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동거’를 검색하면 ‘그린인터넷캠페인’의 일환으로 걸러진 제한된 정보만을 볼 수 있다. 동거는 사회에서 언급하면 안 되는 단어일까. 이것이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동거에 대한 인식이다. 하지만 동거는 이미 젊은 층 사이에서 하나의 연애 형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무조건 쉬쉬하기보단 동거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사회적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본지는 본교생을 대상으로 동거에 대한 인식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동거를 해봤거나 하고 있는 본교생 4명에게 동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동거하는 20대 커플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지만, 사회가 이들을 보는 시선은 아직 부정적이다. 인터뷰에 응한 4명은 동거 경험에 스스로 당당하면서도 굳이 바깥에 알리진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서동재 기자 awe@kunews.ac.kr

설문응답자 50% “동거 긍정적”

본지가 17, 18일에 본교생을 대상으로 이틀간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309명 중 10%(31명)가 현재 동거를 하는 중이거나 과거에 동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결혼 전 이성과의 동거에 찬성한다는 응답자가 50%(153명), 결혼 날짜가 잡힌 경우에 한 해 찬성한다는 응답자가 40.2%(123명)로 나타났다.

혼전 동거에 대한 본교생의 인식은 긍정적인 편이었다. 본교 정문 근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직원은 “방을 구하러 오는 고대생 10명 중 3명꼴로 연인끼리 함께 방을 보러 온다”며 “혹은 주위 시선 때문에 혼자 방을 구하러 왔다 가도, 나중에 집주인 말을 들어보면 커플이 함께 산다는 이야기를 꽤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왜 동거를 하는 걸까

대학생이 동거하는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 대다수가 사랑하기 때문에 함께 있고 싶어 동거를 택했다고 말했다. 본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동거하게 된 주된 이유가 ‘서로 사랑해서 함께 있고 싶기 때문’(71%)인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초반 남성인 A씨는 애인의 권유로 동거를 시작했다. “단순히 사랑하는 애인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에 동거를 결심했다”고 한다. 20대 중반 남성인 C씨도 같은 이유로 동거를 결심했다.

20대 초반 여성인 B씨는 동거 전에 매일 애인과 거의 같이 생활하다시피 했다. 그러다 보니 차라리 같이 사는 게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일 것 같다는 남자친구의 권유로 동거를 시작했다. 혼자 자취할 때에 비해 방값과 모텔비는 아꼈지만, 그 외 데이트 비용은 실질적으로 딱히 줄지 않았다.

20대 후반 남성인 D씨는 늘 애인과 같이 있고 싶은 마음과 성적인 욕구의 이유도 어느 정도 있어 동거를 결심했다. “지금 와서 보면 더 큰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해요. 동거를 통해 상대방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더욱 단단한 사이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성에게 더 엄격한 현실

대학생 동거 커플은 주로 캠퍼스 주변에서 동거한다. 이들에게 무서운 건 주위에 보는 눈이 많아 언제 어떻게 생겨날지 모르는 소문이다. 남학생인 C씨와 D씨 모두 학교에 동거 사실이 소문이 날까 걱정을 했다. 이들이 걱정한 이유는 자신의 여자친구 때문이었다. C씨는 “솔직히 남자 입장에서는 소문이 나도 크게 상관은 없으나, 여자친구가 걱정을 많이 해서 신경이 쓰였다”고 말했다. D씨 또한 “나는 남자라서 상관은 없지만, 아직 우리 사회의 시선이 여자에게 불리한 점이 많아서 걱정했다”고 말했다.

여학생인 B씨는 소문이 날까 늘 노심초사했다. 그는 “친구들이 방에 놀러 오려고 할 때 못 오게 하려고 거짓말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혹여나 임신이라도 될까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성관계가 잦아지면서 불안해서 피임약을 먹었다”며 “피임약을 먹는 게 나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여겨졌다”고 말했다.

B씨는 또한 여성에게 더 강하게 가해지는 윤리 잣대에 불만을 제기했다. “한국사회에서 유독 여성에게 성적 윤리의 잣대가 심하다고 생각해요. 결혼은 과거가 ‘깨끗한’ 여성과 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겠죠.”

본지 설문조사에서도 혼전 동거에 반대하는 이유로 약 25% 정도가 ‘결과적으로 여성에게 손해’라는 점을 꼽았다. 성미애(한국방송통신대 가정학과) 교수는 “동거 후 이별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남성에 대해서는 그럴 수도 있다는 허용의 시선이 있지만, 여성에게는 순결에 대한 강압적인 시선이 아직도 이중적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냉혹한 사회적 인식

우리나라에서 동거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부정적이다. 동거 경험이 있는 본교생 4명은 동거 경험에 스스로 당당하다고 생각하지만, 바깥에 알리진 못한다. C씨는 “동거가 당당했지만, 굳이 밝혀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밝히진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부모세대는 자녀세대의 동거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인식 때문인지 동거하는 본교생 4명 모두 부모에게 동거 사실을 숨겼다. B씨는 “부모님은 기성세대여서 이해하지 못하실 거라 생각했다”며 “동거남과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경우였다면 알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부정적인 사회적 잣대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A씨는 “사회는 서로 사랑하는 미혼 남녀 둘이 함께 살며 사랑을 나누는 것에 문란하다는 비난을 던지고, 무책임한 사랑을 하지는 않을까 걱정을 한다”며 “사랑은 그 둘 사이의 일일 뿐이고, 혹여나 무책임한 사랑을 나누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도래된다 한들, 그 당사자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이라 말했다.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와 온리유가 미혼남녀 5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2014)에서 ‘미혼자가 기피하는 배우자 조건’ 2위가 ‘동거 경험’이었다. 동거 경험이 있는 본교생 4명은 이에 모두 공감하지 않았다. A씨는 “동거가 서로에게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가 될 필수 선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사자들 모두 만족하는 동거

그들은 동거에 얼마나 만족할까. B씨는 동거를 안 했다면 몰랐을 것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결혼에 신중해지고 사람을 더 깊게 파악할 수 있으며, 결론적으론 나 스스로 성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C씨는 지나고 보니 동거는 자신에게 결혼의 연습이었다고 한다. 그는 “결혼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해볼 수 있었고 상대방을 알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A씨는 동거는 인생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경험이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남녀 사이의 교제는 결국 혼인을 목표로 한다고 생각해요. 서로의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것이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한들, 혼인이라는 신중한 판단에 훗날 크나큰 조언자가 된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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