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은행이 중앙은행 내에 보유하는 지급준비계좌에 대해 중앙은행이 지급하는 금리를 정책금리(policy rate)라고 한다. 우선 일반적인(마이너스가 아닌) 정책금리 인하의 효과를 보자.

  첫째, 금리란 돈을 빌리는 비용이다. 따라서 금리가 떨어지면 돈을 싸게 빌릴 수 있어 자금이 부족한 가계나 기업은 돈을 빌려서 소비나 투자를 늘리는 데 쓸 수 있다. 즉 내수경기가 확장된다. 둘째, 금리가 떨어지면 보통 환율이 상승한다. 국내와 해외의 금리 차익을 노리고 들어왔던 외국자본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좋아지고, 수출경기도 확장된다. 위 2가지가 중앙은행이 원하는 정책금리 인하의 기대효과이다.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제로(0%)까지 인하하더라도 기대한 효과가 실제로는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소비와 투자는 명목금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금리(명목금리-인플레이션율)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유럽과 일본은 인플레이션율이 마이너스 상태이다(디플레이션). 명목금리를 내리더라도 디플레이션이 심해서 실질금리는 여전히 높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정책금리가 오랜 기간 제로 수준이었지만 실질금리가 높았기에 소비와 투자는 여전히 부진하다. 여기서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마이너스로까지 낮출 필요가 생긴다. 즉 시장명목금리를 크게 떨어뜨리고, 그래야 실질금리도 떨어져 소비와 투자가 늘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금리는 플러스라는 인식이 있는데,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금리를 마이너스로까지 인하하기에 비전통적 통화정책이라고도 한다.

  이미 2014년부터 유럽중앙은행(ECB)은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도입하였고, 3월 10일 -0.4%로까지 인하했다. 비유로존 국가인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도 유로존의 이런 움직임에 대응하여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행(Bank of Japan)도 1월 29일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도입하고, 2월 16일부터 금융기관이 적립하는 일본은행 당좌예금(지급준비금) 일부 잔액에 대해 -0.1%의 금리를 부과하며, 향후 필요하면 금리를 추가 인하한다고 발표하였다.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리면 내수, 수출 경기가 살아나는가? 소비, 투자, 수출은 금리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경제변수의 영향을 받아서 마이너스금리 정책에도 한계가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예금금리가 너무 낮아져 고령층(자산 보유)의 이자수입이 줄어들어 소비도 준다. 즉 부(-)의 자산효과가 나타난다. 둘째, 각국의 가계, 기업, 정부의 부채가 너무 많아 금리가 낮아져도 더 이상 돈을 빌려 쓸 엄두를 못 낸다. 경제주체들의 순자산이 적어 소비와 투자 여력이 없는 것이다. 이것을 대차대조표 불황(balance sheet recession)이라고 한다. 셋째, 앞에서 말한 것처럼 금리를 내리면 환율이 올라서 이론적으로는 수출이 증가해야 하지만, 이미 세계 각국 경기가 침체되어 있어서 수출은 늘지 않는다.

  만약 마이너스금리 정책이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한다고 해도 또 다른 본질적인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금리를 마이너스 이하로 무한정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예금금리가 너무 낮아지면(심지어 비싼 보관료를 내야 한다면) 예금자들은 예금을 포기하고 차라리 현금으로 보유할 것이다(최근 이미 일본에서는 개인금고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것을 유동성함정이라고 한다. 예금이 빠져나가서 은행은 대출을 못하고 경기 진작도 안 된다. 경제주체들은 금리가 너무 낮아서 조만간 오르리라 예상하고, 긴축을 한다(돈이 돌지 않는다). 경제주체들은 주식과 외화자산을 팔아 주가와 환율은 떨어지고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마이너스로 인하한 후 1개월 동안 주가, 환율이 급락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원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이다.

  일본은 2013년부터 통화 완화, 재정 확대, 경제구조 개혁을 3개축으로 하는 아베노믹스를 시행해 왔다. 통화 완화를 통한 풍부한 유동성은 그 동안 금융부문에서 주식, 채권, 외환, 부동산의 가격을 올리는 작용을 했지만 실물경제에서 소비, 투자를 증대시키지는 못했다.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실질금리 상승, 생산의 해외이전(산업 공동화), 지나친 임금 억제 등으로 투자와 소비의 성장 동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일본이 정책금리를 마이너스로 인하하였고, 또한 중국도 경제의 연착륙을 위해 통화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등 경기부양 정책을 계속 실시하고 있어 우리나라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아시아 각국이 경쟁적으로 평가절하 정책(소위 통화전쟁)을 고수할 경우 서로의 수출경쟁력을 갉아 먹는 악순환에 처하게 된다. 한·중·일 3국의 경제협력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이지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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