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후쿠다 케이지(Dr. Keiji Fukuda)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차장은 본교를 방문해 ‘신종 감염병과 공중보건의 위기’를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후쿠다 케이지 사무차장은 메르스 유행 당시, 한국에 WHO 평가단으로서 방문한 바 있다. 증가하는 전염병의 위험성, 메르스 사태를 통해 본 보건 안보 위기를 비롯한 공중보건과 관련된 이야기가 소개됐다.

전염병의 위험은 줄지 않는다

“전염병의 종류와 발생 빈도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제네바 본부에서는 최근 발병하는 전염병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2014년,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발한 이후 전염병에 대한 경각심은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자료에 의하면 2014년 한 해 동안 발생한 보건 관련 사건 1744건은 메르스, 에볼라 바이러스, 조류 인플루엔자를 비롯한 전염성 질환 22종의 출현을 포함한다.

후쿠다 사무차장은 ‘전 세계적인 변화’가 전염병이 성행하는 원인이라고 추측했다. “여행과 해외 교역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국가 간 전염병이 전파될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인구가 도시로 집중하는 현상 역시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일수록 전염성 질병이 옮을 가능성이 높다.

EIDs(Emerging Infectious Diseases, 신종 전염성 질환)라고 불리는 최근의 전염병은 원인과 영향력이 온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포미 시미언 바이러스(Foamy Simian Viruses)를 예로 들어볼까요? 이 바이러스는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에게 노출됐을 때 79~90%라는 높은 감염률을 보입니다. 사람이 감염된 동물과 접촉했을 때 감염될 수 있지만, 그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이렇게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죠.”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명확하지 않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질병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1918년 발발했던 스페인 독감으로 1년 만에 4000만 명이 희생됐다. 1차 세계대전의 사상자 수보다 많은 수다.

2014년의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를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힘들었던 문제로 꼽은 후쿠다 사무차장은 전염병 자체보다는 파급 효과로 인한 혼란을 강조했다. “에볼라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혼란 속에서 루머가 늘어나고, 사회적 불안감이 늘어납니다. 여행자가 줄고 경제가 후퇴할 수도 있죠. 자칫하면 정치적 교란까지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메르스의 유산

메르스가 인간에게 감염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2011년 이후,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한 최초 확진자를 시작으로 26개국의 1500여 명이 확진으로 판정받았다. 확진자 중 500여 명 이상이 사망했다. “감염자 3명 중 1명 꼴로 사망한 셈이니 바이러스 중에서도 사망률이 높은 편이죠. 현재는 종식된 한국의 메르스 사태 역시 큰 사건이었습니다.”

중동에서 감염된 상태로 귀국한 여행자로부터 시작된 메르스에 186이 감염됐다. 그 중 36명이 사망했다. 8명이 현재 치료중이나, 현재 감염 상태인 환자는 1명 뿐이다. 한국 정부의 메르스 통제는 ‘격리’를 통해 이뤄졌다. 16000여 명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접촉자가 식별됐고, 격리됐다. 7월 2일에 보고된 감염자를 끝으로, 더 이상의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전 세계 메르스 감염자 중 78%는 사우디아라비아를 통해 전염됐다. 메르스의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메르스 감염 문제가 진행 중이다. 후쿠다 사무차장은 강연 2주 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다. “꽤 심각한 병원 내 감염문제가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한 병원에서 100여 명이 동시에 감염됐죠.” 여전히 메르스 전염의 대부분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감염된 450여 명 중 약 10%는 의료진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20건 이상의 병원 내 감염이 보고된 바 있다. “의료시설 내 감염이 많다는 것이 메르스의 특징입니다. 낙타에 애착을 갖는 문화도 원인이지만, 응급실이 병원 내 또 다른 병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항상 환자로 붐볐습니다. 메르스가 확산되기에는 최적의 환경이죠.”

메르스는 ‘완벽한 질병 제어’를 숙제로 남겼다. 메르스를 막기 위한 조치는 이미 알려져 있었으나, 조치가 실행되지 않았고, 질병은 확산했다. 무엇을 할 지 알지만, ‘어떻게’ 할 지 모르는 것이다. 특히 메르스를 겪지 않은 나라는 질병 상황에 대한 대비가 부족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는 각국을 EIDs를 비롯한 전염병에 대비시키기 위한 준비 중이다. 강연이 있었던 10일, 서울에서는 세계보건안보구상 고위급 회의(GHSA, Global Health Security Agenda)가 열렸다. 40개국이 메르스와 같은 보건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자는 취지로 개최된 행사에서는 40여개 국이 실천을 통한 문제 개선을 약속했다.

 

기술 ; 제 2의 전염병

세계보건기구는 전염병 다음세대의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항생제 내성’을 우려한다.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이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개발한 이후, 패니실린에 대한 내성이 증가해왔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더 많이 사용할수록, 더 빨리 내성이 증가했죠.” 후쿠다 사무차장은 현재를 ‘2차 신종 전염병’의 시대라고 했다. 세계보건기구는 항생제에 대한 내성은 세계적으로 퍼져있으며, 인류의 전염병 치료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항생제 내성으로 일반적인 치료법은 듣지 않게 돼, 환자의 아픔을 연장하고 불필요한 의료 지출을 소모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죽음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메티실린(합성 페니실린, 항생제의 일종) 내성 황색포도구균을 가진 사람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률이 64% 높다.

항생제에 대한 내성 증가는 범세계적 현상이다. 임질은 최후의 방법으로 사용되는 약마저도 내성으로 인해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전 세계적으로 발견됐다. 요로 감염증의 치료제와 황색포도상구균의 1차 치료제 역시 내성이 널리 퍼져 있다. 2010년, 치료를 시작하지도 않은 환자가 에이즈(HIV) 바이러스 치료제에 대해 갖는 내성은 특정 지역에서 22%를 기록하기도 했다. 말라리아, 유행성 감기의 약에 대한 내성도 증가하고 있다.

항생제 내성의 증가로 각국은 투약에 대한 직·간접적인 사회적 비용을 감수해야 했다. 유럽 질병예방 통제센터는 2007년, 유럽연합 내에서 항생제에 대한 내성 때문에 매년 2만 5000여 명이 사망했다고 추산했다. 불필요한 재원 일수는 2.5개월 증가했으며, 15억 유로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비하는 국가는 극히 적다. 제약에 대한 감시는 불충분하며, 테스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불법 약의 유통을 규제하는 법조차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다. 세계보건기구는 2015 세계보건총회에서 항생제 내성에 대한 조치 계획을 안건으로 채택했다. “저희는 청사진을 제공할 뿐입니다.” 후쿠다 사무차장은 높은 차원에서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국에서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항생제 내성을 의료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염성 질병이 치료제에 대해 내성을 갖는 속도는 늦춰질 기미가 없다. 후쿠다 사무차장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제약회사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제약회사는 시각을 바꿔야 합니다. 내성 증가 현상을 감안해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해야 합니다. 항생제의 판매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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