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자신의 앞날을 걱정하고 고민한다. 미대생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작가의 길로 나가지 않는 미대생도 많다. 전문가들은 최근엔 미대생이 예술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양화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기봉(디자인조형학부) 교수는 “예술 하면 밥도 못 먹고 산다는 말은 옛말이고, 요즘 같은 융합시대엔 예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건 큰 힘”이라고 말했다.

본교의 미술계열 디자인조형학부 학생들에게 꿈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해봤다.

디자인을 접목시킨 경영컨설턴트 – A(디자인조형13) 씨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림이 좋아 미술을 시작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미대에 들어왔다. 대학에 입학해 다양한 수업을 듣고 여러 활동들을 하며 나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됐다. 나는 이야기를 만들거나 예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썩 잘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보단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고 활동적인 일에 더 능한 사람이었다. 그러면서 예고시절 픽사의 애니메이터가 되고 싶었던 꿈은 자연스레 경영 컨설턴트로 바뀌었다. 나는 현재 복수전공으로 경영학 수업을 듣고 있다. 관련 경험을 쌓기 위해 본교 경영학회 인액터스에 들어갔다. 졸업 후에는 기업에서 실제로 일을 해보며 실무 경험을 쌓아갈 것이다.

갤러리 인턴, 나는 아직 꿈이 없다 – B(디자인조형11) 씨

나는 지금 졸업을 앞두고 있다. 다른 친구들은 ‘일러스트 작가가 되고 싶다’, ‘큐레이터가 되고싶다’ 각자 꿈이 확고하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좋아 미술을 시작한 나는 진로에 대한 갈피도 잡지 못했다. 어느 쪽에 특출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입시미술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되는 줄 알았다. 그냥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익숙한 방식대로 해 나가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내 인생은 누가 그렇게 정해주는 게 아니구나’ 몸소 느끼곤 한다,

집 근처 갤러리에서 인턴생활을 시작한지는 한 달이 돼간다. 하지만 페이가 매우 적다. 주변 친구도 삼청동 갤러리에서 고학력 저임금 계약직으로 일하거나 서포터즈라는 명목으로 무급으로 열정을 쏟아내곤 한다. 미술 관련 인턴, 알바들이 열정페이를 받는 건 창작활동을 노동으로 여기지 않는 사회의 인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술계에서도 좀 더 노동에 대한 바른 의식이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웹디자이너, 전업 작가를 향한 중간목표 – C(디자인조형11) 씨

지난 가을 즈음부터 외국계 패션브랜드에서 VM(Visual Merchandising)팀 인턴을 시작했다. 패션회사 쪽 웹디자이너로 취업준비를 하고 있던 참에 패션회사 인턴 채용은 때 마침의 기회였다. 매일 창작만을 해오던 나로서는 회사의 매뉴얼대로 기계같이 작업하는 일은 다소 지루하기도 하지만 미술작업만 하던 시절, 태산 같던 부모님의 걱정이 한 치 줄었다는 점에서 인턴생활을 계속하려 한다.

사실 웹디자이너는 내 꿈의 중간지점일 뿐 인생의 최종목표는 아니다. 본래 품던 꿈은 미술작가다. 그런데 요즘 들어 안정적인 돈을 벌 수 있는 직장이 있어야 원하던 작가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의지만 강하면 뭐든 할 수 있다지만, 생계 문제가 개입되기 시작하면 불꽃같던 의지도 순식간에 꺾여버리는 게 현실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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