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단순히 과거에 대한 아련한 향수에 그치지 않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소중한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었어요.” 김유범(사범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9월 30일 자전적 에세이 ‘추억, 새로운 꿈을 품다’를 발간했다. 추억의 힘을 믿고, 그 힘으로 내일을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바친다는 이 책에서 김유범 교수는 자신의 인생을 담아냈다. 그와 함께 ‘추억’이 가진 힘과 의미에 대해 되짚어봤다.

▲ 사진∣조현제 기자 aleph@

김유범 교수는 1991년 대학교 2학년 당시 자신이 책임을 맡았던 정선 방언 학술답사에서 언어라는 무형자산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국어학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2008년 본교에 교수로 돌아온 후, 그는 20여 년 전 녹음했던 카세트테이프를 바라보다가 문득 흥미로운 생각을 하게 됐다. “학생들을 데리고 20여 년 전 학술답사를 했던 정선으로 가서 내가 경험했던 것을 함께 체험해 보고 싶었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그동안 잊고 지냈던 지난날의 가치들을 재발견하고 또 다른 성과와 깨달음을 얻고 싶었죠.”

2013년 김유범 교수는 추억을 되새기며 23년 만에 다시 정선을 찾았다. 이번에는 선배들이 아닌 제자들과 함께였다. 정선에서 20여 년 사이의 언어 변화를 조사한 후, 그가 속한 사범대 국어교육과는 2013년 말 ‘정선 지역어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방언이 한 시기에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루어졌지만, 시간을 달리해서 같은 방언을 조사한 연구는 거의 없었어요. 그런 점에서 정선답사와 그에 대한 조사는 큰 의의를 지녔죠.”

학술대회 중간에는 두 번의 답사 장면을 담은 8분짜리 동영상 시청시간이 있었다. 이 동영상에는 다른 시기지만 같은 장소를 답사했던 사람들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동영상에 1991년 당시 제보자와의 대화 장면과 정선의 사진들, 그리고 2013년 정선답사 준비 과정부터 답사모습까지 모두 담았어요. 학술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서로 처음 본 사이었지만, 같은 정선 지역을 답사했다는 이유로 하나가 될 수 있었죠.”

김유범 교수는 이러한 일련의 경험에서 추억이 가진 힘과 의미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카세트테이프를 통해 대학시절 정선에서 보냈던 여름을 떠올렸고, 그 추억을 통해 23년 만에 다시 그곳을 방문했어요. 정선어의 변화를 보여주는 학술대회까지 열었죠. 모든 과정들이 추억을 통해 이루어진 거에요. 저는 이러한 추억의 힘을 이 책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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