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차 타줄까? 맛은 좀 써도 몸에는 좋아. 요즘 젊은이들 많이 힘들잖아.”

창의관 8층 옥상 휴게실로 들어서자 미화노동자 방은순 씨가 따뜻한 생강차 한잔으로 인사를 건넨다. 요즘은 보기 드물 정도로 작은 브라운관에서 펼쳐지는 역사 토크쇼를 유심히 지켜보다가, 기자가 들어오자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이다. 본교에서 처음 미화업무를 맡은 뒤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학생들도, 교정의 모습도 조금씩 변해오는 동안 이를 지켜본 방은순 씨를 만나봤다.

▲ 사진│조현제 기자 aleph@

역사 토크쇼 <역사저널>을 즐겨본다는 방은순 씨는 학창시절부터 공부에 남다른 뜻을 뒀다고 했다. 당시는 여자가 공부하기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깨어있는 부모님의 도움 덕에 그는 대학까지 마칠 수 있었다. 칠십을 바라보는 지금까지도 과학, 역사, 시사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책읽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해가 지날수록 이전에 공부해서 알던 것들이 자꾸 잊혀지더라고. 너무 아쉬워서 부지런히 책도 보고 해야겠다 싶었어. 새벽 3시에 일어나 밥 해놓고, 첫차타고 와서 일하니까 시간은 많지 않지만 쉬는 때마다 읽어야지.”

방은순 씨가 미화노조에서 열리는 운영위원회나 간담회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것 역시 배움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 장시간 실내에서 일하다 보니 바깥소식을 접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는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알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어떤 게 옳고 그른지 스스로 판단하고, 사람들의 보편적인 시각도 파악하려면 자꾸 보고 듣고 해야지. 노동조합 간부들이 어떤 주장을 하더라도 그걸 따를지 안 따를지도 판단할 수 있어야 하잖아.”

장시간의 미화업무로 지친 몸에도 지난 몇 년 간 방은순 씨는 주말이면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해왔다. 몸이 안 좋아진 지금은 잠시 쉬고 있지만 그는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을 전했다. “내가 열심히 일한만큼 받은 대가로 가족을 도울 수 있고, 하고 싶은 봉사활동까지 하며 생활할 수 있다는 게 참 뿌듯해.”

꾸준히 책임을 다해 일하다 보면 먼저 인사를 건네며 자연스레 다가오는 학생들과 교수님들이 있었다. 최선을 다해 청소한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주기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만난 인연은 삶의 원동력이 됐다. 그가 10년간 봐왔던 고대생들은 ‘순수’했다. 예절을 지키고 건물을 깨끗이 쓰는 학생들이 더 많았고, 학생들과 만든 따뜻한 기억들은 그에게 힘을 줬다. “계단에서 만날 때면 늘 ‘안녕하세요, 수고가 많으시죠.’하며 인사하던 여학생이 기억에 남아. 또 학생들이 다가와 커피나 음료수를 건넬 때면 정말이지 먹먹하고 가슴에서 뭐가 막 차오르는 것 같아.”

이야기를 마치면서 방은순 씨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학교에 있었던 시간만큼이나 많은 사연이 쌓여 있는 탓일까. “기자 학생, 꼭 다시 한 번 찾아와서 같이 밥 먹자.” 이렇게 그는 또 하나의 인연을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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