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의 공포가 한바탕 휩쓸고 간지 얼마 되지도 않아 지카라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나타나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전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이고 이름 모를 다양한 바이러스가 우리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백신과 치료제는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김미현 한국화학연구원 바이러스시험연구센터장과 백신과 치료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사진제공 | 한국화학연구원 바이러스시험연구센터


- 바이러스 백신은 무엇인가

“일반적인 개념의 백신은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전에 미리 투여해 몸에서 생성된 항체가 바이러스 감염에 저항하도록 하는 예방기능의 의약품이다. 바이러스의 백신은 사백신(killed vaccine)과 생백신(live vaccine), 크게 두 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사백신은 말 그대로 바이러스를 불활화(면역원성은 유지하되 병원성을 불활성한 것)하거나 바이러스 단백질 중에서 항원-항체 반응에 중요한 일부 단백질만 분리하여 몸의 면역 시스템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과 유사한 기억력을 가지도록 면역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반면, 생백신은 실제 감염력이 있는 바이러스를 백신으로 사용하지만 병독성을 줄이거나 생체 안전성이 검증된 바이러스를 사용하여 약한 감염 상태를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 백신은 예방책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치료는 어떻게 하나

“바이러스 치료제를 이용해야 한다. 바이러스 치료제는 바이러스 감염 후에 투여하여 감염된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는 치료 기능의 약물이다. 바이러스 치료제는 치료물질의 종류에 따라 생물제제, 합성의약품, 항체치료제 등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생물제제는 살아있는 생물이나 세포에서 얻어진 약물로 제조한 약제이고, 합성의약품은 생약의 분자구조를 밝혀내 인공적으로 합성한 것이다.”


- 백신과 치료제 연구의 차이는

“일반적으로 백신은 바이러스나 바이러스 유래 단백질을 사용하기에 생물학적인 분석과 세포를 이용한 생산 시스템 확립이 필수적이다. 반면, 화합물 기반의 치료제는 화학적 구조에 근거한 합성 계획을 설계하거나 효율적 화학 반응의 생산 공정을 최적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 외에 세포 체계와 동물실험을 통해 효능을 관찰하는 것, 독성과 생체 흡수-대사 그리고 물질의 안정성을 측정하는 절차는 두 경우 모두 공통적으로 필요한 과정이다.”


- 바이러스 치료제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치료물질의 물리화학적 특성에 따라 생산이나 분석방법이 다를 수 있겠지만, 신약 개발과정은 유사하다. 개발 초기에는 바이러스 유래 단백질이나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물질을 탐색하는데, 이를 스크리닝이라고 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활성을 보이는 항바이러스 물질이 확보되면 타겟 단백질의 활성 억제와 더불어 세포 수준에서 바이러스 증식이 감소되는지를 확인한다. 기대하는 수준의 항바이러스 활성이 검증되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모델에 개발하고자 하는 물질을 정맥주사, 호흡기 흡입 등의 방법으로 투여한다. 이와 병행해 물질의 물성(용해도, 세포막 투과력 등)이나 세포 독성을 관찰하는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 세포 독성을 관찰한 뒤의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시험항목들이 통과 범위에 들어가게 되면 쥐나 토끼를 포함하는 소동물, 개를 포함하는 중동물, 그리고 원숭이를 포함하는 영장류에서 비임상 시험을 수행한다. 비임상 시험은 주로 GLP (Good Laboratory Practice)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기관에 의뢰하며, 이 과정에서 약물의 대사경로, 중간 대사체 분석, 생체 안정성 그리고 동물에서 나타나는 독성을 펑가하게 된다.
비임상 시험성적서는 임상진입승인 기관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진입의 가능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된다. 물론, 임상연구를 위해서 기준치 이상의 순도를 지니는 대상 물질이 대량생산 과정을 거쳐 정제 및 화학적 분석이 완료된 상태로 확보되어야 한다.”


- 임상시험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임상연구는 임상연구가 허가된 의료기관에서 수행하며, 단계에 따라 임상 1, 2, 3상으로 구분된다. 임상1상에서는 소규모(20~80명)의 건강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약물을 다양한 용량으로 투여해 독성이 나타나는지를 확인한다. 임상2상에서는 좀 더 확장된 규모(100~300명)의 질환 보유자를 대상으로 일차적인 치료효능과 독성을 조사한다. 마지막으로 임상3상에서는 대규모(1000~3000명)의 환자군을 대상으로 효능의 유효성을 평가하고 잠재적인 부작용을 검토하게 되며 최종적으로 개발된 물질이 안전한 약물로서 사용가능한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게 된다.”


- 항바이러스제 개발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수많은 바이러스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 중 상당수는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백신이나 치료제 같은 항바이러스제의 개발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어 엄격한 시험과 평과과정을 거치며, 막대한 규모의 연구비와 연구기간이 투자된다. 어렵게 치료제와 백신이 만들어 진다고 해도 바이러스 유전자 변이로 인해 효능이 제한될 수 있고, 수요의 규모나 타이밍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선택과 집중이 어렵다. 하지만 바이러스 등으로 인한 감염성 질병은 특정 개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가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불확실한 재난이다. 인류가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질병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노력은 계속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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