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구청장=김영배)는 2015년 국내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마을민주주의 사업을 시작했다. 대의제 하에서 발생하는 대표성의 위기를 해소하고 일부 사안을 주민이 판단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성북구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주민참여예산제도에서 134억 원을 확보하며 4년간 서울시 자치구 중 1위에 선정될 정도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더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해 대표성을 확보하고 행정 절차상의 복잡함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북구가 마련한 주민자치 제도인 주민제안을 통해 행정에 참여하는 본교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수요자의 시각으로 행정을 바꾸다

구교준 (정경대 행정학과) 교수의 ‘도시관리와 정책’ 수업은 성북구와 협업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성북구에 주민제안을 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성북구-고려대 공동정책과제 토론회’를 통해 담당 부서 공무원과 토의를 하고 정책의 반영 정도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2015년 1학기에 강의를 수강한 이의표(정경대 행정09) 씨 조는 성북구 내 영업장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분리배출 체계를 통일하고 픽토그램을 이용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성북구를 비롯한 각 자치구에 20%의 쓰레기 감량을 요구하고 있다. 조장을 맡은 이의표 씨는 담당부처가 주민들의 제안에 대한 담당 부처 공무원의 대응 태도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수업을 수강한 한아름(문과대 사회11) 씨의 조는 성북구의 CCTV공급과 보안 순찰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주민의 체감안전도를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조의 구성원들은 구청의 공무원과는 다른 시선으로 마을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분석한 것을 주민제안제도의 장점으로 꼽았다. 한아름 조장은 “기존에 시도하지 않은 새롭고 대담한 정책이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의를 진행한 구교준 교수는 “주민제안은 민주성이 높은 제도이면서 행정의 공급자가 생각하지 못하는 참신한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행정절차 간소화도 관건

성북구는 2012년부터 지역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마을공동체를 형성하고 지역사회의 과제를 해결하도록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본교 동아리 KULAP의 학생들 역시 ‘마을 주민’이라는 인식을 갖고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KULAP은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에 선정돼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CPTED는 적절한 건축환경 설계와 사용을 통해 범죄의 발생범위와 지역민이 느끼는 불안감을 줄이는 기법을 뜻한다.

KULAP 회원들은 마을만들기 사업의 개선 방향으로 복잡한 행정절차가 간소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구청에서 통과된 사업계획서를 이행하는 과정인데도 구체적인 부분의 실행과정에 드는 절차가 복잡했다는 것이다. 이솔잎 KULAP 기장은 “게시판을 설치하는 데 여러 단계의 승인과정을 거쳐야 해 사업추진이 두 달가량 늦어졌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참여율 늘려야

성북구에는 주민들이 행정에 참여하는 제도적, 법적 절차가 있지만 더 다양하고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공기관이 마련하는 공청회와 토론회 등에 참여 가능한 주민의 수는 많지 않고 그 직종과 연령대도 한정돼있다. 이솔잎 KULAP 기장은 “성북구에 주민참여를 위한 형식적인 통로는 충분히 마련돼 있다”며 “다만 주민들의 실질적 참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북구 마을민주주의 담당부서 역시 생업 등으로 인해 현장에서의 참여가 어려운 주민들까지도 대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었다. 주민참여예산제도에 모바일과 온라인 투표 시스템인 ‘M-Voting’이 도입된 것이 대표적이다. 마을담당관 한재헌 과장은 “참여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모든 세대에 설문을 1부씩 보내고 모바일 투표를 도입하는 등 노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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