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총리인준이 거부됐다. 자격이 없으니 부결됐겠지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쓴 웃음이 나온다. 사람 제대로 고르지 못한 책임이야 인사권자에게 물어야 하는데 그 분 임기동안 칭찬한번 제대로 듣지 못한 채 욕만 얻어먹으며 그 자리에 계속 있기는 있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조용히 지내고 있으니 말이다. 운이 없는건지 일하는 스타일이 그런건지 헷갈린다.

어떤 이는 그가 평가절하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굉장히 억울해 한다. IMF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고 대북관계가 이전에 비해 얼마나 개선됐으며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고 잘못만을 이야기한다고 흥분한다. 대통령 죽이기고 야당의 전략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강변한다. 타당성있는 주장이고 그런 면도 없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모습을 보려고 그에게 투표하지는 않았다. 이전보다 더 늘어난 노동운동관련 구속자, 자식 숫자대로 저질러지는 친인척비리, 점점 더 벌어지는 계층간 소득격차, 기대이하의 공무원인사, 갈수록 심화되는 재벌구조 등등. 

功過를 떠나서 몇 년전 희망섞인 마음으로 기대했던 모습은 아니다. “대통령 환자든지 말든지, 겉과 속이 다르든지 말든지 그가 가진 생각과 비젼만을 가지고 판단하자. 사실 독재정권의 술수와 지역감정의 희생양이 아닌가?”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는 다른 이들을 최선이 없으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고 설득하며 마치 수십년 동안 지지자였던 것처럼 그에게 집착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사회상을 그가 만들어내기 힘들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과거 군사정권의 후계자들보다는 현대정치사에서 가장 불운했고 서민계층에게 가장 호의적이었던 정치인에게 좀 더 많은 희망과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近墨者黑이라고 했던가? 권력의 정점에 올라선 후에는 예전의 모습 아니었다.  부조리에 저항하며 없는 이들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권력의 떡고물을 찾아 맴도는 해바라기들과 한통속이 된 것같은 그의 모습이 안쓰럽다. 오직 주변에 아귀다툼하는 모리배들과 제몫 찾기에 혈안돼 있는 과거의 동지들뿐이다. 그리고 남은 건 개발독재의 잔재와 미숙한 자유주의가 만난 기형적 사회모순들. 경제회복과 국제지위 격상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임기가 거의 끝나가는 지금 그에 대한 평가를 이 한마디밖에 할 수가 없다. “期待以下”

자격미달인 총리지명이야 인사권자가 책임을 지지만 그 인사권자를 잘못 고른 책임은 선출한 사람들의 몫이다. 적극적이었거나 혹은 어쩔 수 없이 그를 선택했던 이들. 얼마 있으면 구구한 평가를 뒤로 한 채 과거의 인물이 되어 사라질 그를 떠나 보내며 앞으로 이어질 여러차례의 기회에서 제대로 된 선택의 기준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자.

<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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