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커페이스(Cooker Face)’는 흔한 간판 하나 밖에 걸려있지 않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주방이 눈에 들어온다. 벽면에는 통에 담긴 식품첨가물이 가득 쌓여 있었고 한쪽 선반에는 비커와 플라스크, 스포이트 등 과학실에서 볼 수 있는 도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때마침 서정욱 대표는 수 비드 머신을 이용해 새로운 요리를 시험 중이었다.

쿠커페이스의 서정욱 대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분자 요리를 가르치며 분자 요리에 쓰이는 기구와 식품첨가물을 판매하고 있다.

 

-‘쿠커페이스’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조리과학과 같은 개념 아래에서 트렌디한 요리를 하는 ‘분자요리’를 하고 있어요. 이곳은 요리사를 기르는 곳은 아니에요. 쿠커페이스는 식품공학자와 요리사 사이의 중간지점을 찾은 거죠. 식품 가공에 쓰이는 과학적 원리를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어요. 조리과학은 전자제품의 설명서라고 생각해요. 전자제품 쓸 때 설명서는 잘 안 보잖아요. 그래서 복잡하고 어려운 조리과학을 분자 요리를 통해 배우기 쉽게 하고자 합니다.”

 

-수강생들에게 어떤 분자 요리를 가르치나

“구체화, 겔화, 원심분리 등 다양합니다. 분자 요리에 사용되는 요리법은 셀 수 없이 많아요. 분자 요리를 처음 배웠을 때 일반 요리와 전혀 다른 건 줄 알았는데 사실 우리가 먹는 모든 것에 걸쳐있는 것이었어요.”

 

-분자 요리를 가르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학적 원리를 이용해 상상하는 대로 만드는 요리이다 보니 창업을 할 수도 있고 기존의 요리를 보던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도 있어요. 다만, 분자 요리를 요리에만 한정하는 것도 아쉬워요. 대학생을 대상으로 분자 요리를 가르칠 때가 있는데 조리과학을 배우는 학생에게 왜 요리를 하는가 물어보면 대답이 단순해요. ‘요리사 하려고요.’ 요리를 배운다고 요리만 하는 것은 너무 아쉬워요. 분자 요리를 통해 창업할 수도 있고 제조업 회사에 들어갈 수도 있고 더 다양한 일도 할 수 있는 데 말이죠.”

 

-새로운 분자 요리는 어떻게 연구하나

“분자 요리 연구를 할 때 편의점 신제품이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처음 나온 제품을 보고 ‘와 이거 어떻게 만들었지’하고 일단 사서 먹어봐요. 그 다음에 뒤에 적혀있는 첨가물을 보고 이리저리 따라 해 보는 거죠. 실패도 많이 하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새로운 원리나 기술을 배워요. 식품제조회사가 쓰는 기술을 요리에 접목해 섞으면 분자 요리가 되는 셈이에요. 과거에는 식품제조회사에서 쓰는 식품첨가물을 주방에서 쓸 생각조차 못했죠. 분자 요리 중 구체화 같은 조리법도 식품첨가물을 이용한 것이에요.”

 

-분자요리를 하며 겪는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나

“아직 도입되는 단계이다 보니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선두주자이다 보니 누구를 따라할 수도 없고 경쟁사도 없었어요. 외국 웹사이트를 보면서 요리 이미지를 보고 연구했죠. 현재는 한국 음식문화와 조금 맞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한국은 푸짐하게 먹는 문화인데, 분자 요리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어서 수요가 많지 않아요. 분자 요리가 아직은 활성화되진 않았지만, 점차 입지를 다지고 있는 단계입니다.”

 

-해외에서는 비싼 가격, 적은 양 같은 분자 요리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분자 요리에는 한계가 없다고 생각해요. 분자 요리를 꼭 식품첨가물을 써야 하고 현란한 기법을 써야 한다는 틀 안에 맞춰놓으니 한계가 오는 것 같아요. 더 넓게 보면 분자 요리는 사실 요리와 과학의 결합체거든요. 유행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학문으로 정착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의 분자 요리 전망은 어떤가

“분자 요리와 한식의 결합은 얼마든지 가능해요. 조리과학은 음식의 국경을 구분하지 않고 적용될 수 있죠. 물론 그것을 시도하는 사람의 표현력에 달려있을 거예요. 한식을 트렌디 하게 만드는 것도 분자 요리가 될 수 있어요. 색을 아름답게, 향기롭게, 식감을 좋게 하는 방법도 무궁무진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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