로 숨기고 참은 것이었다. 사소한 일로 싸우는 일이 잦아졌다. 그는 “미안해, 내가 고칠게”, “내가 노력할게”라는 말을 많이 했다. 하지만 노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았다. 계속되는 ‘차이’ 문제로 결국 그들은 헤어졌다.
헤어진 지 3주 째 그는 우연히 그녀와 갔던 가수의 콘서트를 다시 가게 됐다. 그리고 먹먹해졌다. 3일 동안 잠도 잘 못자다가 결국 그는 다시 문자를 보냈다. ‘뭐해?’
그리고 그들은 다시 사귀게 됐다. 힘들게 다시 잡은 거니까 잘해보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많이 변한 건 없었다. 1주일 만에 크게 싸웠다. 이번에는 그도 이럴거면 헤어지는 게 낫겠다고, 그동안 쌓였던 것을 모두 얘기하면서 화를 냈다. 솔직하게 싸우고 나서 관계는 오히려 이전보다 좋아졌다. 몰랐던 부분에 대해 이해하게 된 것 같았다.
시험기간이 됐다. 또 싸움이 늘어갔다. 둘의 공부량 차이 때문이었다. 그는 6과목 모두 시험을 봤지만 그녀는 아니었다. 공부 때문에 연락이 줄어든 그에게 그녀는 자주 토라졌다. 최 씨도 스트레스가 쌓여 자주 다퉜다. 시험이 끝난 주 주말, 그 둘은 완전히 헤어졌다. “사랑해, 잘 지내” 서로에게 건넨 마지막 말이었다.
그에게 이 연애는 스무살 넘고 처음으로 해본 제대로 된 연애였다. “이 연애를 통해 배운 게 많죠. 이런 점에서 감동을 받고 이런 일에 서운해 하는구나, 이렇게 하면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줄 수 있구나 등 그냥 연애 자체를 많이 알게 됐어요.” 앞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잘 맞는 사람을 만나야겠더라고요. 예전에는 ‘다르면 맞춰나가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힘들다는 걸 알았어요.”
입대는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박 씨는 새내기 배움터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같은 조였고 그녀는 신입생이었다. 힘들게 이어지는 술자리에서 친구들을 항상 챙기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그녀의 모습에 끌렸다. 고백을 결심한 날 그녀의 집 앞으로 찾아가 말을 꺼냈다. “나랑 사귀자.”
그렇게 연애한지 1년이 다 되갈 때쯤 그는 입대를 해야 했다. 군 문제 때문에 싸움이 늘었다. 매일 만나하는 대화의 끝은 항상 ‘불안함’ 이었다. 박 씨는 그녀가 나를 기다릴 수 있을까 라는 불안감에, 그녀는 그가 전역 후에도 그녀를 계속 만날까. 많은 대화들의 끝이 “그래”, “하자”, “계속 하자”에서 “아니”, “하지 말자”, “그만하자”로 바뀌어 갔다. 점점 더 불안해져만 가는 그들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별로 많지 않았다.
입대를 앞두고 다시 그녀의 집 앞에서 만났다. “그동안 고생많았어.”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별했다. 1년 동안 해왔던 것들을 당장 내일부터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그는 그녀를 원망하기도 했다.
그 연애에서 박 씨가 배운 것은 무엇일까. “헤어진 뒤에는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걸 알았어요. 전 입대하고 정말 바쁘게 살았던 거 같아요. 집중하는 일이 생기면 다른 생각이 들지 않으니까요.”
다른 CC인 정 씨도 마찬가지였다. 정 씨는 고무신을 하다가 헤어졌다. 남자친구는 공군이었다. 입대 후 1주일 쯤 지났을 때 그리움이 몰려왔다.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정말 바쁘게 지냈다. 사람도 많이 만나고 동아리 활동도 늘렸다. 동시에 편지는 더 많이 썼다. 오늘 교수님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 누구랑 밥을 먹었는지 세세한 내용을 다 적었다.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정 씨는 고무신을 하면서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줬다.
하지만 입대한지 일 년쯤 됐을 때 정 씨는 휴가 나온 그에게 이별을 고했다. 힘들 때 옆에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미워졌다. 떨어져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감정이 사그라들었다. 그도 그걸 느꼈는지 정 씨의 이별 통보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정 씨는 이번 연애가 끝나자 허물을 벗고 한층 크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연애 중에 가장 사랑했던 연애였어요. 후회 없이 연애하니까 뒤돌아 봤을 때 아쉬운 게 없더라고요. 한층 더 성숙해진 기분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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