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국 언론은 북한 핵실험과 관련된 기사를 쏟아냈다. 사진ㅣ이경주 기자 race@

북한의 핵무장은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와 존립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자유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다. 핵무기는 가공할 파괴력으로 인해 그 어떤 첨단 재래식 무기도 무력화시킨다. 핵위협에는 핵보유라는 대칭적 억지에 의해서만 맞대응이 가능하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북한의 핵개발이 ‘협상용’이거나 ‘경제지원 획득용’이라고 간주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오진(誤診)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4차 핵실험 이후 북한정권이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 핵포기 못한다”고 공언했듯이, 북한의 핵무장은 김일성 시대 이후 중단 없이 추진돼 온 체제목표의 핵심이다. 부단한 노력 끝에 북한은 이제 핵탄두 ‘소형화’ 단계에 근접해, 핵ㆍ미사일의 실전 배치가 임박한 상황에 이르렀다. 핵폭탄 수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고, 원점 타격이 어려운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이 사활을 걸고 핵무장에 올인하는 이유는 단순한 체제 안전보장 목적을 넘어선다.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에 ‘자위적 억제력’으로서 핵무장이 불가피하다고 정당화하나, 이는 핵 야망을 감추기 위한 위장책략이자 책임전가에 불과하다. 북한 핵은 대남(對南)용으로 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모든 자료와 증거를 종합해 볼 때, 북한 핵무장은 대남 군사우위를 실현하여 한반도에서 군사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정권수립 이래 북한이 일관되게 추구해 온 ‘조국통일’ 곧 한반도 적화통일을 위한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에선 북한 핵무장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강력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북한 핵은 한국의 입장에서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국가안보상의 최대 현안이 되었다. 한국은 한미동맹에 입각한 ‘확장 억제력’과 연합방위력 강화가 최상의 북핵억지 방안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B-52 전략폭격기 등 미국의 첨단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시키면서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를 복원하고 UN을 통한 국제공조 형성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통해 “동맹국에 대한 공격은 자멸행위”라는 강력한 경고를 북한에 보냈다. 한미일 3국은 “철저하고 포괄적인” 북핵 대응에 합의했다.

국제사회의 대중(對中) 압박과 중국의 北核 딜레마

국제사회가 4차 핵실험을 계기로 북한에 ‘징벌적’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대중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중국의 기존 대북 접근법은 사실상 실패했다”면서, 보다 실효성 있는 대북 지렛대를 북한에 사용해 달라는 강한 메시지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에게 전달했다. 여기에는 교역중단 등 김정은과 북한정권에 대한 다양한 압력 수단이 포함된다. 한편 미 하원은 북한에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대북 제재법을 통과시켰는데, 이는 지금까지 나온 미국의 양자 대북제재법안 중 가장 포괄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에게 있어 북한은 ‘완충지대’라는 전략적 자산과 국제사회의 ‘골칫거리’라는 양면을 가진 ‘계륵(鷄肋)’과 같은 존재다. 북한 핵을 강력 제재하라는 한국 및 국제사회의 요구에 중국이 전적으로 동참하기를 머뭇거리는 것은 북한체제 붕괴 우려때문이다. 그렇다고 국제사회의 정당한 북핵 제재 요구를 외면할 수만은 없다는데 중국의 대북정책 딜레마가 존재한다.

중국은 4차 핵실험 이후 ‘북핵 3대 원칙’ 곧 ①한반도 비핵화 실현 ②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 ③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등을 발표하고, ‘결일불가(缺一不可): 어느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북핵이 한국여론의 강경화와 일본의 재무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기에 북한을 두둔만 하기도 어렵다. 또 경제 분야에서 윈윈 효과를 가져오는 한중관계도 외면하기 어렵다. 결국 중국은 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는 참가하되, 한미일이 요구하는 대북 ‘고강도’ 제재에는 반대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또 비효율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6자회담의 재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중국이 북핵 대응에서 한미일과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특히 미국과의 세계 패권경쟁 차원에서 북핵문제를 바라보게 되면, 동북아에서 한미일과 북중러 간 신(新) 냉전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되는 반면,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는 한계를 맞을 수도 있다.

동북아 정세 전망과 한국의 대응방향

중국의 북핵 반대 입장과 북한의 핵 불포기 입장이 충돌하면서, 북중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것은 4차 핵실험 후 주목할 만한 사태발전이다. 지난 해 12월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공연이 취소된 것도 북한 핵실험에 대한 중국의 우려와 그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 접합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중국 것들에 끌려 다니지 말라”고 당·군 간부들에게 지시한 것도 북한의 대중 태도를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지난 수십 년 갈등과 우호를 반복해 온 북중 간 ‘적대적’ 동맹의 성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가 동북아 정세 전망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한편 한미와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 방침에도 북한의 군사모험주의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정은의 첫 반응은 “핵공격이 가능한 핵무장력 강화”로 나타났다. 우리의 대북 확성기방송 재개에 대해 무인기를 띄우는가 하면, 수도권에 대량의 전단을 살포하고 있다.

현재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한국의 대응능력은 심히 제약돼 있다. 우선 자체 핵무장은 NPT(핵확산금지조약)하에서 현실적으로 넘기 어려운 난관이다.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도 한미 간 심도 있는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그렇다면, 개정된 원자력협정 하에서 잠재적 핵능력을 키우는 한편, 한미 양군이 추진하는 4D[탐지(Detect)-교란(Disrupt)-파괴(Destroy)-방어(Defense)] 중심의 선제 공격력을 극대화하고, 다층 미사일 방어망(MD) 건설에 나서야 한다. 사드(THAAD) 배치는 그 일환이다. 아울러 언제 닥칠지 모르는 통일 상황에 대해서도 모든 시나리오를 점검하며 대비에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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