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 사이다, 주스가 구분돼 있지 않고 캔에 모두 ‘음료’라는 똑같은 표시만 있다면 어떨까. 시각장애인은 늘 이런 상황에 부닥친다. 음료를 선택할 리를 박탈당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되찾고, 비시각장애인의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앞장선 이들이 있다. 소나무장학회 ‘나들’ 2기의 ‘음료란 음료는 없다’ 프로젝트 팀장을 맡았던 최현경(연세대 경영13) 씨를 만나봤다.

▲ 사진│서동재 기자 awe@

- ‘나들’ 2기는 어떤 단체인가

“저희는 소나무 장학회 장학생 10명으로 구성돼있고 2014년 9월부터 1년 동안 나들 2기로 공익적인 활동을 했어요. 그 공익적인 활동이 ‘음료란 음료는 없다’ 프로젝트였죠. ‘나들’이란 이름은 ‘나보다 더 큰 우리들’, ‘나누는 사람들’의 줄임말이에요.”

 

- 어떻게 ‘음료란 음료는 없다’ 프로젝트를 만들었나

“SNS에서 캔 음료의 점자가 구분이 안 된다는 기사가 반짝 이슈가 됐다가 묻혔는데, 이걸 좀 더 사람들에게 알려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시각장애인과 관련된 것들이 언론에서 많이 나오곤 하는데, 그게 해결된다거나 발전하는 것이 눈에 띄는 것들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한번 해보자’고 생각하게 된 거죠. 정확한 명칭이 아니라 단순히 ‘음료’라고만 쓰인 음료를 집어 들 그들의 심정을 생각하면서 ‘음료란 음료는 없다’는 문구가 새겨진 점자 팔찌를 만들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후원금을 모았죠.”

 

- 점자 팔찌의 색은 무슨 의미가 있나

“점자 팔찌 색상은 하늘색, 검은색 두 가지가 있어요. 하늘색은 시각장애인이 눈을 뜨면 가장 보고 싶은 풍경이 ‘하늘’이라고 한 걸 어디서 봤던 기억이 나서 그걸 표방했어요. 그리고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시각장애인을 생각하자는 의미에서 검은색으로도 제작하게 됐어요.”

 

- 크라우드펀딩으로 얼마의 후원금을 모았고 어떻게 쓰였나

“저희는 처음엔 본전만 찾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소소하게 50만 원을 목표액으로 정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약 1,301만 원 정도의 후원금이 모여, 초기 목표 금액의 2602%를 달성하게 됐어요. 후원금에서 팔찌 비용, 배송비, 포장비 등을 제외한 모든 금액은 실로암 점자 도서관에 후원자 명단과 함께 기부했어요.”

 

-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한 아저씨가 전화해서 주문하고 싶다고 하시길래,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서 하면 된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그랬더니 자기가 시각장애인이라 그렇게 주문을 못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따로 주문을 받았고, 점자 팔찌 20개를 주문하셨어요. 시각장애인에 관한 인식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정작 시각장애인과 통화해 본 게 처음이어서 얼떨떨했고 그 때의 기억이 오래 가더라구요.”

 

- 앞으로의 계획은

“다들 대학생이라 지금은 각자 바쁘게 사느라 당장 뭔가를 하긴 어려워요. 하지만 꼭 다시 뭉쳐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한 번 더 진행하고 싶어요. 저희가 이루려고 했던 것보다 그 이상을 이룬 것 같아서 무척 좋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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