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준용 차장은 고려대학교 교직원으로서 23년간의 생활을 마치고 2월 29일에 퇴임했다. 사진 | 김주성 기자 peter@

“내 나이 아직 60대 초반이야. 사회에는 룰이 있어 퇴직은 하지만 아직 아쉬움이 많이 남아. 난 더 일 할 수 있거든.” 23년간 본교와 함께하다 2월 29일 정년 퇴임한 지준용(남‧63) 씨에겐 시원함보단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지준용 씨는 1993년 3월 지금의 정보전산처(당시에는 전자계산소)에 입사했다. 그 후 병무행정팀, 간호대, 정경대, 원스톱서비스센터, 자유전공학부 등에서 근무하며 본교의 행정발전에 이바지했다.

지준용 씨는 2001년 간호대 행정실이 신설되면서 새로 적응해야했던 것을 가장 기억에 남는 업무로 꼽았다. “당시 간호대학은 의과대 간호학과에서 승격돼 독립적인 단과대학으로 인정받을 때였어. 신설된 대학의 행정업무를 맡는 것에 굉장히 책임감이 생기더군.” 지 씨가 처음 근무할 당시만 해도 간호대학엔 남자 교직원이 한 명도 없었고 남학생 또한 드물었다. “처음엔 내가 청일점이었지. 그것도 새로운 경험이었어. 남자 혼자 있으니깐 거 참. 여성들에게 처음 다가가기가 서먹서먹하더라고.”

그렇게 간호대에서 한 학기 적응기를 거친 후 지 씨는 뜻깊은 인연을 만났다.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이야. 이승환이라는 간호대 학생이었는데, 그 친구가 제대 후 학교에 돌아오고 나서 청일점이었던 나를 참 많이 도와줬어.” 지준용 씨는 학교생활에 관한 학생들의 의견을 이승환 학생을 통해 많이 얻었다고 했다. “업무를 할 때는 학생들이 어떤 학교생활을 원하는지, 무엇이 불편한지를 아는 것이 중요해. 그 친구가 학생들의 의견을 잘 전달해주었지.”

지준용 씨는 최초로 고려대와 병무청의 군 관련 업무망을 연결했다. “그땐 학생들이 군대에 언제 입대할 건지, 언제까지 연기할 건지 등 군 관련 업무를 보려면 매번 병무청에 가야 했어. 학생들이 많이 불편하더라고. 그래서 병무청과 전산업무를 연결하자고 했지.” 지 씨는 당시에 전국 대학에서 처음으로 병무청과 전산망 연결에 성공했다. “전국 병무협의회 회장을 만나서 다른 대학의 전산망 설치도 도와줬지. 거기서 내가 많은 것을 바꾼 것 같아 뿌듯하더군.(웃음)”

지 씨는 현재 직원들의 업무 환경에 대해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직원들이 기존업무를 소화하는 것에도 벅차다 보니 새로운 생산적 업무에 힘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한 부서에 직원이 5~6명은 있었는데 지금은 같은 양의 업무에 2~3명으로 줄어버렸어. 직원들이 현재 하고 있는 업무에 많이들 지쳐 하더라고.”

지준용 씨는 퇴임 후 노인복지센터에서 노년의 건강유지를 주제로 강의할 계획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굉장히 몸이 아프셨어. 조금 더 젊었을 때 관리하시도록 도와드렸어야 했는데. 그때 생각했지. 나중에 꼭 노인들 대상으로 강의하고 싶다고.” 그는 강의를 위해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건강유지에 관해서도 노인들에게 많은 정보를 전달하고 거기서 보람을 느끼고 싶어. 사람은 보람을 느끼며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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