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지호(인문대 문예창작09) 씨. 사진ㅣ조재석 기자 here@

시와 관련된 전공은 대부분 C+를 받았어요.” 작년 9월 문학동네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시인 홍지호(인문대 문예창작09) 씨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홍 씨는 내야 할 과제도 내지 않고 시만 써서 그런 것 같다며 학부생활을 돌이켰다.

홍 씨는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시를 읽게 됐고, 읽다 보니 점점 빠져들어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에 한 번 빠지면 다른 것은 보이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그는 소년처럼 웃으며 말했다. 세종 학술정보원에서 근로 장학생으로 근무했던 홍 씨에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주변 환경은 시를 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신인상을 받은 그의 작품 ‘월요일’ 외 4편은 학기 중에도 꾸준히 시를 써온 결과였다. 그의 등단작 ‘월요일’, ‘토요일’, ‘일요일’은 성경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창세기에서 첫째 날에 어둠과 빛이 있고, 둘째 날에 하늘과 바다가 있는 것처럼 일주일 단위로 연작시를 쓰고 있어요.” 그는 시집 안에서 시들이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상호작용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를 써서 문예지에 등단했지만, 아직 ‘시인 홍지호’라고 불리는 게 민망하고 낯설다며 얼굴을 붉혔다. 자신의 습작들이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시작하며 홍 씨에게는 고민이 생겼다. 등단 전과 달리 자신의 시를 주목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주변인들만 제 시를 보는 게 아니라 두렵기도 했어요. 전에는 겁 없이 썼다면 지금은 약간 신경이 쓰이는 거죠.” 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 그의 눈빛은 조금 더 단단해져 있었다.

홍 씨에게 등단은 자신의 꿈을 향한 격려인 동시에 미래에 대한 걱정이기도 했다. 그는 졸업을 앞둔 심정을 ‘막막하다’고 표현했다. 시에 빠져 살다 보니 다른 일들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를 계속 쓰며 시인으로 살고 싶지만, 다른 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졸업 후 직업을 걱정하는 그에겐 여느 졸업생과 같은 근심이 엿보이기도 했다. 그는 “전공을 살린 출판업과 방송 쪽에도 관심이 있다”며 “시를 놓지 않고 겸할 수 있는 직업을 택하고 싶다”고 말했다.

습작생과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홍 씨는 부끄럽다는 듯 웃었다. 그의 귀는 어느새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한참을 생각하며 머뭇거리더니 “시류에 대한 흐름을 이해하되, 자신만의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며 조심스레 입을 뗐다. 여전히 시가 어렵게 느껴진다는 기자의 말에 홍 씨는 웃으며 대답했다. “느껴지는데 만질 수 없는, 그런 게 시라고 생각해요. 햇빛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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