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 고양이 쉼터(고고쉼) 소속 회원들이 고양이 쉼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유경(문과대 심리15), 고형주(문과대 철학13), 정희영(정경대 정외14 ), 이정민(국제학부15) 씨 사진ㅣ김주성 기자 peter@

바쁘게 길을 가던 한 학생이 발걸음을 멈추고 정경대 후문 앞 스티로폼 집을 들여다본다. 작은 집 안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잠을 자고 있다. 학생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학생이 잠시 쉬어간 그곳은 바로 길고양이들이 주린 배를 채우고 따뜻한 밤을 보낼 수 있는 고양이 쉼터다.

‘고려대 고양이 쉼터(고고쉼)’는 지난 12월부터 개인적으로 길고양이를 보살피던 학생들이 모여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길고양이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들은 정경대 후문, 학생회관 그리고 ‘다람쥐길’에 길고양이 쉼터를 설치했다. 자신들을 모두 고양이 마니아라고 소개한 고고쉼 소속 학생 4명을 한껏 추워진 1월에 만나 길고양이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갑자기 한파가 들이닥친 지난 19일. 고고쉼 회원 이정민(국제학부15) 씨와 임재현(공과대 건축14) 씨는 함께 정경대 후문 길고양이들의 식량을 확인하러 나섰다. “애들 마실 나갔네요!” 텅 비어 있는 쉼터를 본 이 씨는 이렇게 길고양이들의 외출을 표현한다며 그 다음 쉼터로 발길을 옮겼다. 또 다른 쉼터가 있는 ‘다람쥐길’에 도착하자 고양이 한 마리가 이들을 반겼다. “냐앙~” 바닥에 사료를 놓으니 길고양이가 행복한 소리를 냈다. “정말 맛있을 때 내는 소리예요. 배고팠나봐요.” 마실 나간 다른 고양이들을 위해 이 씨는 인적이 드문 수풀 뒤에 사료를 부어놓았다.

고고쉼은 회원들끼리 당번을 정해 매일같이 본교에 서식하는 길고양이의 사료와 물을 챙겨주고 있다. 현재 이들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활동을 홍보하고 후원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희영(정경대 정외14) 씨는 더 이상 후원금이 모이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초기에 모였던 후원금이 얼마 안 남고 후원이 아예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라 사료 값과 집값은 회원들의 사비로 부담하고 있어요.” 다음 학기부터는 교내 길고양이들 얼굴이 새겨진 엽서와 브로치를 판매해 후원금을 모금할 예정이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각자 달라도 모두들 공통점이 있었다. 고양이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었다. 직접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정 씨는 길고양이와의 인연을 설명했다. “제가 키우는 고양이는 따뜻한 곳에 잘 지내고 있는데 밖에 있는 길고양이들이 너무 불쌍해 밥을 주기 시작했어요.” 특히 찬 겨울은 길고양이에게는 가혹한 계절이기에 길고양이들은 따뜻한 곳을 찾아 엔진룸 가까이 차 틈에 들어가거나 아파트의 외진 곳에 들어가 사고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씨는 이런 길고양이의 행동들이 모두 살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많은 것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길고양이들은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기에 너무나도 연약한 존재여서 보살핌이 필요해요.”

최근 고고쉼 회원들은 고민이 생겼다. 본교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 등에서 쉼터의 위치와 고고쉼의 활동에 대한 불만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회원들 간의 토론 끝에 결국 회원들은 고양이들을 이사보내기로 했다. “새 학기가 시작하면 사람들도 많아져 길고양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고 길고양이가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정후처럼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곳에 길고양이들이 모여 있다면 싫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또한 길고양이의 개체 수에도 계속 신경을 쓰고 있다며 앞으로 고양이보호협회에 중성화 수술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들의 활동 자체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 정 씨는 “저희는 길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길고양이들의 터전이 이 곳이기에 저희는 그저 보살피는 역할만 할 뿐이에요”라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정후에 있는 쉼터는 사라지겠지만 터를 옮긴 길고양이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 씨는 힘주어 말했다. 학생들과 소통하며 교내의 길고양이들을 보살피는 방법을 개선해나가고 싶다는 것이 고고쉼의 활동 방침이기 때문이다. “길고양이와 사람들의 공존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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