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동산>의 빛나는 무대 뒤에서 작품을 위해 열정을 쏟은 이가 있다. 바로 이 작품을 연출한 이곤(중어중문학과 93학번) 교우다. 목소리는 잔잔했지만, 안경 너머 눈빛은 강렬했다. 현재 극단 ‘적’의 상임 연출가인 그는 과거에 <맥베스>나 <알세스티스> 등 굵직한 작품들을 연출했다. 이번 연극 리허설 도중에도 끊임없이 노트북으로 배우들의 대사와 몸짓, 감정연기를 관찰하던 그에게 <벚꽃동산>에 대해 물어봤다

▲ 사진│조현제 기자 aleph@

- <벚꽃동산>을 연출하게 된 계기는

“본교 개교 110주년 공연인 만큼, 어떤 작품을 연출할지 고민이 많았다. 과거 개교기념 공연들이 고전연극을 택한 만큼, 현대연극보다는 고전연극이 더 깊은 감동을 선사할 거라 생각했다. 특히 <벚꽃동산>은 과거 세대와 미래 세대의 이야기, 자본가와 몰락한 귀족, 인텔리 계층 등 다양한 군상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자신들이 가진 고통을 호소하지만, 타인의 이야기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 여기서 나타나는 혼란이 우리 시대가 최근 겪고 있는 혼란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 이번 연극이 기존의 <벚꽃동산>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이번 공연은 본교 개교기념 작품인 만큼, 희곡에 본교 110년의 역사를 담고자 했다. 그동안 연출을 맡아온 다른 작품에선 개인적인 생각을 많이 담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연출이나 해석을 많이 가미하지 않았다. 배우들의 색이 저마다 다른 만큼, 그들의 색을 보다 돋보이게 하고 싶었다. 다만 이 연극을 쓴 안톤 체호프의 작품은 리얼리즘적이다 보니 심리 위주로 해석되는 부분이 많다. 또 번역된 작품이다 보니 대사가 애매한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것들을 최대한 정확하게 그려내고자 했다.”

- 재학 당시 고대극회는 어땠나

“학교에 다녔던 90년대엔 학생들이 대학사회에 정치적인 목소리를 활발히 냈다. 고대극회도 정치적인 이벤트나 문화행사와 연계가 깊었다. 당시 고대극회에서 선보인 연극을 살펴보면 정치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예술이 담겨 있었고, 예술을 좋아하던 많은 사람들이 모여 공연을 보고 즐길 수 있었다. 각자 다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그런 분위기가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하다.”

- 본교 출신만으로 이뤄진 연극은 여타 연극과 무엇이 다른가

“본교의 교풍을 말하자면 ‘선후배 간의 끈끈한 정’을 빼먹을 수 없다. 그 끈끈함이 이번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묻어나왔다. <벚꽃동산>을 연극하는 배우들은 50년대 학번부터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까지 다양하다. 재학생 입장에서는 어쩌면 아버지나 어머니보다도 더 연세가 많은 선배님들과 함께 공연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스스럼없이 모두가 함께 뭉쳐 연습하고 연극할 수 있었다. ‘고려대’라는 공통분모가 유대감을 크게 키워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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